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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Dec 24. 2021

보고서의 정체성

보고서는 [       ]이다.

보고서가 무슨 정체성이 어쩌고 할 일이 있겠습니까. 그냥 제가 보고서를 대하는 태도를 좀 적어봤습니다.







보고서는 자랑이다.

저는 보고서를 자랑하려고 쓰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 공들이게 되거든요. 시간에 쫓길 땐 그냥 딱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준만 맞춰서 마무리 짓기도 하는데(요즘은 이런 경우가 더 많습니다만), 처음 현장에서 문서작업을 할 땐 정말 열심히 했었습니다. 칭찬받고 싶기도 했고, 내가 작성한 무언가가 저평가 받는 걸 너무 싫어했거든요. 강박이 있기도 했고.

제가 나름 뭘 금방금방 배우는 장기를 가졌는데,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은 그렇게 쉽게 숙달되지 않더라고요. 좋은 보고서는 그만큼 업무의 전반적인 사항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는 제대로 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없어요. 그러니 글을 이용한 표현력, 구성력과 같은 스킬에 더불어 업무능력까지 겸비해야만 좋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거죠. 

상사가 판단하기 나름이겠지만, 내 맘속으론 뿌듯하게.




보고서는 변명이다.

무능한데 고집 센 놈이 엉뚱한 걸 시켰다고 하자고요. 왜 안됐어?라고 하는데 뭐라고 해요. "니놈이 그따위로 시켰잖아"라고 속 시원하게 뱉을 순 없잖아요. 그러니 보고서로 들이대는 겁니다. 

여담으로. 무능한데 고집 세고, 착한 사람이 있어요. 극협합니다. 제일 나쁜 놈이에요. 유교 문화가 만들어낸 착한 코스프레라 하고 싶습니다. 본인이 실제로 얼마나 피해주고 있는지 모르고 지 혼자 착한 척. (옛날 생각나서 급발진 ㅋㅋ)  




보고서는 진급이다.

기업 문화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규모가 생기고 체계가 잡혀나가는 기업에선 보고서만큼 남는 게 없다고 봐요. 특히, 스스로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새긴 좋은 보고서들을 많이 남겨야 합니다. 저는 좀 뻣뻣합니다. 업무능력이 없는 건 아닌데, 로비나 영업, 정치지에 있어선 취약한 편이죠.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회사 적응을 반대로 하더라고요. 어쨌거나, 그래서 내 이름 새긴 보고서를 많이 남기려고 해요. 물론 대부분 업무가 보고서로 마무리되는 특성도 한몫합니다.




보고서는 이직이다.

초년에 회사가 정말 마음에 안 들어서 이직하기도 하지만, 연봉이나 직급 때문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봐요. 그럼 직급이나 연봉이 오른 만큼 더 상위 차원의 일을 해야 하는 건 당연. 올라갈수록 보고서는 더 중요해집니다. 기본이죠.

보고서가 이직이라는 건. 업무 능력 면에서도 있지만, 포트폴리오나 경력서 작성과 같은 부분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보고서는 마무리다.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사람은 일을 정말 잘 하는데도 진급을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내 로비, 정치 이야기를 빼고 이유를 꼽자면, 저는 어떻게 마무리 지어 냈느냐 라로 판가름 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 봅니다. 수주를 받았건, 내부 업무 건 어쨌건 일을 100% 완벽하게 해 내는 경우는 드물어요. 외부에서 받은 일이라면 수주를 받기 위해, 내부 업무라면 높은 목표 설정이 원인일진대 기업을 유지하자니 어쩔 수 있나요. 약간의 조미료를 치더라도 못해도 할 수 있다고 하고, 불가능해도 가능하다고 해야죠. 그런 상황에서 80% 밖에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잘 마무리 짓는 것. 목표의 70% 밖에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잘 마무리 짓는 것. 즉, 그런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내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여기에다 대고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한가로 핑계 대는 건 아마추어 아닐까요.

회사는 이런 일을 해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중요하다는 것과 차이가 있어요. 수익을 내고, 결과물을 데드라인에 맞춰서 달성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중요하지 않아요. 한데 현실적인 기업 구조는 이런 사람이 꼭 필요하단 말이죠. 데드라인이라는 게 있으니까 말입니다.

  







보고서라는 게 넓게 보면 한도 끝도 없네요. 저는 주로 하는 일이 문서작업이다 보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들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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