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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Feb 04. 2022

깔끔했던 엄마의 설거지

나도 모르게 쌓이는 스트레스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물 한잔을 마신 후 어제저녁에 설거지한 그릇들을 정리한다. 그런데 엄마가 온 이후부터 내 패턴이 달라졌다. 물 한잔을 마신 후 설거지해놓은 그릇을 다시 닦기 시작한다. 엄마가 해놓은 설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저나 그릇의 구석진 곳에 찌꺼기나 고춧가루 같은 것들이 조금씩 묻어있다. 엄마는 눈이 어두워져서 잘 안보이신다. 두어 달을 그렇게 했다. 당연히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겠거니 하면서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생각했다. 아침의 설거지가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그날도 밥을 먹고 나니 어김없이 엄마는 "내가 할게"하신다. 엄마의 말에 난 '주방 불도 다 켜고, 물도 넉넉히 틀어놓고... 깨끗하게 하면 좋겠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에고 엄마 옆에 남편이 있었다. 주방은 깨끗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며 살아오셨고 음식이나 살림도 깔끔했던 엄마다. 통제불능의 상태로 속마음이 삐져나온 것이다. 설거지 스트레스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마음이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참아왔던 것이다. 억압했던 감정이 드러난 것이다.


엄마는 기분이 살짝 상했는지 튕겨내신다. '네가 더럽다고 하니 앞으론 안 해야겠다' 하신다. 아이고 에라 모르겠다. 엄마에게 장난이나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앞으로도 계속 설거지 못하는 건데.... 그렇게 하실래요?' 했다. 순간 웃음이 나오고 긴장이 풀어지는 듯하더니 엄마는 '그럼 안경 쓰고 설거지할까?' 하신다. 그런 엄마가 사했다. 원래의 루틴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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