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기적 같은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일. 이 간단한 문장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일은 쉽지 않다. 드물기는 하겠지만 평생 그 기회를 한 번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인연이 끝나면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다.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도 쉽지가 않다. 왜 하필 이 사람과의 인연이 여기까지밖에 되지 않는지 세상을 향해 원망한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상처받지 않고, 힘들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혼자 보내는 시간도 즐겁고,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때 연애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혐오가 깊을수록, 칠흑 같은 어둠보다 더한 외로움이 느껴질수록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갈망은 더 커져만 간다. 술이나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한식을 좋아하니까 두 번 만나면 한 번은 한식을 함께 먹는 것. 상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챙겨주는 것.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 그것이 건강한 연애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들도 성격이 다르고, 수없이 다툰다. 하물며 평생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가 싫어하는 것도 한 번쯤은 해줄 수 있겠다'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길을 걸어 다니는 연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그것은 진심이다.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어쩌면 두 사람이 만난 것이 참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에 깨달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다시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혹시, 바빠서,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어쩌면 나는 이미 그 기회를 모두 놓쳐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좋은 사람들을 충분히 많이 만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