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정수집

내면에 솔직해지는 일

나라는 불완전성

by 감정수집

파란 화면에 과하게 짜증 내던 시절. 분노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블루스크린은 수많은 짜증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놈에 성질머리들을 예민했다는 표현으로 에둘러 말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 만으론 설명이 어렵다. 편집, 강박, 뭐든 잘 해내 보이고 싶던 채찍질은 자아확장을 위한 자기 소외의 일종이었을 테니까.


자신을 더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한 강박적 행위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내가 나를 소외시켰다. 잘 보이기 위한 나를 위해, 진실된 내면의 나를 억제했던 거다. 나쁘다라고만 할 수 없는 건, 목표지향적 삶엔 좋은 스킬인 이유다. 하나, 그런 삶은 감정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노력의 보상으로 주목받길 바라며, 억제된 나를 들킬까 두려움에 떤다.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에게 심적 보상을 할 수 없고, 피해의식은 의미 없이 뱉은 단어 하나까지도 예민히 반응케 한다. 내면의 웅크린 내게 접근하는 것에 대한 과민한 반응, 바로 피해의식이다.


문제의 시발점은 '나'다. 무엇으로부터의 문제가 아니라, 남이 내게 피해를 준 게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에 솔직하지 못한 거다.

요즘 인문학이건 공학이건 불완전성에 대한 언급이 많다. 방정식처럼 인과관계로 해석될 리 없는 세상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건강한 정신을 갖기 위해 자신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불완전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보이는 나 그리고 내면의 나 사이 불완전한 틈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이다.


걷어 차도 시원치 않을 화면을 보며, 잠깐의 투덜댐은 있었지만 이내 웃으며 넘겨버렸다. 사람 성격이 변하긴 하는구나 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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