나의 꿈, 나의 목표
작년 7월부터 반 아이들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다. 학생 영화로 시작해서 악기 연주 영상, 노래 영상, 브이로그 등 다양한 영상들을 업로드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선생님! 멋있어요. 선생님 노래 정말 잘 듣고 있어요.'라며 존경이 담긴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학생들이 많았다.(아마 내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의 80% 이상은 우리 학교 학생들일 것이다. ㅎㅎ)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내가 유튜브를 한다는 것이 알려져서, 실제로 영어 수업시간에 내가 부른 팝송영상이 수업 자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교장 선생님 허락하에, 반 아이들과 만든 학생 영화가 인성교육 시간에 학교 전체에 방송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꾸준하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 '나도 언젠가 1만, 10만 선생님 유튜버가 되겠지!' 하며 행복한 상상에 잠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생의 얘기를 듣고 나의 생각은 180도 바뀌게 되었다.
학생: 선생님! 황인욱의 포장마차 노래 커버해주세요! 그 노래, 제 최애곡이거든요!
선생님: 엥??? 네가 포장마차의 감성을 안다고? 거기 소주 얘기도 나오지 않아? 다 이해하고 듣는 거니?
학생: 아니요. 그냥 멜로디가 좋아서 밤에 몇 시간씩 계속 들어요. (웃음)
선생님: 제목과 가사가 초등학생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거 같아. 되도록이면 초등학생의 감성이 담긴 노래를 들으렴.
'네...' 하며 아쉬워하면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얼마 후, 내 유튜브 채널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술이 문제야', '빌어먹을 인연'의 가사를 찾아보니, 충격이었다! 이 노래는 우리 아이들이 들을만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선생님: 너네 노래 평소에 어떤 노래 듣니?
반아이들: 유튜브에 나오는 인기가요랑 멜론차트에 나오는 노래 들어요!
당장 멜론 차트를 살펴보았다. Top100까지 아이들이 들을 만한 노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악뮤, 아이유 정도? ...) 그리고 그마저도 아이들의 정서에 완벽하게 맞는 노래는 아니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 노래 커버 영상이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하는 유튜브가 정말로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조회수가 늘고 구독자가 많아진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뒤, 나는 유튜브 채널에 영상 올리는 것을 잠시 멈췄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현재 나의 유튜브 활동이 아이들에게 득보다는 해를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가사에 요즘 가요 느낌(발라드, R&B)의 멜로디를 결합시킨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이 노래를 선생님인 내가 직접 부르는 건 어떨까?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듣게 할 수 있는 아이들 정서에 맞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어보자!
유명 음악차트에도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노래를 만들어 불러보자!
사실 나는 작곡을 아예 할 줄 몰랐다. 악기는 몇 가지 다룰 줄 알았지만, 작곡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 목표를 얘기하면 '참 피곤하게 산다. 나이 30이나 먹어서 갑자기 무슨 작곡이냐'하며 회의감을 표시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지만, 그냥 한 번 부딪쳐 보기로 했다. 사실 작곡은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1월부터 작곡학원을 무작정 등록했다.
노래실력도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 10월부터 2주에 한 번씩 서울로 올라가서, 전문적으로 배웠다.(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 가는 중 ㅠㅠ) 왕복 10시간 거리라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훗날, 내가 직접 만든 노래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생각을 하니 설렜다.(한때, 가수가 꿈이었다.ㅎㅎ)
노래와 작곡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약 반년 정도가 지났다.
노래 실력을 늘리기 위해, 매일 발성연습을 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갖기 위해, 다양한 노래 장르들에 도전을 하고 있다. 심지어 연습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 전에 신혼집에 TV 살 돈으로 방음부스를 주문했다. 작곡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좋은 멜로디가 떠오르면 바로 녹음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
그런데도 사실 실력은 아직 쩌리 수준이다. ㅎㅎ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적어도 5~6년 정도는 꾸준히 배울 생각이다.
언젠가는 아이들이 '쌤 노래가 제 최애곡이에요!'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ㅎㅎ
위에 곡은 최근에 작곡한 노래다. 제목은 학교, 부제는 코로나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다니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다.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내가 원래 만들고자하는 R&B, 발라드 느낌의 노래는 만들지 못한다. ㅎㅎ 즐겁게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