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Jul 24. 2020

스마트폰 중독, 이제 좀 벗어나자.

금요일 늦은 오후,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뭔가 마음이 허전하다. 허전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해서 한참 동안 뉴스를 본다. 뉴스를 읽다가 브런치에 들어가서 오늘 내 글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확인한다. 다행히 반응이 나쁘지 않다. 안도한다.


헛!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20분 동안 폰을 보고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다시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일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되어서 다시 폰을 집어 든다. 이번엔 오늘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얼마인지 살펴본다. 다시 브런치에 들어가서 내 조회수는 얼마나 올랐는지 살펴본다. 오랜만에 인스타, 페이스북에 들어가 본다. 요즘 주변 지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참을 구경한다.


하... 뭐야? 또 20분 날렸다.


하... 엉망이다. 내 데일리 리포트(하루 동안 내가 한 일들을 적고 평가하는 기록)를 보니 가관이다. 오늘만 이런 게 아니다. '스마트폰 중독'이란 걸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하...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오랜만에 마음챙김 명상 앱을 켰다. 생각해보니 명상을 안 한지 오래되었다. 왠지 명상이라면 나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앱의 검색란에서 중독을 치니 스마트폰 중독을 다루는 명상이 있었다. 바로 들어보았다.




모든 중독 치료의 출발점은 본인이 중독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 이 명상을 듣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중독 증상을 자각하고 있다는 뜻이니, 이미 반 정도는 치유하셨습니다.

오...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내가 중독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 정도는 치유를 한 것이라니...


하긴, 그동안 하루 2~3시간 스마트폰에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난 내가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심지어 데일리 리포트를 쓰고 있는데도!) 문제점을 인식을 하지 못하니 당연히 변화는 없었다.


'아... 왜 내가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정신 차리자 교실남아! 과거를 후회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잖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내가 중독이라는 것을 자각했다면, 내가 왜 스마트폰을 손에서 못 놓는지를 관찰해보세요. 보통 불안하거나 잡생각이 떠오를 때, 하루가 고단한 날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 중독 행위들이 일어납니다. 한 번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보세요.

 '난 왜 계속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걸까?'

눈을 감고, 지금의 내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았다. 먼저 무언가 성취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조급해하는 내 마음이 보였다. 빨리 브런치의 구독자수와 조회수를 늘리고 싶은 마음, 빨리 글 실력을 늘리고 싶은 마음들이 보였다. 불안함의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내 글에 악플을 달지는 않을까? 내 글을 싫어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들도 느낄 수 있었다. 허전함도 느껴졌다. 이미 온전한 나 자신을 계속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무언가 해야 한다고, 성취해야 한다고 압박을 넣는 나 자신이 보였다. 또 반대편에는 이런 상황을 도피하고 싶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그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현실도피를 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계속 찾는 나 자신이 보였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많이 써도 되나?' 하는 죄책감도 보였다.


이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관찰했다. 나의 생각들에게 '알아차림'이라는 의식의 빛들을 비추니 생각의 구름들이 점점 걷히는 것이 보였다. 허전함, 불안함, 조바심, 두려움, 죄책감 등의 생각과 감정의 구름이 서서히 내 마음속에서 떠나갔다.


마지막 단계는 '내가 꼭 이것을 보고 있어야 하나?'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 즉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호흡을 느끼면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정신을 돌려보세요. 자신이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켜보세요.

 '내가 지금 꼭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굳이 지금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해야 할까? 눈앞에 있는 업무들을 제쳐두고 꼭 지금 SNS를 확인해야 할까? 내가 지금 브런치 조회수를 확인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전부 '아니.'라는 답이 나왔다. 허전함, 불안함, 두려움 등의 감정들로 인해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나 자신이 보였다. 여기서 확장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밖에는 비가 끊임없이 내리고 있다. 선생님들이 퇴근하는 소리도 들린다. 창 밖에 떠다니는 구름들이 보인다. 짹짹거리는 새소리도 들린다. 더 집중하니 교실 안의 에어컨 소리도 들린다. 내가 스마트폰이라는 가상의 작은 세계에 빠져 있는 동안 실제 세계에서는 이렇게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내 눈 앞에 스마트폰이 보인다.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아까까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미친 듯이 폰을 들여다보던 과거의 나는 이제 없다. 방금까지 온갖 감정들로 혼란스러워하던 내 마음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뭔가 마음이 평온한 느낌이다. 무언가 내 마음 안에 온전한 존재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마음이 평안하다.


'이렇게나 좋은데 왜 그동안 하지 않았을까?'


하하...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명상을 게을리 한 나 자신을 반성한다. 글쓰기처럼 명상도 환경설정을 통해 매일 하는 습관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스마트폰중독 #명상 #알아차림




P.S 독자님들께. 아침 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가끔씩 이렇게 글 한 편씩 올리려고 합니다. 글쓰기를 할 때, 아침 갬성(?)과 저녁 갬성(?)이 또 다르더라고요. 물론 저번에 공언한 대로 아침 글쓰기는 계속할 예정입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길^^






작가의 이전글 글 쓰는 두려움과 이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