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북파티

유창선님의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북토크 후기

by Maryam

2주간 바짝 준비한 북토크가 따뜻하고 차분하게 마무리되었다.


북토크라고는 가본적이 없고 기획에서도 초짜인 기획자로 이 북토크를 어떻게 끌고 가야할까

이 일을 제안한 제주시 문화도시제주팀 센터장님이 내게 이 일을 맡긴 눈을 우선은 믿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장필순 공연에서 나의 멘토J가 내게 했던 질문들을 떠오렸다

'이 공연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가수에게 헌정하려는 공연입니까?' 당시 환경캠페인 공연에 흔쾌히 함께 해주시기로 하신 장필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에 공연장과 음향 준비에 예민해진 내게 선생님은 차갑게 물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연인지 퓨어에 집중해라. 선생님의 말은 건조했지만 선명했고 깊이 남았다. 시청에서 돌아오는 내내 이 북토크는 누구를 위해 하는걸까?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집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작가 1인이 주인공은 아니라는 것이다. 출판이 된 책의 운명은 이미 작가의 손을 넘어섰다. 그 건 그 책을 읽는 독자의 것이다. 그 책을 읽는 독자의 눈으로 그의 경험과 감성으로 글은 새롭게 태어난다. 그리고 글은 읽고 덮는 것으로 끝내버리면 안된다. 그 것을 정리해 보고 입밖으로 꺼내 보는것. 그리고 그 글에 더해진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렇게 커지는 눈뭉치를 굴려 보고 싶었다.


글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줄 독자들을 모았다. 준비 기간이 짧은 관계로 지인들을 통해 홍보를 시작했다. 기획의도를 담은 브런치 글을 보내주고 참여여부를 물었을 때 꽤 많은 신청자들이 [우리들의 이야기] 코너에 참가하기를 희망했다.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길것 같은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처음 기획에서는 5명 정도 참가자들의 낭송과 소감을 들어보는 [우리들의 이야기]코너를 꾸릴 계획이었으나 예상외로 10명이 [우리들의 이야기]에 참여 의사를 보여줬다. 그들에게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들의 발표 내용에 맞는 아름다운 영상을 하얀 공연장 벽면에 쏴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그 신나는 상상, 그리고 내겐 그 일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제주 최고의 영상작가 J가 있다.


그러나 1주일이란 시간은 독자가 독서후 감상을 정리하고 발표 내용을 다듬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원래 계획은 행사 4일전인 수요일까지는 감상평이 모이고 이것을 J에게 보내 행사 2일 전인 금요일까지 영상을 만들어 참가자들의 리허설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상평 모으는 작업은 금요일 저녁에서야 대충 정리가 되었고 J는 토요일 밤을 새워가며 영상작업을 진행해 결국 행사 당일인 일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예민해진 나는 예민한 소리를 냈고 그에 실망한 J는 행사 당일 내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걸로 보복을 했다. 나는 그런 J가 못내 서운했다


리허설은 진행되지 못했다. 대신 참가자들에게 각자를 위해 만들어진 영상을 메일로 보내주고 준비를 해 오도록 했다.

낭송에 이은 각자의 사연들이 J의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잔잔히 공간을 메워갔다. 연령과 경험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떤 참가자는 인생의 큰 시련을 이겨내고 있는 작가를 위해 김윤아의 going home을 무반주로 불러주기도 했다 . 물론 영상을 미처 체크하지 못한 참가자들의 낭송과 사연 부분이 배경영상의 자막과 어긋나서 미숙한 부분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자잘한 미숙함도 자연스럽고 좋았다. 그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북파티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 즐기는 진짜 파티가 되었다.


"콘서트 내가 봤던것중엔 좀 미숙했지만 훌륭했습니다" 나의 멘토 J는 북토크 5일후 이런 평을 내렸다.

"미숙하면 안돼요" 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부족했던 아니 그의 표현대로 아쉬웠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풀어내 주었다.

그의 공연장 스케치 영상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바쁜 일정에 겹치면서 편집에 많은 시간을 투자 못한것을 미안해 하는 J였지만 영상을 돌려본 우리 모두는 다시한번 그 따듯했던 시간을 되새기며 행복해 했다.

'선생님 근데 참 대단해요. 그날 화나 있었쟎아요. 저에게.. '

"네"

'근데 영상들은 넘 따뜻해'

"그게 중요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이 말 역시 나의 가슴속에 오래 남을거 같다. 역시 J는 프로다


내게 있어 이 북토크의 가장 아쉬웠던 점은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 그래서 그 준비 과정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충분히 즐겼지만 그 즐거움을 좀 더 길게 끌고 싶었던 것. 그러나 돌이켜보면 짧았기에 그만큼 더 애틋했을 지 모른다. 짧은 여행지에서의 아쉬운 로맨스처럼.


[우리들의 이야기] 코너 후에 유창선 님의 책 이야기가 30여분 그리고 Q&A 가 있었다. 지난번 서귀포에서의 인터뷰보다 선생님은 더욱 건강해진 모습이셨다. 말도 자연스러웠고 편해보이셨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이야기]코너를 좋아해 주셔서 기뻤다. 최근 선생님의 다른 저서들도 구해서 읽고 있었는데 이번 북토크 저서인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지적이었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고 있었는데 이건 구입을 해서 나의 느낌들을 달아가면서 읽어야 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분과 함께 북파티를 하고 있다니 가슴이 뭉클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멋진 일들이 많았던 2019년

'오늘은 어떤 일이 숨었다 나타날까

아직까지 아무 일도 없지만 근사한 일 생길거에요'

어렸을 때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 가사다.

올해 나는 자주 이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다. 뭔가 멋진 일들이 생길 때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숨었다 나타날까.. 아직까지 아무일도 없지만 근사한 일 생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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