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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l 19. 2020

글 쓰는 두려움과 이별하다.

30년간 함께한 글 쓰는 두려움, 4개월 만에 이별을 선언하다.

어릴 적부터 난 글 쓰는 게 너무 싫었다. 일단 '일기'. 선생님은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설명도 안 해주고 그냥 일기를 써오라고 하셨다. 어린 시절 일기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이랑 논 얘기, 가끔씩 가족들이랑 여행 간 얘기 등 틀에 박힌 내용들. 일기의 맨 마지막 부분은 '오늘은 즐거운 하루였다. 오늘은 행복한 하루였다.'등 고정적인 마무리 멘트. '정말 재미있었겠구나.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해!' 등의 선생님의 형식적인 코멘트.


하지만 일기를 안 써오면, 선생님에게 혼이 났기 때문에 억지로 일기를 썼다. 매일매일 일기를 썼지만 내 글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글 실력도 전혀 늘지 않는데, 왜 이런 시간낭비를 계속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렇다. 그때의 나는 단지 글쓰기를 '숙제를 위한 숙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글 쓰기 대회'가 참 많았다. 선생님은 당시 일기를 매일 써오던 나에게 억지로 글 쓰기 대회에 참가하라고 했다. 일기도 겨우 쓰는 초등학생에게 글 쓰기 대회라니... 바로 포기한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선생님을 실망시켜드리기 싫었기에 글을 써간다고 했다. 대신 난 곧바로 부모님에게 헬프 요청을 했다. 부모님은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셨지만, 그때마다 난 죄책감을 느꼈다. 더군다나 부모님이 도와준 글이 상이라도 탔을 때에는 나의 죄책감은 더욱더 커졌다. '이건 내가 쓴 글이 아닌데... 내 실력이 아닌데...' 더 이상 죄책감이 들 바에는 글 쓰는 것과 아예 멀어지기로 했다. 그 이후로는 선생님이 글 쓰기 대회를 나가라고 해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 당시 글쓰기는 나에게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논술이 필수라고 했다.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논술 주제를 던져줬고, 난 그 주제에 대한 글을 써야 했다. 논술은 글쓰기를 싫어하던 나에게 최악의 활동이었다. 그렇다고 대학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적어서 국어 선생님께 제출했다.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생각해서 적은 글이었기에 내심 선생님의 칭찬을 기대했다.


"음... 00아. 넌 글쓰기에 기본이 안되어있구나!'

"네?"

"서론, 본론, 결론도 애매하고 그냥 전체적으로 글이 별로다."


구체적인 피드백도 없었다. 그냥 별로라고만 했다. 순간 힘이 탁 빠졌다. 국어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고 나서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구나. 글은 역시 나와 맞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에게 글쓰기는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글쓰기는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리포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글을 쓰지 않았다. 난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내 글을 올리는 것도 불편해했다.


글쓰기를 다시 접하게 된 건 군대에서였다. 선임, 간부와의 갈등, 여자친구와의 이별, 고된 일 등 군대에서는 스트레스받을 일들이 너무 많았다.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마땅히 풀 곳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이 '일기'였다. 일기에 나의 평소 일상들과 생각을 적고, 그에 대한 내 감정들을 기록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나의 분노를 글로 배출하기도 했다. 그 당시 나에게 글쓰기는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었다.




전역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일기를 또 안 쓰게 되었다. 또다시 글은 내 인생과 상관이 없는 장르가 돼버렸다. 글을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작년에 학생에게 하나의 질문을 받고 난 뒤부터였다.

선생님, 일기를 왜 써야 하나요?


https://brunch.co.kr/@lk4471/37


명색이 내가 선생님인데 학생에게 '나도 모르겠다. 이놈아!'라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당시 나는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는 4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1. 스트레스 해소(나 자신과의 대화)

2. 글 쓰는 능력 향상

3. 기록(추억 소환)

4. 선생님과 속마음 대화


고맙게도 반 아이들은 예전 초등학생의 나와는 달리 '숙제를 위한 일기'가 아닌 '자신을 위한 일기'를 써왔고, 선생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근데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내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애들한테는 글을 쓰라고 하면서
정작 선생님인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사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전화나 대면보다는 문자의 사용량이 늘고 SNS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글쓰기 능력은 필수라는 것. 특히나 SNS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것. 우리는 글쓰기 능력을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사거나, 설득하거나, 자신의 영향력을 늘릴 수 있다는 것.


글을 왜 써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근데 쓰기 싫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쓰기 두려웠다. 학창 시절 때처럼 누군가 와서 나에게 글을 못 쓴다고 할까 봐, 아니면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욕을 할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내가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었기에,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는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법.


아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앞에서 아이들에게는 글쓰기가 좋다고 말하면서 뒤에서는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올해 3월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브런치라는 좋은 글쓰기 플랫폼이 있어서 거기다 글을 쓰기로 했다. 근데 웬걸? 작가가 되어야 글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나의 힘들었던 슬럼프 시절'을 주제로 해서 정성껏 글을 쓴 뒤 작가 신청을 했다.


결과는... 탈락....


'하... 역시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걸까.'라고 자책하던 순간,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후... 다시 도전해봐야지!'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글을 다시 쓰려고 하니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서평을 쓰기로 했다. 그나마 서평에는 내 생각을 적게 넣을 수 있으니, 쓰기 쉬울 거라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내 첫 글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나만의 성장비법'이었다. 글을 쓰고 퇴고하는데 5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다 쓰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글을 다 쓰고 내 글을 보니 뿌듯했다. 아직 자식을 낳아본 경험은 없지만, 뭔가 내 새끼 하나를 낳은 기분이었다.


https://brunch.co.kr/@lk4471/2

https://brunch.co.kr/@lk4471/3


그 뒤에도 1~2주에 한 편 정도 글을 계속 썼다. 근데 뭔가 기분이 찝찝했다. 계속 내 임계점을 건드리다 마는 느낌이랄까... 시간이 갈수록 점점 글을 쓰는 빈도도 줄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딱 정해진 능력까지만 글을 형식적으로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뭔가 내 한계를 끌어올려주는 강력한 환경설정이 필요하다!


그러다 우연히 '한달'이라는 자기계발 커뮤니티를 발견했고 곧바로 참여하게 되었다.

https://www.site.handal.us/


한달의 규칙은 간단했다. 매일 글을 써서 인증을 하는 것. 먼저 반달에서 10일 동안 매일 글을 써서 인증을 하면 한달의 멤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한달의 멤버가 되면, 한달서평, 한달자기발견, 한달미니멀, 한달브런치, 한달유튜브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글쓰기 습관을 기르는 데 있어서는 최고의 환경설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달에 다양한 직업군의 멤버들이 있다는 것도 나의 관심을 끌었다. 교직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서, 교사가 아닌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사람들이 내 글을 싫어할까 봐 두려웠다. 글을 못 쓴다고 할까 봐,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놈이라고 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우였다. 생각보다 나의 글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보고 글이 아주 잘 읽힌다고,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내 글을 보고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는 분들도 있었다. 멤버분들에게 과분한 칭찬을 받으니, 신바람이 저절로 났다.


그렇게 10일간의 반달쓰기를 무사히 수료하고 한 달의 멤버가 되었다. 나는 한달 프로그램 중에서 '한달브런치'를 선택했다. 내가 현재 글을 쓰고 있는 플랫폼이 한달브런치였고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많이 배우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원래 좋은 걸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한달브런치팀은 더 좋았다. 리더 Charles님의 도움으로 글 제목을 잘 짓는 법과 글 쓸 때 멘탈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은행원, 마케터, 대기업 회사원, 전직 승무원 등 다양한 멤버들의 조언들을 들으면서, 글 쓰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또한 멤버들의 응원으로 매일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는 한 달 프로젝트를 하는 42일 동안 총 45편의 글을 쓸 수 있었고, 총 8회의 다음 메인 노출, 구독자 131명, 10만 조회수 달성이라는 쾌거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총 8회의 다음 메인 노출, 구독자 131명, 조회수 10만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사실 멤버들의 성과에 비하면 내 성과는 아무것도 아니다. (기분 좋은 비교 ㅎㅎ) 우리 9명의 '한달브런치 7기' 멤버들은 한 달 동안 242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https://brunch.co.kr/@charles104/176 


한달에 들어가기 전만 했어도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공유가 되다니... 내 글을 읽는 구독자가 100명이 넘다니... 평생 글쓰기는 안 하고 살 줄 알았는데...





약 1달 반의 노력 끝에 드디어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떳떳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일기를 쓰라고 하거나, 독서록을 써오라고 할 때, 선생님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있기에 좀 더 실전적인 글쓰기 조언들을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선생님을 보고 자극을 받아,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하는 반 아이도 생기게 되었다.


https://brunch.co.kr/@lk4471/110



사실 제목에서는 글 쓰는 두려움과 이별했다고 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도 난 글 쓰는 것이 두렵다. 섣불리 내 생각을 말했다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는 것도 두렵고, 힘들게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아무 반응이 없는 것도 두렵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은 점점 두려움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이 내 글을 싫어하더라도, 아무 반응이 없더라도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이 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성장하려면 그런 두려움과 평생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음... 두려움과 이별했다는 표현보다는 두려움과 친구가 되었다는 표현에 더 가까운 것 같다.ㅎㅎ



현재는 한달 프로젝트가 끝난 상태이지만, 앞으로도 글은 계속 쓸 거 같다. 매일 글쓰기도 당분간은 계속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항상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은 댓글 남겨 주시는 분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정말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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