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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l 08. 2020

5년 동안 10,000개의 쿠키를 구웠습니다.

많은 것들을 포기했지만, 단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그것!

최근 1년 반 동안, 내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TV와 게임을 끊었다. 술자리나 회식자리에도 더이상 가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포기했지만, 단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웹툰이다!


내가 웹툰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 때부터였다. 당시 과외하던 아이가 '선생님! 이거 재미있어요. 한 번만 봐요.' 하고 어떤 웹툰 작품 하나를 추천했다. 충격이었다!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 있다니!

그 길로 나는 웹툰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학창시절부터 나는 만화책을 엄청 좋아했다. 초3 때부터 만화방에 다녔다. 학교 시험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바로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만화방에서 빌린 책들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돌려봤던 기억이 난다.(만화방에서 돌려보다 쫓겨나기도 했음...)


아버지 세대부터 있었다는 드래곤볼부터 시작해서, 붉은 매, 고스트 바둑왕, 샤먼킹, 열혈강호, 데스노트,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일명 원나블)까지 많은 작품들을 섭렵했다. 만화방에 있는 만화책이란 만화책은 다 봤다. 누가 물어보면 모르는 작품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웹툰을 알게 되었으니, 나는 물 만난 물고기와 다름 없었다. 미친듯이 웹툰을 봤다. 매일 새벽까지 눈이 벌겋게 충혈 되면서까지 웹툰을 봤다. 대중교통을 타면서도, 친구를 기다릴 때도, 수업 시작 전에도 틈만 나면 웹툰을 봤다. 그렇다. 나는 웹툰 중독자였다.


매일 밤 11시 쯤 되면, 웹툰이 업로드 된다. 그 시간만 되면 새로운 웹툰을 볼 생각에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와 같았다. 업로드된 웹툰을 다 보면, 오늘 하루의 일과가 깔끔하게 마무리 된 느낌이 들었다.




2015년 쯤(정확한 연도가 잘 기억이 안남...), 웹툰 중독자인 나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웹툰 미리보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리보기는 나 같이 성격 급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제도였다. 하지만 미리보기를 하는 데에는 캐쉬결제가 필요했다. 일명 '쿠키'가 필요했다.(다음에서는 다음캐쉬, 네이버에서는 쿠키라 부름.) 쿠키 1개 당, 100원이었고, 보통 1개의 웹툰을 보는데 2쿠키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나는 미친듯이 쿠키를 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몇 개의 웹툰만 쿠키를 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습관이 되더니, 내가 보는 모든 웹툰들의 미리보기를 클릭해야만 직성이 풀리게 되었다.


매번 쿠키를 구울 때마다 나의 계좌 잔고는 조금씩 사라졌다. 처음에는 별 거 아니라고 느꼈다. '어짜피 한 화에 200원인데 뭘!'하고 무분별하게 쿠키를 구웠다. 어떤 달에는 5만원을 결제한 적도 있었다.(전체 유료화된 작품을 봤을 때인듯....)


그렇게 난 5년 동안 쿠키를 구웠다. 심지어 군대 싸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도 쿠키를 구웠다. 한 달에 10만원도 못 받는 일병 군인 월급으로 쿠키를 몇 만원씩 구웠다.


최근까지 계속 무분별하게 쿠키를 구웠다. 그러다 아내의 잔소리가 나의 광기를 멈추었다.

여보!!! 쿠키 좀 그만 구워!!!


3개월 전, 우연히 이메일과 카드의 웹툰 결제한 내역들을 본 아내는 폭발했다. 

 

여보! 그동안 쿠키를 얼마나 구운거야!?!


아내의 잔소리에 이성이 돌아왔다.

'난 그동안 쿠키를 얼마나 구운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계산해보았다.


그동안 평균적으로 20개 정도의 웹툰을 5년 동안 미리보기 결제를 했으니깐, 20*2(쿠키)*52(주)*5=10,400개가 나온다. 난 5년 동안 최소 10,000개 이상의 쿠키를 구운 것이다! ㄷㄷ... 쿠키 한 개에 100원이니깐, 웹툰에 100만원이나 쓴 것이다.


웹툰을 보는데 사용한 시간도 계산해 보았다. 보통 웹툰 1개를 보는데 3분 정도 걸린다고 하면, 20*3(분)*52(주)*5=15,600분이 나온다. 난 5년 동안, 최소 웹툰에 260시간을 사용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내가 웹툰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줄 몰랐다.



3개월 전 아내의 잔소리 이후, 더이상 웹툰의 노예로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교실남 웹툰 안보기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었다. 완벽하게 웹툰을 끊기 위해, 철저한 환경설정을 하기로 했다.


1. 신호 차단

웹툰을 계속 보게 만드는 신호를 차단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아예 안쓸 수는 없었기에, 웹툰 어플을 지웠다. 근데 며칠 안보는가 싶더니, 다시 웹툰을 깔기 시작했다. 웹툰을 보다가 쿠키를 굽는 나 자신을 바라보니, 자괴감이 들었다. 좀 더 정교한 환경설정이 필요했다.


2. 아내의 잔소리

아내한테 부탁을 했다. 내가 웹툰을 보고 있으면, 잔소리 좀 해달라고 했다. 욕을 해도 된다고 했다. 처음엔 효과가 있는가 싶더니, 아내 몰래 웹툰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술, 게임도 끊었던 내가 웹툰 하나를 못끊다니...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았다.


3. 반 아이들에게 공언하기

2주 전에 반 아이들에게 그동안의 스토리를 설명해주고, 웹툰을 끊겠다고 말했다.

'설마 내가 우리 반 아이들과의 약속은 어기지는 않겠지.' 


그렇게 2주를 버티다가 어제 쿠키 20개를 구워버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하ㅏㅎ..........




'좀 더 강력한 환경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브런치 구독자님들께 공언한다.

제가 만약 또 제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쿠키를 굽는다면 브런치 절필하겠습니다!


음... 과연...?!


어느날 갑자기 제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아마 '쿠키를 구워서'일 것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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