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Jul 07. 2020

게임 완전히 끊기, 가능할까?

환경설정의 힘

게임 완전히 끊기,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 난 거의 평생을 게임을 해왔고, 2018년에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하루 기본 6~7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 주말에는 15시간 이상을 폐인처럼 게임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다.


https://brunch.co.kr/@lk4471/65


2019년 1월부터 나는 게임 중독자에서 벗어나는 것을 선택했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하면 중독 증세가 다시 나타날 거 같아서, 게임을 완전히 끊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내가 어떻게 게임 중독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게임을 하게 만드는 신호들을 제거하라.


먼저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게임들을 다 지웠다. 롤 계정도 탈퇴했다. 처음에는 좀 통하나 싶더니, 다시 게임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냥 컴퓨터나 노트북만 보면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났다. 그래서 난 집에 있는 노트북을 아예 내 시야에 안 들어오는 곳으로 치워버리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업무상 컴퓨터가 필요할 때에는 집에 있는 노트북을 놔두고, 직장에 가서 컴퓨터를 썼다. 다시 집에 있는 노트북을 쓰면 게임을 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여전히 나를 게임의 세계로 유혹하는 신호들이 있었다. 바로 '친구'였다. 내가 게임을 하루에 6~7시간 하는 동안 늘 함께 했던 15년지기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취업이 힘들어 현실도피를 이유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직장에서 퇴근만 하면, 매일 같이 게임 한 판 하자고 전화가 왔다. 친구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기태(가명)야. 우리 진짜 이런 식으로 살면, 10년 뒤에 어떻게 될지 상상해봐. 이제 현실도피에서 벗어날 때가 된 거 같다. 오늘부터 같이 게임 끊고, 열심히 살자!


내 진심의 효과였을까. 더 이상 친구가 게임하자고 유혹하는 일은 없었다. 현재 이 친구도 게임을 많이 줄인 상태다.


2. 감시자를 만들어라.


게임을 끊은 지 2주 정도 되니깐 금단증상이 왔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 게임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어서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 게임 캐릭터의 스킬들을 마음껏 쓰고 싶었다. 스킬을 쓰는 상상을 할 때는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였다. '게임을 하게 만드는 신호를 제거'하는 그 이상의 제어장치가 필요했다.


먼저 주변 친구들에게 내가 게임을 끊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만약 친구들이 내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30만원을 입금해주기로 했다. 한 친구는 '지금까지 과거 행적을 봤을 때, 네가 게임을 끊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또 헛짓거리 하는 거 아니냐.' 하며 약올렸다. 1년을 버티면, 본인이 30만원을 입금해준다고 했다.


오기가 생겼다. 게임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 때마다, 이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버텼다. 결국 내기는 내가 이겼다!하지만 30만원은 받지 않았다. 내가 게임을 끊을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친구이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고마워서 밥을 사줬다.



3. 게임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아라.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끊기로 다짐하지만, 실패한다. 이때 변명 중 하나가 '할 게 없다.'이다. 대체할 만한 활동을 하지 않고 원래 하던 대로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당연히 게임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 나도 처음에는 집에만 있으니, 숨겨뒀던 노트북을 꺼내서 다시 게임을 하고 싶었다.


게임을 대체할 만한 다른 활동들을 찾기로 했다. 내가 찾은 건 '뮤지컬'이었다. 원래 내가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고, 예전부터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였다. 교육 뮤지컬 단체에 오디션을 봤고, 운 좋게도 합격했다. 


뮤지컬 단체의 일정은 빡셌다. 공연이 있는 있는 달이면, 주말도 포함해서 일주일 내내 연습을 해야 했다. 연습을 하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온 적도 많았다. 게임을 할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1년 반이 지났다. 난 여전히 게임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컴퓨터를 봐도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가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긴 한다.)


현재는 뮤지컬을 그만두고 그 시간들을 운동, 독서, 명상, 글쓰기, 수업 준비 등 온전히 나를 위한 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점점 성장한다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묘한 쾌감이 든다. 아... 이 느낌.... 예전에 게임을 했을 때와 비슷하다. 그렇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를 레벨 업 시킬 때의 느낌과 같다. 나는 지금도 현실 세상이라는 게임 속에서 '나'라는 캐릭터 '레벨 업' 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끊고 싶어 하지만, 실패한다.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충분히 게임 끊을 수 있습니다!
단, 적절한 환경설정만 해준다면!


적절한 환경설정(게임 신호 제거, 감시자 만들기, 대체활동 찾기)만 있다면 충분히 게임을 끊을 수 있다.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