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심으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요 며칠간 정말 미친 듯이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유망주란 말이 듣기 싫어졌다.)
예쁜 고음을 내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이미 난 발성 연습할 때 3옥타브 도# 정도까지 고음을 뚫었지만, 목을 조이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기에 실전 노래에 활용하기에는 애매했다. 더군다나 실전 노래를 부르면 호흡이 달려서 3옥 도#은커녕 2옥 라#조차도 소리를 내기가 힘들었다.
난 전상근님처럼 호흡이 소리를 감싸 포근한 느낌을 주면서도 파워풀한 그런 목소리를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72시간 동안 미친 듯이 노래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을 풀고, 출근길 차 안에서도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성대의 구조를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성대 컨트롤을 잘할 수 있을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집에 와서는 최소 1시간 이상 방음부스에서 발성과 노래 연습을 했다. 노래를 부르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카톡으로 최근 수강했던 온라인 보컬 프로그램의 트레이너님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자기 전에도 전상근님의 강의 영상이나 성대 구조 관련 영상을 보면서 관련 지식을 쌓았다.
'어떻게 하면 고음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허스키하고 공간감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호흡이 흐르는 듯한 느낌은 어떻게 낼 수 있는 거지?
72시간 동안 몰입한 결과, 전상근님 발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성대모양. 전상근님 노래를 들으면 톤이 낮아 보이지만 호흡과 공간감 확보로 인해 낮아 보이는 것일 뿐, 성대 구조는 상연은 붙어 있고, 하연은 떨어져 있는 전형적인 믹스보이스 상태이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얇은 믹스보이스 가수들 보다는 상연 밑부분이 좀 더 붙어있는 성대 모양을 사용하는 듯했다.
두 번째 발성연습.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전상근님이 목을 풀고 발성 연습을 하는 영상을 봤는데, 발성 연습할 때 내는 소리와 노래 부를 때의 소리가 정말 똑같은 것이 아닌가? 심지어 립트릴을 하며 목을 풀 때조차도 성대모양과 밸런스가 실제 노래 부를 때와 같았다. 기존에 발성과 노래를 따로 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영상 시청 후, 30분 정도 전상근님의 발성 영상을 보고 계속 따라 했다. 그랬더니, 전상근님처럼은 아니더라도 나름 만족스러운 소리가 나왔다.
세 번째 고음을 내는 방식. 입을 크게 벌리면 비강이 아닌 구강으로 호흡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고음에 필요한 길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믹스보이스를 구사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가벼운 믹스보이스를 구사하는 가수들은 대부분 입을 많이 벌리지 않는다. 근데 전상근님은 오히려 고음에서 입을 크게 벌리는 게 아닌가? 보컬 트레이너님께 여쭤보니, 고음 낼 때 혀뿌리 쪽으로 구강 입구를 막아 비강 쪽으로 호흡을 올려 보내는 방법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전상근님께서는 공간감을 확보하기 위해 이 방법을 쓰는 것 같다고 추측하셨다. 트레이너님의 말씀대로 해보니, 정말로 공간감 있는 고음이 나는 것이 아닌가? 야호!
크게 위와 같은 3가지를 의식하고, 전상근님의 목 풀기 및 발성 영상을 계속 따라 했다. 하다 보니 이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뭔가 평소 하던 것보다 더 고음을 잘 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랄까? 나에게는 평생 노래를 불러도 안 될 거 같은 노래가 하나 있었다. 그 노래의 제목은 전상근님의 '사랑이란 멜로가 없어.' 기본 필요 음역대도 높을뿐더러 벌스2에서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솔직히 워낙 성대 접촉을 얇게 해서 가성, 진성도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 부분을 구사하기가 너무 어려운 헬곡 중에 헬곡이었다. 예전부터 부를 때마다 삑사리가 나거나 목이 쉬곤 했다.
'설마 이 노래가 되겠어?' 하며 시도해 보았다. 그 결과는...
두구두구두구
1절을 무사히 완곡했다. 너무 호흡이 많이 실려 있는 것과 벌스와 클라이막스 부분의 톤이 살짝 안 맞다는 것 빼고는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평생 못 부를 것 같은 노래를 며칠 만에 부를 수 있게 되니, 앞으로 더 노래 실력이 더 늘 수 있겠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다. 이를 계기로 삼아, 앞으로도 꾸준하게 노래를 연습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