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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l 10. 2020

행복을 그리고 싶은 I

한 아이가 세상에 눈을 떴다.

난 누구지?


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 아이에게 다가왔다.

마마: 안녕! 내 이름은 마마이고 이 친구의 이름은 파파야! 이곳에 온 걸 환영해! 근데 너의 이름은 뭐니?


아이는 한참을 고민한 뒤 대답한다.

아이(I): 음... 아직 잘 모르겠어. 그냥 아이(=I)라고 불러줘!
마마: (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 아이야.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아이는 마마와 파파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여기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자신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파파와 마마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하지만 파파와 마마도 자신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자신들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한다. 눈을 떠보니, 앞에 스케치북과 미술 도구들이 놓여있길래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고 한다. 벌써 30장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파파: 아이(I)야, 너도 그림 그려볼래? 우리가 알려줄게.


아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아이(I): 그래, 좋아!


그날부터 마마와 파파는 아이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는 붓은 어떻게 잡는지, 물통은 어느 정도 양으로 채워야 하는지, 물감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 그림 그리는 데에 필요한 기초지식들을 배웠다.




시간이 흘렀다.


아이는 마마와 파파의 도움으로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았다. 파파와 마마가 가르쳐 준 것 외의 새로운 채색기법을 사용해보았다. 손바닥으로 종이에 찍어보기도 했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아이는 이제 막 그림 하나를 완성했다. 벌써 8번째 그림이다. 자신의 그림을 가져가서 파파와 마마에게 자랑했다.



파파, 마마: 와! 그림, 정말 멋진데! 이다음에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정말 기대가 되는걸?

파파와 마마는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아이를 칭찬해준다.


잠시 고민을 하던 마마가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마: 아이(I)야. 혹시 그림 그리는 방법을 좀 더 배우고 싶지 않니? 물론 지금도 잘 그리고 있지만 '학교'라는 곳에 가면 네가 모르는 그림 지식들을 가르쳐줄 거야!


아이(I): 학교? 학교가 뭔데?
마마: 음... 네가 좀 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그림을 좀 더 즐겁게 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 너처럼 아직 그림을 그린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지. 나도 파파도 예전에 다 가봤던 곳이야. 궁금하지 않니?
아이(I): 응! 궁금해! 뭔가 재미있을 거 같아. 좀 더 그림을 즐겁게 그릴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다음날부터 아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학교의 사람들은 '학생'이라고 불리는 아이'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아이, 이렇게 두 역할로 나뉘었다. '선생님' 역할을 하려면 최소 25장이 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한다.

아... 나도 선생님 역할하고 싶은데...

아이는 아쉬워한다.


그래도, 괜찮아! '학생' 역할도 재미있을 거 같거든!

아이의 예측이 맞았다. '학생' 역할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아이는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다. 친구들과 자신이 그린 스케치북을 공유했다. 자신과 비슷한 친구의 그림도 많았지만, 색깔이 전혀 다른 그림도 있었다. 그동안 마마와 파파의 그림만 봐왔던 아이는 다양한 스케치북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아... 모든 사람들의 스케치북이 같은 게 아니구나... 사람마다 자신만의 스케치북이 있구나!

아이는 그림 그리는 방법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림을 6장 정도 그릴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한동안 학교는 아이에게 즐거운 놀이터였다. 아이는 학교의 '선생님'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웠고, '학생'들을 통해 상대방의 스케치북과 그림을 이해하는 기술들을 터득했다.



학교에서는 여러 '학생'들이 한데 모여서 똑같은 것을 배우고 똑같은 것을 그렸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정해진 그림도구와 정해진 방법으로 정해진 그림을 그리길 원했다. 선생님은 정해진 그림을 잘 그리면, 앞으로 더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 아이는 선생님의 말을 믿었다.

아이(I): 나중에 지금보다 훠~~얼씬 더 행복해질 수 있겠지!

아이는 학교의 방식과 선생님의 말을 따랐다.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학교에서 제시하는 그림과 똑같이 스케치북을 채워나갔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아이에게 마음 속 깊이 공허함이 몰려왔다. 더이상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아이는 마치 자신이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I): 난 그림 그리는 기계가 아니야!


그날 아이는 마마에게 상담을 받았다.

아이(I): 마마. 원래 학교는 이런 곳이야? 나는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었을 뿐인데, 왜 학교에서는 정해진 그림만을 그리라고 하는 거야? 학교가 너무 힘들어... 마치 내가 기계가 된 것만 같아.
마마: 조금만 더 참고 다녀봐. 나도 겪고 파파도 다 겪었던 과정이야. 아직 갈 길이 많은데 벌써부터 나약해지면 어떡하니? 나중에 좋은 대학가서 더 행복해져야지! 조금만 더 힘내자.
아이(I): 하지만... (말하려다가 침묵)

아이는 할 말이 많았지만, 마마 말대로 조금만 더 참아보기로 한다.




'학교'는 어느 순간부터 삭막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미친 듯이 선생님이 정해준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정해진 그림을 그리지 못한 친구는 대학을 향한 여정에서 낙오했다. 이 친구들은 학교에서 '실패자' 취급을 받았다.


낙오한 친구들을 보며 아이는 생각한다.

아이(I): '그 친구들도 그들만의 그림 그리는 방식이 있을텐데... 그들이 그린 그림들은 다 잘못된 건가? 왜 정해진 방식대로 그림을 안그리면 행복할 수 없는건가? 학교 가기 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을 때는 분명 행복했는데...'

아이는 회의감을 느낀다. 그때 선생님이 아이를 지적했다.

선생님: 아이야. 또 무슨 생각하니? 계속 멍때리면,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좋은 대학에 못 갈거야! 좋은 대학에 못간다는 것은 앞으로 네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알겠니?


하지만 아이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이(I): '마마가 예전에 학교에서도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했단 말이야! 근데 이제 학교에서 그리는 그림은 재미가 없어! 대학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현재 즐겁게 그리고 싶단 말이야!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 내 현재를 희생할 수는 없어!'


아이는 학교의 정해진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의 남들과 '다름'을 용납해주지 않았다. 아이가 남들과 다른 그림을 그리려고 할 때마다 선생님은 아이를 혼냈다. 더이상 학교의 체제에 따르기가 싫었다.


학교를 마치고 마마에게 하소연했다.

아이(I): 마마. 나 진짜 학교 다니기 싫어. 꼭 내가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된 느낌이야.
마마: 아이야. 네가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학교는 꼭 필요한 곳이야. 나중에 좋은 대학도 가고 좋은 그림도 많이 그리려면 학교는 꼭 다녀야 해.


아이는 마마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너무 섭섭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이 터져 나왔다.

아이(I): 또 그놈의 대학이랑 행복 타령이야? 대학을 좋은 곳에 간다고 해서 내가 과연 행복해질까? 난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마마: 그건 네가 잘 모르고 하는 소리야. 지금 네가 너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면, 넌 분명히 미래에 불행해질 거야!


아이가 잠깐 침묵한다.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마마에게 차분하게 얘기한다.

아이(I): 마마. 그러면 이거 하나만 물을게. 마마는 학교도 잘 다니고 선생님 말도 잘 듣고, 대학도 좋은 데 나왔잖아. 지금 마마는 행복해?
마마: (...)


아이의 질문에 마마는 한동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을 그리고 싶은 I'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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