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 사업비 슬라이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과제 발표에서 타임테이블이나 사업비 부분을 그냥 채워넣기만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특히 정부 과제에서 많이들 그러시는데, 항목에 맞게 채워 넣기만 한 내용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한 가지만 죽어라 물고 늘어지자는 겁니다.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나 목표에 따른 방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사업비 페이지 조차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쓰면 그냥 슬라이드 낭비밖에 안됩니다. 나름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발표에서 구두로 일일이 전달하다가는 심사위원 뇌가 꼬이기 마련입니다. 중요하다면 그냥 적으면 되지 않겠어요.
위에서는 두 가지 포인트를 잡아봤습니다. 사업화와 직결되는 사업인데, 이번에 연구개발 성공하면 사업화에서는 60%까지 절감이 된다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보유한 장비를 통해 연구비를 60%나 절감했으니까. 우리 과제 뽑아 달라는 말이 되겠죠.
작은 사업은 몇개 했는데 대규모는 처음이다.
심사 기준에서 사업비를 매우 철저히 본다.
도저히 쓸 말이 없다.
등등
사업비 항목을 눈여겨 보는 과제들이 좀 있는데, 이런 경우엔 이 부분을 어떻게 어필할지도 고민해 봐야합니다. "우리 문제 없이 쓸게요"라는 말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말이죠. 담당 직원이 따로 있다던지, 경력자가 있다던지 그것도 아니면 담당 세무사가 비용 사용할 때 마다 체크를 해줄거라던지 말입니다. 좀 더 강렬하게 가자면 사업비 정산 내부 프로세스를 작성하고 그 중에 중요한 관문은 누가 관리하는지 적어 놓으면 임팩트가 있겠죠.
포인트는 두 개 입니다. 제가 지난 포스팅에 "좋은 제안서"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 주절 좀 적었는데. 결국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뭔지 파악하고 그것에 적합한 제안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작성된 제안서'와 '좋은 제안서'는 다르다고 말하는 게 좀 더 직접적이겠네요.
어쨌거나 결론은, 사업의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비용절감과 수익창출을 분명히 나타낼 수 있는 제안서라는 거였습니다. 이걸 기준으로 사업비 PPT 슬라이드의 세부 장표를 구성하면 되는 겁니다. 마지막에 올린 장표는 포인트를 두 개로 잡았습니다. 개발기간 축소와 사업화에서의 구축비용 절감이죠. 둘 다 비용절감에 해당하네요. 첫 번째 포인트를 대놓고 이야기 해보자면 이겁니다.
"C 연구는 원래 2차년도에 해야 하는데, 우리는 A 개발하면서 위탁에서 미리 연구한 C 내용 학습해 둘게, 같이 하기 힘들지만 이렇게 하면 연구개발 비용 줄일 수 있어"
두 번째 포인트도 볼까요.
"이거 개발하면 기존대비 52.5%나 절감된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필요한 기술인데 우리가 절반이나 싸게 할 수 있다는 거야"
연구개발 과제라고 해도 사업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기초기술연구는 어자피 연구 기관에서 수행하거나 자본력있는 기업이 자체 개발비를 투자해서 수행하는 겁니다. 그냥 기업은 먹고살기 바쁜데 그런거 언제 신경씁니까. 당장 돈 되는 연구 해야지. 그러니 미래 기술 보다는 현재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단기적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어떻게 사업화 할지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PPT 발표에서의 문제가 또 발생합니다.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거며, 또 사업화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심사위원을 설득해야 하는거죠. 그러니 일종의 설득 전략이 필요한겁니다. 구구절절 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건 하루 종일 발표해도 겨우 할 수 있을겁니다. 즉, 방법을 설명할 일이 아니라 전략적인 설득이 필요한거죠.
[연구/개발 전략] C 기술의 1차년도 연구를 통한 조기 기술 확보로 기술력 사전 내제화 및 연구개발 기간 축소
>> "연구에 난항이 있어뵈는 C기술은 연구능력을 보유한 위탁기관에서 개발해 줄거야"
[사업화 전략] 기존 기술 구축비용 대비 52.5% 절감
>> "기존에 상용화된 기술이라 수요는 이미 있어, 그러니까 이거 개발만 되면 절반값에 납품할 수 있다는거야"
슬라이드에 위 전략을 입증할 수 있거나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이 첨부되면 더 좋고요. 지면이 부족하면 참고자료료 넣으면 되겠죠. 위탁기관은 그 자체 만으로도 입증이 됩니다. 기존 대비 절감이 된다는 부분은 해당 분야에서의 사업경력이 입증해 줄 수도 있고 발주서와 같은 서류로도 입증이 될 있겠네요.
사업의 방향이 어떤지에 따라 전략은 당연히 달라집니다. 분야에 따라서도 다르고 말입니다.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사업비 부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슬라이드도 하나하나 마다 설득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그 내용이 다소 중복되더라도 우리는 이거 하나만은 진심이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하는겁니다. 발표가 완벽할 순 없습니다. 답이 없으니까요. 답이 없는 거에 완벽이란 단어를 어떻게 붙입니까. 그러니 PPT의 각 슬라이드 하나하나 마다 우리가 왜 이 장표를 이렇게 구성했는지 목적에 부합되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냥 양식에 맞게 채웠어요"는 학생때나 통하는 겁니다. 잘 모르니까 양식 맞춰 채워 넣는거라도 연습하다보면 언젠가 이해하겠지 싶으니까 그냥 두는 겁니다. 우리는 적어도 "돈 준다니까 우리 주세요"라는 식의 계획서나 제안서 느낌은 안나도록 작성해야 하지 않겠어요.
[본문에 사용된 PPT 템플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