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시콜콜 Sep 23. 2021

보고 타이밍만 잘 맞춰도 일잘러


자존감이 하늘로 솟아 칭찬 따위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칭찬 듣기 좋아하고 인정받기 좋아합니다. 사회생활 10년 차 알바에 군대까지 치면 18년.(거의 쉬어본 적이 없네요.) 일 잘한다는 게 뭔지 개인적인 생각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일 잘하는 것 ≠ 능력

해결 능력이라고 불리는, 어떤 문제를 잘 풀어내는 능력은 쉽게 갖기 힘듭니다. 일 잘하기도 쉽지 않지만 능력은 다른 차원이죠. 어쨌거나 그런 일을 해냈을 때 보통 능력이 좋다고 하지 일 잘한다는 소리를 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능력은 개인이 가진 어떤 특화된 기술을 발휘하는 면이래 봐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인데요. 어떤 점이 비슷하고, 같고, 다른지를 구분하는 건 좀 어렵고 여기서 다룰 일은 아니어 보입니다.


일 잘한다는 게 기준이 참 천차만별이긴 하네요. 저는 아니라고 했지만 누군가는 업무 능력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고, 인사고과가 기준이 될 수도 아니면 이 모든 걸 기준 삼을 수도 있고요. 정확한 의미도 없고,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굳이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인가 싶지만, 적어도 일 못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잖아요. 그래서 나름 여러 상황에 통용된다고 생각되는 기준을 가져와봤습니다. 업무 능력과는 다소 구분되는 것으로 말이죠.




일이라는 걸 다른 시선에서 보면

일을 단순히 처리해야 할 사건이 아닌 프로세스 끝단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정부는 정책을 이행해야 합니다. 기업 관점에 대해서만 보면 정해진 시간 내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죠. 바로 시간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제품을 직접 론칭하지 않는 경우라면 시간 약속은 더 중요해집니다. 기업 관계가 한순간에 끝장날 수 있으니까요. 포로수용소에서 수용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만든 울타리에서 유래된 데드라인이 일의 마감을 뜻하는 용어가 된 만큼이나 말이지요.


"내가 최종 결정권자도 아니고 전체 데드라인을 결정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한테 시간이 중요?"라고 할 수 있는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기업의 생존 문화에 물들기 마련입니다. 괜히 공무원이네 대기업, 중소기업이네, 유통이네, 건설이네, 제조업이네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마다의 개별적 특성은 있지만 산업 구조적 환경과 기업문화에 스며들지 않는 사람은 드물죠. 어쨌거나 그 모든 환경에서 시간만큼은 통용되는 기준이라는 겁니다. 그런 환경에서 생존한 부장, 과장, 선임, 사수라고 다르겠어요. 그러니까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는 말입니다.




능력이 안돼서 시간을 못 맞추겠는데요

사장은 대게 무리한 부탁을 직원들에게 합니다. 무리하다는 건 과도한 업무량이기도 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업무이기도 합니다. 사장의 입장에서 보자고요. 물건을 팔려면 남보다 질 좋거나, 싸거나, 빨리 공급하거나 하는, 마케팅 용어로 말하자면 포지셔닝을 해야 합니다. 이런 경영적 문제들은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기술 개발은 가능 불가능이 명확한 편이지만 경영은 작고 크고, 쉽고 어렵고의 구분 없이 매 순간 불확실이 붙어 다닙니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시장을 예측해야 하죠. 그러니 사장이 주는 업무들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도대체 사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저리 닦달하는지 알기 어렵고, 때론 필요 없어 보이기도 하죠. (대부분 삽질인 거 같긴 합니다만...) 


일단 던지는 겁니다. 어렵지만 해결하면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일단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정말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약간은 경계선 상에 있는 업무를 주겠죠. 하달 받은 상사는 업무를 분배하고 내게 일을 전달합니다. 이때 상사가 사장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전달했다면 다행이지만, 이해 못하고 전달하면 일이 어려워지겠죠. 이럴 때 능력이 안돼서 못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일을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의 예를 적어봤는데, 어쨌거나 도저히 못하겠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보고입니다. 능력이 안돼서 시간을 도저히 못 맞추겠다면 보고해야 합니다. 일은 잘되고 안되고 여부를 떠나 보고해야 합니다. 시간을 신경 써서 말이에요. 




일이 잘 되든 안되든 보고

일이 잘 되고 있다면 데드라인만 맞춰 보고하면 됩니다. 보고의 질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능력이나 경력에 더 가까운 일이니까요. 간간이 상사가 물어볼 때 "00 문제가 좀 있는데 XX 하니까 문제없습니다."라며 해결 능력을 발휘했다거나, 심도 있게 고민해서 진행한다는 뉘앙스만 풍겨주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혹시 장기 업무라면, 주간 보고 혹은 월간 보고에서 보고하면 될 일입니다.


문제는 잘 안되는 경우겠죠. 이런 경우 주간 보고 나 월간 보고까지 기다리면 안 됩니다. "그동안 뭐 했어"라는 말이 대번 튀어나옵니다. 바로 보고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보고한답시고 쫄래쫄래 가서 "00님 이거 안되는데요."라고 하면 안 됩니다. 제가 약간 희화해서 적었습니다만. 데드라인이 있는 경우 대게 보고 양식이 정해져있겠지만 이런 문제로 보고하는 경우 정해진 보고 양식이 없겠죠. 보고 양식 없다고 정리 없이 가서 "안되는데요"라는 식으로 던지면 상사는 "어쩌라는 거야"라고 할 겁니다. 일이 안되는 경우는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업무가 과하게 하달된 경우도 있습니다. 능력의 문제라면 능력에 맞는 일을 재분배 받거나 능력만큼의 일을 받아야 할 일이고, 업무가 과하다면 상사가 업무 편성을 잘못했다고 봐야죠. 


일 안될 때, 일 잘해 보이는 보고, 저는 이런 방법을 씁니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 하고, 가능한 대안들을 찾아봅니다. 대안이 없다면 혹시 업무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도 고민해 봅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후 보고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나요? 회사 분위기 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보고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합니다.


보고 시점: 일을 하달 받은 지 일정 시간 이상 지난 시점

  - 받자마자 보고하면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요.


보고서: 최종 보고서 양식에 맞게 진행된 내용을 작성

  - 보고 양식이 따로 있다면 가능한 채워서 가세요. 상사가 파악하기도 쉽고, 업무가 이전되는 경우 이전 받은 사람이 처리하기도 용이합니다.

  - 보고 양식이 없어도 일정 양식을 갖춰 작성하세요.

  - 서면 결과를 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메일에 관련 내용을 작성하세요. 아래 '보고 내용' 항목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보고 방법: 메일 후 대면, 전화, 카톡 등

  - 특히나 이런 문제는 제발 메일 좀 보내고 보고하세요.(짜증) 증거 남기기와 자료 전달 및 보관 면에서 메일이 안정적입니다. 

  - 그렇다고 메일만 보내면 안 되고, 메일 발송 후엔 사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연락 방법으로 직접 보고하세요.


보고 내용: 애로사항, 해결방안 또는 대책, 해결 가능/불가능한 부분의 구분

  - 서술식 작성은 안됩니다. 구조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세요.

  - 문제가 있는 부분, 그것에 대한 해결 방안이나 대책(나름 대로의), 일이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 등을 구분해야 합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실지도 있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말이 있지 않겠습니까. 한데 못 하는 걸 왜 못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아요. 더욱이 초년생이라면 못한다고 보고하는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이런 어려운 문제를 대면하면 뇌 정지 상태로 횡설수설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나름대로 프로세스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그것대로 수행하는 게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요즘 보고서 작성이나 기획서에 관한 서적들을 여러 권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책을 보는 이유는 몰라서 라기보단 주로 콘텐츠 만들 때 혹시 빠진 부분들이 있거나 강화할 부분을 체크하기 위함입니다. 어떤 일을 제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설명하는 건 또 다른 일이니까요. 업무도 그렇습니다. 잘 된 업무조차 설명하기 어려운데, 못해서 못하겠다고 설명하는 건 또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시간과 보고

결론을 내면, 인사고과나 역량에 의한 기준을 배제하고, 개념 소통, 협업, 문제 해결능력 따위의 추상적 개념들도 지우고 나서 제가 생각한 현실적인 기준은 시간과 보고라는 거였습니다. 문제가 생기건 안 생기건 보고해야 합니다. 문제가 없을 때 구체적인 보고는 필요 없지만, 일이 잘 진행된다는 뉘앙스 정도를 풍겨주는 게 좋죠. 하지만 생색 내서는 안됩니다. 문제가 있는 경우엔 시점을 잘 선택하여 보고해야 합니다. 너무 이르면 해보지도 않은 게 되고, 너무 늦으면 "왜 이제 왔어"가 됩니다. 하루 내 처리해야 하는 업무라면 점심 전/후, 일주일 치 업무라면 이틀째, 한 달짜리 업무라면 1주 차 마지막 날이나 2주 차 정도일까요. 전달받을 업무를 하나도 하지 못하겠을 경우의 나름대로 기준을 말해봤습니다.


개인적 능력보단 집단 활동의 특성을 고려한 기준이었네요. 만능 기준이면 좋겠지만 사회라는 게 그렇지 않으니 어려운 일 아니겠어요. 모두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시길 바라요.

매거진의 이전글 추가 점수부르는 깔끔한 그래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