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서 알게 된 것들
시사평론가 유창선
잘나가던 시사 평론가가 어느날 갑자기 연수 부근에 종양을 발견하게 된다. 뇌종양 수술과 후유증,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깨닫게 되는 일상의 소중함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존엄. 그는 그의 경험을 담은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를 발간했다.
8개월간의 병원생활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 그가 2주 전부터 아내와 함께 따뜻한 남쪽 서귀포에서 휴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시 문화도시 센터는 그의 경험과 이야기를 제주 시민과 함께 나누는 북콘서트를 기획하여 제주 시민들에게 따뜻한 연말을 위한 문화 선물을 제공하고자 한다.
"유창선 선생님?"
서귀포 버스터미널 근처의 카페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예상했던 것 보다 젊고 건강한 모습에 놀랐다.
언뜻 계산해 보아도 50대 후반이실텐데 겉보기에는 그보다 10살은 젊어 보이셨다.
뇌종양 수술 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넒겼다고 했다. 그러나 나를 보며 자신의 상태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선생님의 모습.
다행이었다. 눈물이 많고 글에 약한 나는 글 잘 쓰는 사람에 약하고 감동도 잘해서 쉽게 울고 만다. 인터뷰를 하러 와서 아픈 사람 앞에서 울게 될까봐 걱정했던 마음이 오히려 미안해 졌다.
'입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한게 1달 반이 되었어요.
먹는거 중에 뭐가 제일 마지막 단계 인줄 알아요?
물이에요.'
선생님은 아직 물을 마시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물은 워낙 잘 퍼지니까 기도로 들어가기 쉽고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단다. 인터뷰 중에 차를 드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사리가 들려 한동안 기침을 하셔서 가슴이 덜컹했다.
말도 여전히 조금 어눌하다. 걸음걸이도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아픈 사람이 맞다
그러나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차분하고 지적인 눈빛과 힘이 있는 단정한 태도 그리고 배려를 담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는 모습에서 하드웨어가 재부팅이 되고 있는 스마트한 소프트웨어를 마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선생님 제가 북콘서트 기획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는 이 기획을 맡으면서 이 북토크의 주인공이 누구 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음.. 저는 책의 저자와 함께 참여하는 참가자들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모두를 주인공으로 하는 북콘서트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서울에서 북콘서트를 했어요. 그 때 강연에서 제가 1시간 이상을 이야기 했어요. 그리고 나서 거기 참가한 모든 분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소감이나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것도 참 좋았어요. 그런데 그것과 지금 말한 그 기획의 차이점이 뭔가요?'
"음.. 저는 참가자들에게 책을 미리 읽어 오도록 할겁니다. 그리고 그 분들 중 자신의 느낌이나 혹은 이 글과 연결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면 그분들의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아주 큰 시련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종류가 다른 다양한 시련을 겪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비슷한 경험들과 생각들을 갖게 되는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그분들이 책을 읽고 공감하고 혹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 분들이 원하는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내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싶어요. 낭독을 원하시면 낭독을, 선생님 글에 답글을 준비하셨으면 답글을 혹은 음악을 그림을. 무엇이든 참가자들이 책을 읽고 느낀 감상들을 풀어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것을 선생님의 강연 전, 순수하게 책으로만 만난 감상들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풀어내고 싶습니다."
'좋은 거 같아요'
그렇게 선생님에게 이번 북토크의 방향을 설명하고 이해를 얻었다. 선생님은 그 외 북토크 시간과 참가자 수 그리고 책 구입에 대한 내용들을 꼼꼼히 체크하셨다.
제주시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작년 재작년 두해 겨울마다 태국의 왓포 사원에서 왓포맛사지를 배웠다.
100세 시대. 100년을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그렇게 오래 사는 것이 당연한 현상일까 생명이 그렇게 강한 것일까. 맛사지를 처음 배울 때 마사지를 해서는 안될 부분들,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배웠다. 강한 압박을 잘 못 가하면 우리의 몸은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 때 아짠(태국에서 선생님보다 좀 더 격이 높은 선생님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교수 정도) 의 손에 끌려 조심해야 할 부분들에 손을 대 보았을 때 느껴지는 그 연약함.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오랜 투병을 하시는 엄마를 맛사지 하며 느꼈던 눈물나던 감정들. 점점 더 작은 할머니가 돼가는 엄마. 딸이 좋아하는 나물반찬 가득한 밥상을 차려주며 내 앞에 앉아 수줍게 웃는 엄마의 얼굴.죽음은 늘 가까이 있다. 우리가 그것을 우리 안으로 끌어당겨 인정 할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죽음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의 가치를 깨닫고 더 사랑하게 되지 않나 생각한다.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북토크에서 우리 삶의 시련과 그것들을 이겨내게 하는 사랑과 우리가 가진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시간을 준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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