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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by 교실남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가장 와닿았던 구절이다. 당시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고, 지금의 루틴을 유지하고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 구절이 준 영향이 크다. 그만큼 나에게 큰 도움이 된 문장이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창체시간에 이 문장과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얘들아, 너희들 피구 엄청 좋아하잖아. 근데 너희들이 지금 아기라고 상상을 해보자. 아기가 피구를 하면 재미있을까?"


"음... 아니요."


"왜?"


"규칙을 모르니깐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공도 던질 줄 모르니깐요."


"맞아. 너희가 그렇게 좋아하는 피구도 하는 방법과 규칙을 모르면 재미가 없지. 그럼 너희 대부분이 싫어하는 사회를 예시로 들어볼게. 적도, 본초자오선, 위도, 경도 등 계속 모르는 용어들이 매 수업마다 계속 튀어나왔을 때 어땠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진짜 너무 싫었어요. 다 때려치우고 싶었어요. 안 그래도 용어를 모르는데 새로운 차시 나갈 때마다 모르는 용어가 계속 나와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치. 잘 모르니깐 싫고 괴로울 수밖에 없지. 근데 너희 중 사회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사회 좋아하는 사람, 손 들어볼래?"


예상대로 평소 사회 시간에 발표를 많이 하는 현준이와 준희가 번쩍 손을 들었다.

"현준이와 준희는 왜 사회가 좋아?"


"아는 게 많이 나와서요."

"책이나 뉴스에서 보던 게 나오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거 봐. 이 둘은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뉴스도 자주 챙겨보니깐, 이미 배경지식이 많거든. 친구들보다 아는 게 많으니깐 발표도 많이 할 수 있고, 게다가 선생님한테 칭찬도 받고 재미있을 수밖에 없지. 재미있어서 계속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잘하게 되고. 이번에는 수학을 예시로 들어볼게. 수학도 사회와 마찬가지야. 수학 수업 때, 수업이 잘 이해가 가는 사람은 수업이 재미있고,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아예 안 되는 사람은 괴로울걸?"


아이들이 나의 말에 동의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배우고 나서 알게 되면 재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게 되면 더 그 분야를 파고들게 되고, 그럼 더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면 더 재미있어지고, 무한적으로 성장이 가능해. 그럼 반대로 생각해 보자. 무언가를 모르면 무섭고 괴로우니깐 피하게 되고, 특히 그게 학교 교과목이라면 친구들보다 뒤처지게 되고, 뒤쳐지면 뒤쳐질수록 더 무섭고 괴로우니깐 더 피하게 되고, 악순환의 반복인거지. 마치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수포자들이 많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야. 근데 여기서 정말 무서운 점은 뭔지 알아? 아는 재미를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실력 차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지."


평소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뜨끔했는지 내 눈치를 봤다.


"일단 선생님은 너희들이 좀 힘들고 재미없더라도, 열심히 배웠으면 좋겠어. 조금만 참고 견디면, 아는 것이 많아지게 되고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분명 찾아오게 되거든. 구기 종목을 할 때나, 악기 배울 때도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 있어. 너희 리코더 배울 때도 처음에는 자세나 하는 방법이 익숙지 않아서 헤맸잖아. 운지법 익히는 데도 시간이 꽤 들고. 그러다 너희가 아는 곡들을 연주하게 되면 그때부터 재미를 느끼지. 심지어 요즘에도 쉬는 시간마다 재밌어서 리코더 부는 애들 많잖아."


많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뭐든 처음엔 재미있기 힘드니깐, 기본기를 다지는 그 시간을 견디는 게 정말 중요해. 오늘 선생님이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니?"


"네!"


초등학생 아이들은 일단 무조건 "네."부터 지르는 경우가 많기에 다시 질문했다.


"나는 오늘 선생님이 말한 내용 90퍼센트 이상 이해했다. 손 들어볼까?"


2/3 정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는 오늘 50퍼센트 이상 이해했다. 손 들어볼래? 대신 아까 손 든 사람은 빼고"


1/3 정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흠... 너네들 정말 제대로 이해한 거 맞아? 오늘 이것만 기억해 둬.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따라 해볼까? 시작"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이 문장 꼭 기억해 뒀으면 좋겠어. 선생님은 너희들이 지금부터 많은 지식과 경험들을 쌓아서 세상을 놀이터처럼 재미있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이상 오늘 창체 수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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