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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란 말이 듣기 싫어졌다.

by 교실남

어릴 적부터 유망주란 말을 자주 들어왔다.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를 해도, 대학교 동아리에서 농구를 해도, 사회인 동호회에서 배구를 해도, 악기나 노래 레슨을 받아도, 심지어 글을 써도 항상 기대주, 유망주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뭔가를 배우면 꾸준히 하지 못하고 금세 흥미를 잃는 탓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때문에 어떤 분야든 1년, 2년, 10년이 지나도록 난 유망주 혹은 루키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했어도 유망주란 말을 들으면 기분이 꽤 괜찮았다. 그 말을 들으면 내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유망주란 말이 듣기 싫어졌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들어가는 나이 때문이다. 마냥 젊고 어릴 것만 같았던 나는 이제 만으로 34살이다. 30대 중반이면 20대 때부터 뭐라도 꾸준히 했다면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는 두각을 나타내고 자리를 잡아갈 나이다. 하지만 꾸준함이 없었던 나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거 같아 슬펐다.


둘째,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나는 지금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내 분야에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확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브런치에서도 책을 쓸 거라느니, 학교를 만들 거라느니, 노래 유튜브 실버 버튼을 받을 거라느니 거대한 포부를 써놓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변화


변화가 필요했다. 더 이상 만년 루키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자기 계발 영상들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두 편의 영상을 발견했다.


첫 번째 영상은 우리가 하는 일은 must(해야 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와 want(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로 나뉘며, 이 둘 사이에 교집합이 생겼을 때가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이며 그때는 목숨 걸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영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볼 땐, 평소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쓰는지 살펴보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시간을 평소 어디에 많이 쓰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도 나는 상당 부분의 시간을 교육에 할애하고 있었다. 작년의 경우를 살펴보면, 저녁에 반 아이들과 온라인 스터디를 한다던지, 주말에 아이들이랑 체험활동을 하는 등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건 확실해 보였다.


이번엔 내가 쓰는 돈을 추적해 보았다. 평소 물욕이 없기에 몇 년 동안 크게 돈을 쓴 곳이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가장 큰돈을 쓴 곳이 방음부스 설치와 음악 장비 구입이었다. 또한 작곡, 노래 레슨비에 매 년 꾸준하게 돈을 쓰고 있었다.(물론 중국 생활 제외하고) 두 번째로 많이 쓴 곳은 역시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밥을 사주거나 수업에 필요한 교구를 살 때 꽤 많은 돈을 썼다. 여기서 내가 놀란 부분은 음악이었다. 그동안 나 스스로 내가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음악에 돈은 꽤 썼지만 시간은 그다지 많이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나는 거의 몇 년째 음악을 잘 듣지 않았다. 심지어 차를 운전할 때도 말이다. 오랜만에 이어폰을 끼고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노래들을 들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나는 항상 음악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영상을 종합해 보았을 때, 나는 아이들 가르치기와 작곡 그리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며, 직업이 교사이기에 현재 must와 want가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었다. 영상에서 말한 대로라면 인생일대의 기회이기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2025년 5월 10일,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세월에 노력을 묻어보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5년 안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교육, 음악(노래, 작곡)에서 더 이상 만년 루키가 아닌, 나 스스로 인정하고 만족할 수 있는 실력자가 되기로 다짐했다.



PS. 교실남의 도전. 앞으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욕심이지만 글쓰기 실력도 수준급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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