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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Jul 29. 2020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위험한 이유

현대인들은 누구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을 강요받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행동하여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충동적인 행동을 하거나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성적인 것이 늘 좋은 것일까요? 감정과 이성의 균형에 대해 알아봅시다. 


이 이야기는 상담 현장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기반으로 각색하여 작성한 이야기입니다.  


A씨(30세)는 프로그램 개발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2명의 친구와 일만 있으면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삶의 목표도 명확했고 업무 성취감도 좋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울감이 많이 들고 주변 사람이 했던 지나간 말들이 떠올라 일에 집중이 안된다고 한다. A씨는 지나간 것들이 사실 별것도 아닌 건데 힘들다면서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실제 감정은 못 느끼는 사람 같았다. A씨는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일 때만 자신에게 허락하는 것처럼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에게 납득하지 못했다. 


마음은 이성과 감정으로 구성되어있다. 사람에 따라 이성과 감정의 비율이 다른데 어느 한쪽만으로 깊게 편향되면 심리적인 어려움이 발생한다. 특히 지나치게 이성만 발달하는 경우 감정을 억압할 수 있고, 감정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게 막는 요소가 된다. 인간은 처음 태어나면 감정만 존재하는데 사회화가 되면서 이성이 발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감정은 정신의 기본이며 그 위에 이성이 발달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에 직면하게 되면 주관적인 감정을 억압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 받는다. 특히 사회 생활에서 이성의 역할은 감정 보다 더욱 중요시된다. 그러다보니 감정을 과도하게 억압하고 이성과 합리를 중심으로 마음상태를 변화시킨다. 심해지면 자신의 감정조차도 억압하거나, 남의 일인 양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결국 어떤 판단을 할 때 개인이 느끼는 감정보다도 이성적으로 맞는지, 틀린지가 기준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징조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는게 맞는지를 생각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합리적인지? 객관적으로 맞는건지?를 생각한다”

이성이 정신에서 우위에 있으면 객관적인 것을 선호하며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마치 감정이 없는 AI같은 느낌이다. 남들에게 자연스러운 감정도 이들에겐 부자연스럽고 감정 표현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미성숙한 것으로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위기상황에서는 이들은 강하고 대범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연인이나 친구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에선 혼란스러워 하며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객관적인 사실들은 공감하지만 갈등과 관련한 불편한 감정은 힘들어한다. 남들처럼 공감은 하는데 가면을 쓴 듯이 부자연스럽고, 안면근육이 자연스럽지 못한 경직되어 딱딱한 느낌이다. 심한 경우, 남들이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지적 마저도 이들은 스스로 공감하지 못한다. 



이성적인데 감정 조절이 안되는 이상한 마음의 원리


“감정이 없는 것처럼 냉정하고 이성적인데... 갑자기 화가 나요”

“이성적인데 여자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하루종일 일에 집중이 안되요”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적인 면이 있어요”

“여자친구가 말한 것을 기억 못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인간 정신의 다양한 부분 중에서도 특히 감정은 이성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감정은 이성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고, 감정 보살피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감정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오랜 기간 억압하며 살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원래 감정이란 충분히 보살필만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으면 점점 안으로 숨기 마련이다. 부정적 감정을 반복해서 억압하면 작고 사소하던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감정덩어리로 등장한다. 이 감정덩어리는 그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했기에 원시적이고 분화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다. 


이성으로 처리해 놓은 억압된 감정은 과거와 비슷한 자극에 노출되면 마음 밑에 있던 감정들이 출렁거린다. 이때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우리나라 속담과 같다. 더한 경우엔 자극이 와도 불안조차 못 느끼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 기억력이 안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억은 감정과 함께 저장되기 때문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친구들과 놀러간 기억이 수업시간의 수학 공식보다 생생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이성을 우선시하는 경우 오히려 중요하게 기억하던 것들도 쉽게 잊혀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억압된 감정을 찾아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이성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것이 중요하다. 억압된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이해할 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바로 안정감있는 심리상태로 갈 수 있는 것이다. 


1. 사소하고 개인적인 감정들을 존중하자.

인간은 한 개인으로서의 존재하며 사회 속에 동화되어야 한다. 사회적 잣대인 옳고 그름의 규칙대로 사는 것은 공적인 것이지 개인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 경험하는 작고 소소한 감정들을 놓치지 말자. 


2. 부정적인 감정들이 존중할 때 자아가 성장한다. 

부정적 감정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해되고 수용되어야 한다. 그릇으로 비유하자면 부정적 감정들이 이해되고 담길 수 있는 용기가 클수록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커지는 것이다. 


자신의 작은 감정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결국은 나답게 살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억압된 감정을 되살려내서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고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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