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작은것이 아름답다(JAGA)'가 주관한 환경토크 프로그램이 제주도의 지원으로 문화도시제주 거점공간 수눌당에서 지난 6월 21일 열렸어요.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JAGA)'는 환경강사, 교사, 기자, 생태해설사, 디자이너, 기획자등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들이 모여 건강한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활속 작은 실천들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지역 환경단체입니다.
올여름 JAGA의 첫번째 사회환경토크 주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세계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인 인종차별, 혐오, 폭행 사건은 우리 속 이방인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정리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죠. 코로나로 착한 거리두기가 지켜져야 하기에 참가자는 선착순 10명으로 제한 되었는데 페이스북에 참가자 모집 광고를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마감이 되었다고 해요.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멋진 제주인들의 모습에 자랑스럽기도 했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함께 진행된 막걸리 담그기 체험에 유혹 당하신 분들이 더러 계시기도 하셨답니다.
휴양지에 어울릴법한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까지 물리적인 환경은 완벽했던 오후였어요.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착용과 멀찍이 배치된 의자들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멋진 그늘막을 제공해준 천막 아래에서 착한 거리두기를 지켜가며 토크쇼는 별 탈없이 진행되었어요.
하지만 공간의 PM으로 일정 수 이상의 모임이 자제되야 하는 코로나 상황이라 긴장은 너무 당연했겠죠.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도시 제주.
코로나 시대 시민들은 어떤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을 까요?
그리고 수눌당과 같은 문화 공간이 시민들에게 어떤 형태로 이용될 수 있을까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첫번째 행사였던 이 프로그램은 수눌당의 PM으로서는 수눌당을 일반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관심을 유도한다는 목표를 가졌지만 동시에 코로나 이후 문화공간의 활용 모습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취재했던 기자의 이야기가 한참 무르익자 참자가들은 서로의 간격을 좁혀기자에게 가까이 다가섰어요. 막걸리 담그기 체험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눈을 더 빛내며 기분좋은 공기속에서 습관처럼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갔죠. 가슴이 덜컹했어요.
햇살과 바람이 어우러진 잔디 마당에서 잘 쩌진 쌀을 누룩에 비벼대며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피는 보기 좋은 광경에 흐뭇한 엄마 미소가 나올뻔 했지 뭐에요.
아.. 정신차려야지. 라는 생각에 어느새 내려졌던 마스크를 다시 올리고 풀어진 긴장을 다시 잡았습니다.
행사는 무사히 즐겁게 잘 끝났어요. 참가자분들은 십시일반으로 각자가 버무린 막걸리재료를 두컵씩 수눌당에 기증을 했어요. 막걸리가 익으면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요. 먹걸리는 익을 대로 익어서 지금 걸러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걸리가 익으면 다시 모이자는 약속을 지키기엔 요즘 다시 번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야겠죠.
수눌당을 둘러보시고 좋아하시던 시민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수눌당은 우리의 재산임이 분명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가 함께 동시간 동공간을 소유하진 못하겠지만 그렇기에 더 열심히 공간을 열고 운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곳과 통하는 많은 창구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다행히 우리는 '따로'여도 '함께'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따로'가 습관이 되기 전에, 이방인들이 막연한 불안의 대상이 되기전에, 다시 북적이며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원수를 못채워서 이리저리 뛰는 그런 상황이 어서 빨리 돌아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