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정수집

어린 어느 날을 떠올렸다

그런 것도 즐거움

by 감정수집

까끌히 부는 바람이 피부를 넘어 심장을 에둘러 지난다. 마음 표면의 오돌토돌한 피부가 느껴질 만큼 세밀히 불어오건만 아프지도, 쓰리지도 않다. 어린날의 온기여서.


가끔 침대에 누워 어린 어느 날을 떠올린다. 정확한 시점은 없다. 어릴 적 느꼈던 푸른 하늘과 벼들이 엉켜 부비는 소리만이 온몸을 휘감을 뿐이다. 내 몸 아주 작은 세포까지도 어루만지는 어린날의 기억은 그리 까끌히 불어온다.


바람은 황량하지만 포근함이 있고, 쓸쓸하면서도 복받침이 있다. 지난 모든 나날의 감정이 이 시간, 이 공간에 갇힌 듯 나를 둘러싼다.


추억, 그것이 지금의 나로 밀어냈다. 누구보다 더, 덜 할 것도 없이 쌓아진 것들로 나는 유일하고 내가 된다. 그 과정을 돌이킴이 어찌 즐거움이 아닐 수 있으랴, 오직 나만이 가진 내 유일함을 돌이켜 보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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