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깨닫지 못한 이별의 이유
오늘 우리 어디를 갈까 묻는 너
아무 데나 가던지 귀찮은 듯 대답하는 나
우리 뭘 먹을까 다정하게 묻는 너
아무거나 먹자 그게 그거지 라고 냉랭하게
대답하는 나
영화 보러 가자 요즘 이 영화 괜찮은 거 같아
어때 내 의향을 묻는 너
재미없으면 어쩌려고 조금 따지듯 말하는 나
날씨도 좋은데 오랜만에 소풍이나 가자
김밥 싸가지고 괜찮지 내 기분을 살피는 너
김밥은 네가 싼다면야
난 그런 거 하기 싫어하는 거 알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나
그때는 정말 몰랐다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의 무심함과 우뚝한 태도와 성의 없는 말투가
당신과 내가 헤어지는 이유가 될 줄이야
내가 얼마나 재수없는 사람인지
당신이 얼마나 나를 위해서 노력했는지
그리고 나 때문에 마음에 상처도 받고
또 지쳐갔는지 왜 그때는 깨닫지 못했을까
조금만 빨리 알았다면
내가 지금 가슴 치면서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데
늘 당신은 내가 무엇을 하든
내 옆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을 줄 알았어
당신과 헤어지는 이유가
나였다는 사실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우리는 분명 달라질 수 있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