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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Mar 05. 2022

#3 네? 강제전학이요?

"네? 강제전학이요?"


(이전화)


"아, 당장 강제전학은 아니고······. 얼마 전에 회의에서 그런 얘기까지 나왔어요.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요."


"네? 도대체 무슨 사고를 쳤길래······."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았어요. 학기초에는 교실마다 장난으로 소화기를 다 터트리고 다녀서 난리가 났어요. 수업시간에 수업방해, 선생님께 대드는 건 기본이고 학교폭력, 담배, 옆 여학교 담넘기 등 여러 일들이 있었어요. 얼마 전에는 선생님 폭행까지 하려고 했어요."


"네? 선생님 폭행이요?"


"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지만, 급식소에서 남자 선생님이 규칙을 안 지킨다고 주의를 줬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선생님을 때리려고 했다고 해요."


"(...) 선생님이 지금 말씀하시는 민수가 정민수 맞죠? 제가 아는 민수랑 다른 거 같은데······."


"네, 정민수 맞아요. 00초 나온 정민수"


충격이었다. 민수가 선생님을 폭행하려고 했다니······. 초등학생 때, 민수는 친구들과는 가끔 다툼이 있기는 했어도 선생님에게는 예의가 바른 학생이었다. 항상 선생님을 만나면 90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했고, 잘못을 하면 바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학생이었다. 가끔씩 선을 넘는 행동을 하긴 했지만, 조용히 잘못을 타이르면 눈물을 흘리는 순수한 학생이기도 했다. 그랬던 학생이 선생님에게 대들고, 심지어 폭행까지 하려고 했다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다음에 나온 중학교 선생님의 말씀은 더 충격적이었다.


"민수가 학습이 하도 안 돼서, 얼마 전에 지능검사를 했거든요. 경계성 지능 장애라고 판정이 났어요. ADHD 증세도 약간 있고······. 수업 시간에 보면, 애가 집중을 전혀 못해요."


"네? 경계성 지능 장애요? 민수가요?"


*경계성 지능장애: 지능지수(IQ)가 70~85 사이에 있고, 생활과 학습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말함(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믿을 수가 없었다. 민수가 경계성 장애라니······. 작년까지만 했어도 수학 단원평가를 치면 70~90점은 무난하게 받았던 학생이었다. 다른 과목들도 곧잘 했다. 사회 같은 경우는 너무 좋아해서, 사회 시간의 발표는 거의 대부분 민수의 차지였다. 그런 학생이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한다고?


민수는 학습에 대한 승부욕도 있는 학생이었다. 5학년 말, 불조심 골든벨 대회에서 학년 전체 2등을 하고 1등을 못했다고 운 적도 있는 아이였다. 5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수학 단원평가 100점을 못 받고 1개 틀렸다고 슬퍼서 울기도 했다고 한다. 이랬던 학생이 공부를 아예 놨다고?


도저히 말이 안 됐다. 도대체 지난 10개월 동안 민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변한 걸까?


사실 몇 달 전 민수가 찾아와서 일진이 되었다고 얘기를 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지 않은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생각이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학습도 곧잘 하는 편이었기에, 아무리 공부를 안 한다고 해도 나중에 마음먹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준은 유지하리라 생각했다.


근데 선생님을 폭행하려고 하는 데다, 경계성 장애라니?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중학교 선생님께 예전 민수의 상태를 말씀드렸다. 지금의 민수와 예전의 민수는 너무나도 다른 아이라고. 내 말을 들은 선생님도 충격에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아······. 저희는 진짜 전혀 몰랐어요. 당연히 초등학생 때도 계속 사고를 치던 아이일 줄 알았는데······. 그래서 아까 선생님이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다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힘드셨겠다고 생각했어요."


"6학년 때 민수는 폭력적이지도 않았고, 잘못을 하면 바로 사과하는 아이였어요. 학습 수준도 괜찮았고······. 하······."


"아마 민수 담임 선생님이나 다른 중학교 선생님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아마 깜짝 놀라실걸요? 지금 민수는 완전 학교의 문제아예요. 담임 선생님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다 할 정도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아이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주변 환경 영향이 큰 거 같아요. 일단 5학년 때부터 어울려 다닌 일진 형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근데 이건 제 잘못도 있어요."

민수가 6학년일 당시, 일진 형들이랑 어울려 다닌다는 걸 알고 여러 번 불러서 주의를 줬다. 만나지 말라고, 계속 만나면 나중에는 분명 후회할 거라고. 정말 네가 안 좋은 쪽으로 지금과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그때 민수가 죄송하다고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때, 그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 아니었다. 끝까지 추적관찰을 했어야 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린 것만으로 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나 안일했다. 금방 끌 수 있었던 작은 불씨가 내 안일함으로 조금씩 커졌고, 이제는 민수 자신과 주변까지 삼켜버릴 정도로 커지고 말았다.


"하······. 정말 고민이 되네요. 어떻게 하면 민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 일단 민수를 만나봐야겠어요. 그동안 계속 제 연락을 피했거든요. 왜 계속 피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요."


기다리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은 아무리 봐도 가만 놔두면 더 이상 돌아오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이 더 거세져서 숲을 완전히 망가뜨리기 전에, 지금이라도 내가 개입을 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지금 당장 민수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민수를 만나서 지금의 민수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중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사실인지 본인의 입으로 확인을 하고 싶었다.


(전화기 연결음)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여보세요. 누구세요."

"00선생님이다, 인마. 너 지금 어디야?"

"저 이제 막 복싱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샤워하고 나왔어요."

"그럼 저녁은 먹었어?"

"아직 안 먹었어요."

"그럼 지금 바로 학교로 올 수 있어? 선생님이 저녁 사줄게."

"저녁이요? 아······. 저랑 매일 같이 저녁을 먹는 친구가 있어서, 안 될 거 같은데······."

"그럼 그 친구도 데리고 와. 둘 다 사줄게."

"아······. 제가 체중조절을 해야 해서, 지금 선생님을 만나기는 힘들 거 같은데······."

"무슨 변명이 이렇게 많아! 지금 당장 튀어와, 인마!"


"지금 당장 튀어와, 인마!"


갑작스런 나의 호통에 깜짝 놀란 민수는 15분 안에 친구와 함께 학교에 오기로 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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