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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명언 수집이 꼭 필요한 이유

by 교실남

군대에서 훈련조교로 복무하던 시절, 아침 점호 시간에 훈련병들 앞에서 매 번 새로운 명언을 얘기하는 중대장님이 있었다. 당시 중대장님은 공군사관학교를 갓졸업하고 이제 막 교육사령부로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중대장이었다. 매 번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명언들을 듣고 어떻게 명언을 그렇게 많이 알고 있냐고 중대장님에게 물어보니, 사관학교에서 후배가 선배에게 명언을 암송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당신은 그게 재미있어서 선배가 된 뒤에도 몇 백개나 되는 명언들을 외웠다고 한다. 사관학교 안에서도 명언 장인이라는 별명도 있었다고 했다. 중대장님은 명언을 외우면 삶에 도움이 되니, 나에게도 명언을 외울 것을 권유하셨다.


솔직히 당시에는 명언을 외우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중대장님의 말에 솔직히 공감이 가질 않았다. 단순히 암기를 잘하는 사람의 쓸데없는 허세로 치부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그 뒤로 10년이 지났다.


살다 보니, 인간은 참으로 망각의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새롭게 다짐하고 목표를 세우더라도, 짧게는 며칠 안에 길게는 몇 달 안에 까먹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가끔씩 몇 달 전에 내가 쓴 글들을 보면 '내가 이런 다짐도 했었다고?'하고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았다. 매 번 다짐하고 잊어버리는 나의 모습이 마치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 우연히 명언이 길 잃은 나에게 나침반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을 얻은 뒤부터 나는 내 마음을 울린 문장들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마음을 울리는 명언을 몇 문장 품고, 품은 명언들을 매일 아침에 볼 때마다, 나는 더 이상 망각하지 않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불과 3달 만에 매일 아침 운동하기 습관을 얻을 수 있었고, 지난 30일 동안 매일 글 1편 쓰기를 성공할 수 있었다.


수집한 문장들 중에서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명언 3가지를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1. 인생은 놀이터다.


몇 달 전, 브런치 작가이신 지담님의 글에서 본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들어왔던 '인생은 즐기라고 있는 거야.',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즐겨.', '인생 별 거 있어? 그냥 즐기면서 살아.' 같은 말들이 '인생은 놀이터다.'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깔끔하고 간결하게 정리가 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난 이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삶을 짓누르고 있는 타인과의 비교, 사회적 관념과 시선, 성공과 대한 압박과 조바심 등에서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저 삶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되새길 때마다 무거워진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2.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1년 전,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서 얻은 문장이다. 내가 모르는 것은 두렵고, 알면 두려울 게 없다. 알면 오히려 즐거워진다. 공부, 운동, 취미, 사람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만능 문장이다.

우리 인생은 놀이터인데, 모르면 괴롭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놀이터에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별로 없어서 그만큼 인생이 재미가 없고, 알면 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많이 생겨 그만큼 인생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이 문장을 되뇔 때마다, 나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지금 인생을 누리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3.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라.


세 번째는 몇 년 전에 경험적으로 깨닫고 얻은 문장이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한정된 시간의 상당 부분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생각, 걱정하면서 낭비하곤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말투나 행동은 통제할 수 있다. 당장 나의 성적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몇 시에 일어나서 오늘 문제집 몇 쪽을 풀 건지는 통제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어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얼마나 운동할지는 통제할 수 있다.


난 어떤 문제 상황이 닥칠 때마다, 빠르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 그리고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만 최대한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 전혀 바뀌지 않을 거 같은 것들도 바뀌는 기적이 선물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중대장님처럼 많은 명언을 외울 필요는 없고 3~4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단순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신 매일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의 경우, 매일 아침식사를 하면서 플래너 맨 앞쪽에 적어둔 문장들을 여러 번 읽으며 지금의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한다.


플래너 맨 앞쪽


오늘부터 나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을 하나씩 수집하는 건 어떨까? 수집한 문장은 우리들이 타성에 젖는 것을 방지하고 인생 목적을 상기시켜 주는 등 우리들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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