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여주인공처럼 자고 나면 모든 기억을 잃어 버린다면 과연 어떨까
내가 누구인지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잠들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마치 금방 태어나 아무것도 기억할 것이
없는 아기처럼 된다면 사는 것이 공포
그 자체일 거 같다
살다 보면
기억이란 것이 참 끔찍할 정도로
나를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 잔인한 무기가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자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길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이란 것이 결코 잔인한 무기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때론 다시 올 수 없을지 모를 소중한 기억을 떠올릴수록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기억도 존재하기도 한다
자고 나면 전부 지워진다면 행복했던 순간도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사는 것도 웃음을 잃은 두려움만 존재하는 삶이 되기에 끔찍할 거 같다
행복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살아가길 원한다면
지금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이들과 행복한 순간을 죽는 날까지 기억하기 위해서 기억하기 싫은 아픈 기억까지 떠안고 가야 하는 버거움을 감수해야만 행복에 대한 기억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행복한 기억의 범위가 커질수록 아픈 기억은
슬그머니 내 기억 속에서 그 범위가 좁혀지고
언제인가는 내가 극복할 수 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크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