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정수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시콜콜 Jul 16. 2021

감정적이라는 것

나는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깊은 생각 없이는 감정을 이해하고,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우니까. 구분의 문제도 있거니와 성찰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를테면, 누군가에게 무례한 행위를 당했을 때 분노가 발생했다고 하자. 분노는 상대가 도덕적 기준을 넘어선 이유로 발생했을 수 있지만, 자존심이 상했거나 피해의식, 혹은 억제된 감정들이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근래 발생했던 어떤 기억나는 감정 중 그 원인을 명확이 아는 것이 있었는가. 물론 감정이란 게 딱 띄어서 구분 지을 순 없다. 어떤 상황에 발생하는 느낌들을 에둘러 표현할 테니까. 그럼에도 마냥 그 감정이라고 하기보단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감정을 들여다볼 필요성은 감정적인 것과 감정을 잘 아는 것을 헷갈리지 말자는 의도에 있다.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큰 것을 마치 감정이 뛰어난 마냥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면, 정말 꼴 보기 싫다. 이런저런 이유를 끌고 와 주장해 보지만, 자기 합리화의 시도일 뿐이다. 10년 전쯤 사회 초년생 일 때만 해도 "00씨는 일을 참 감정적으로 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뱉은 경우도 있지만, 그게 아닌 경우의 대부분은 00씨의 좋고, 싫음에 따라 판단한 경우에 해당했다. 사실 업무에 감정이 이입되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잘 이용할 때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낸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것과 감정을 잘 이용해서 업무에 임하는 건 다르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처리한다는 말은, 직장의 구조와 업무의 상관성을 배제하고 본인의 기분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고. 감정을 이용한다는 건, 잘 다스리는 것도 있지만 업무의 능률 향상을 위해 본인의 감정들을 잘 이입시킨다는 걸 의미한다.


코로나로 혼잡해진 세상, 매체를 통해 감정적인 것들을 자주 접하게 됐다. 특히나 요즘은 동양인들에 대한 혐오적인 태도를 꽤나 빈번히 본다. 혀를 차면서도, 이쯤 되니 스스로 조차 특정 국가에 대한 반감이 없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어쩌면 나도 무의식중에 저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나, 의심하면 아니라고 했던가. 무례한 행위를 당했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느라 바쁘다. 타당성 있는 분노인지 감정적인 건지 말이다. 빠르게 알아차리진 못하지만 적어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인간인 이상 25시간 감정을 겪진 않는다. 감정을 경험하는 시간은 누구나 같다. 굳이 나쁜 감정을 분출할 필요가 있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거짓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