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공학_038
그날따라 세탁기가 요란하게 소리 났다. 동전이 들어간 경험은 꽤 있어서 바로 아는데, 이건 분명 동전이 아니었다. 중간에 잠시 멈추고 뒤척여 봤지만 물이 가득해서 찾을 리 만무했다. 고장 날 것 같진 않아 다시 작동시켰다.
20분쯤 후, 시계에서 전화 알람이 울리는 데, 아무리 찾아도 핸드폰이 뵈지 않았다. 결국 전화는 받지 못했고, 그 후에도 한참 동안 이방 저방 옮겨 다니기만 했다. 15분쯤 흘렀을까. 주방에서 안방으로 가는 문턱에서 "아!"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절대 틀릴 수 없는 직감이었다.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일어나서 이불을 둘둘 말아 세탁기에 넣었으니. 이미 한참이나 돌아간 후라 자포자기하듯 그냥 뒀다.
세탁이 끝나고 뒤척여보니 역시나 핸드폰이 들어있었고, 아주 깨끗하게 빨렸다. 다행히 이상 없이 잘 작동했다. 사건이 너무 웃겨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나중에 문제 생길 수도 있다며 잘 말려서 쓰라는 것이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일단 꺼뒀다가 서비스센터 방문해 보라는 내용이 있어서, 바로 서비스센터에 예약하고 핸드폰은 꺼뒀다.
다음날. 서비스 직원도 그런 일이 많이 발생했는지 문제없으면 그냥 쓰셔도 되는데, 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뚜껑을 열어볼지 말지는 손님이 선택해야 하는데, 한번 뜯으면 방수 씰과 스크루를 새것으로 써야 해서 서비스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만 원 정도라 바로 열어서 확인해 달라고 했다. 10분쯤 후, "이럴 리가 없는데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네요."라며 웃음기 있는 얼굴로 말했다. 내부를 보여주는데, 먼지 한 톨 없이 너무 깨끗했다. 직원은 이어서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거 지금 멀쩡하다고 나중에 물로 세척하시면 절대 안 돼요. 보통 세탁기에 돌리는 정도면 물이 들어가야 정상입니다."라며 당부하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보통 자책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을 왜 그렇게 만들었냐며 말이다. 그게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됐을 일이었을까. 핸드폰이 거기에 들어갔을 리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시계에 전화 울림이 멀쩡하게 오는데, 세탁기가 세차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그 안에서 핸드폰이 울리고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런 핸드폰에 전혀 문제도 없고, 되려 깨끗하게 세척됐다는 게 현실로 벌어졌으리라고 누가 쉽게 상상할 수 있을까.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자책할 수도 없다. 만약 핸드폰이 고장 났다면 화가 조금은 났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는가. 나이가 들자 이런 우연적인 사건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받아들이자 감정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면 즐겁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에서 웃음이 터지는 것처럼. 삶에서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언젠가부터 재미있다고 표현하게 됐다.
불확정성 원리
양자 역학에서 맞바꿈 관측량(commuting observables)이 아닌 두 개의 관측가능량(observable)을 동시에 측정할 때, 둘 사이의 정확도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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