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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갓 Mar 13. 2020

 어제는 일찍 잠들었다. 아니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잠들었으니 오늘이라고 해야겠지.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잠깐 엎드려 누워 있어야지, 하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깼다. 정말 피곤했나 보다. 몸 전체에서 무거움이 느껴졌다. 겨우 몸을 일으켜 시계를 보니 4시 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대로 다시 뻗어버릴까 하다가 일기인가 뭔가를 쓰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다 끄적인 후 옥상으로 올라갔다.
 주변은 조용했다. 가끔 바람이 지나갈 뿐이었다. 차가운 기운이 주위에 감돌았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견딜만했지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냉기가 온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갔다. 담배를 태우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반달과 손톱달, 그 중간쯤의 모양을 가진 아주 예쁜 달이 떠 있었다. 그 달의 이름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자주 달을 올려다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님, 달님, 하며 달에 대고 뭔가를 비는 것은 아니다. 달을 본다고 그것이 내게 뭔가를 주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달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달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내 영혼을 천천히 빨아 당기는 것 같기도 하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빨아먹을 때와 비슷한 속도로.
 그러고 보면 달은 항상 주위에 머무르고 있다. 달은 매일 밤 다른 모양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심지어 낮에도 낮달, 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흐린 날, 가끔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달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면, 다시 그것은 모습을 드러낸다. 어찌 됐든 달은 찾으려 하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달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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