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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Aug 13. 2024

목차만 봐도 티가 납니다

연구/기술 발표 목차 작성방법

발표에서 목차 페이지는 사실 대게 비슷하잖아요. 특히 실험실 세미나라고 하면 매번 같은 구조일 텐데 말이에요. 거두절미, 본론부터 시작할 수도 있지만, 목차 페이지를 전략적으로 잘 이용해 보자는 취지에서 포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최악 모음집

1. 누가 봐도 목차 페이지인 줄 아는데 굳이 강조까지 해야 할까요? 아예 없어도 됩니다.            

2. 좀 극적으로 넣어두긴 했습니다만, 너무 비어 보여서, 디자인을 위해서, 암시를 위해서... 그 어느 것에도 쓸데없습니다.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물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시선이나 집중력을 분산시켜서 혼란을 가져올 뿐입니다.            

3. 이런 식으로 넣는 목차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연구 내용 발표라면 어차피 순서는 다 거기서 거기니까요. 서두에 말했듯 특정 부분에 집중된 내용이라면 차라리 목차가 없는 게 낫기도 합니다.




말 잘하는 게 뭐가 중요해? 연구만 잘하면 되지!

발표 자료를 왜 잘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할 건데, 필요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이걸 왜 잘 만들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 못 하시겠다면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발표의 모든 행위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런데 이른바 '말발'이라는 곳으로 성공적인 발표 행위의 목표를 수렴시키는 경향이 이공계 분야의 학생들에게 있어 왔습니다. 지금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엔 좀 그랬죠.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자 학문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내 것을 설명하는 행위이며, 상대를 설득시키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 기가 막히는 제품을 만들었는데 하나도 못 팔고 앉아서 "이렇게 좋은데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멍청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죠. 제품을 누가 알아야 살 거 아닙니까. 광고도 하고 직접 들고나가서 홍보도 하고 말이죠. 광고나 홍보를 그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기로 취급하면서 온라인에 등록한 것만으로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멍청한 일입니다. 현장에서 이런 일이 정말 많습니다. 사회 구조가 복잡해서 그런 행위인지를 눈치채지 못하는 거죠. 그러니 그 행위가 멍청한 거지 사람이 멍청하다는 말은 아니기도 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 저는 과도한 노출 경쟁과 말발에 따른 현혹으로 지쳐있던 것 같습니다. 한창 산업이 발전해 올라가던 시기였으니 더욱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 '정직'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올바른 커뮤니케이션 개념을 익히지 못한 거죠. 현혹과 설득을 구분해야 합니다. 기술/연구 세미나 발표는 필연적으로 설득입니다. 결정권자로부터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 두 관계를 완전히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지금 말하자는 상황에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Prompt>>  현혹이 가진 배타성과 설득이 가진 긍정성을 이분법 적으로 설명해 줘.

  Answer>>  

              현혹 (Manipulation): 현혹은 주로 감정적 호소나 정보의 왜곡, 그리고 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청중을 의도한 방향으로 이끄는 행위입니다. 이는 청중이 논리적 사고보다는 감정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청중을 속이거나 이용하려는 부정적인 의도를 가집니다. 이러한 현혹은 일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신뢰를 손상시키고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설득 (Persuasion): 설득은 사실과 논리에 기반하여 청중이 자발적으로 동의하도록 이끄는 과정입니다. 설득은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며, 논리적 근거와 일관된 주장을 통해 청중이 스스로 결론에 이르도록 돕습니다. 이는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분법적으로 현혹과 설득을 구분하는 것은 개념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는 설득 과정에서도 감정적 요소가 포함될 수 있으며, 모든 현혹이 의도적으로 나쁜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발표는 설득과 점검의 행위이다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발표는 설득과 점검의 행위라는 겁니다. 내 기술/연구를 전달하고자 하는 행위로부터 상대에게 설득을 이끌어내는 목적의 활동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목차의 효과를 청자와 발표자로 나눠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자에게 주는 효과]

발표의 구조 소개 - 주제의 이해도 향상: 목차는 발표의 전체적인 구조를 청중에게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청중은 발표의 논리적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각 섹션의 중요성을 미리 인식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청중에게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기대 유도 및 집중력 유지 - 집중력 배분 (관심 영역에 대해 집중력을 높여 주거나 질문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목차를 통해 청중은 발표 중 다룰 주요 주제들을 미리 알 수 있어, 자신이 특히 관심 있는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목차를 보며 궁금한 점을 사전에 생각해 볼 수 있어 발표 중 질문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발표자에게 주는 효과]

              자신감 및 준비도 향상 - 테마에 대한 이해도 향상: 목차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발표자는 전체 발표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발표자는 각 테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발표 중에도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발표의 일관성 유지 - 논리적 전개 / 스토리텔링: 목차는 발표자가 각 섹션을 순서대로 체계적으로 진행하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발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논리적인 전개를 보장합니다. 발표자는 목차를 통해 발표의 주요 흐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목차 구성은 이렇게


1. 목차 페이지 "여기는 목차에요"를 굳이 크게 쓸 필요는 없습니다. 아예 없어도 됩니다. 누가 봐도 목차니까요.

2. 아마 연구 테마가 있겠지만, 그걸 풀어서 한번 써주면 듣는 사람이 이해가 더 빠르겠죠. 여기에는 해당 연구의 목적이나 방향성을 한 문장으로 써보세요. 이게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연구자에게 정말 필요한 스킬이기도 하죠. 전체 내용을 관통하도록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내용들은 모두 해당 목적이나 방향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요. 집요하게 하나만 제대로 판다고 생각하세요. 발표 시간은 짧습니다. 무한정 주어진다고 해도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무한정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말만 하고 나머지는 질문으로 받으세요. 자료는 가급적 첨부로 두시고요.

3. 전략이나 방법을 집약해서 작성하세요. 2번에서 작성한 문장을 어떻게 연구했는지, 어떻게 검증했는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구구절절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이 부분에서 해야 할 일은 청자에게 발표의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집중도를 높이고,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봐야 할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청자가 필요 없는 부분에서 리소스를 아꼈다가 필요한 부분에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말이죠.


다시 정리하면 '목차에서 해야 할 일은' 청자에게는 내용의 구조를 설명함으로써 일관된 이야기를 전달하고, 청자에게 필요한 부분에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며, 발표자로서는 테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발표의 일관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목적이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부분, 목적에 따라 각 챕터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테마에 대한 이해도를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고, 내용을 목차에 구성에 봄으로써 내용에 대한 일관성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

디자인을 미적 디자인과 전달 효율성을 위한 디자인으로 구분해서 고민하셔야 합니다. 둘을 완전히 떼어놓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게 전달 효율성이 좋은 디자인이 미적으로도 괜찮아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듯합니다.


본론을 말하면, 디자인을 참고하실 때에는 효율적인 레이아웃 디자인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폰트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실 텐데, 가급적이면 하나만 사용하시고, 집중도가 달라야 한다고 하면 두 개 정도까지는 좋습니다.


기술이나 연구 발표는 극한의 효율성을 따지는 게 좋습니다. 사업 발표는 자료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가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그런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술이나 연구에서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적 디자인까지는 아니겠지만 본인의 기술이나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죠. 발표에서뿐만 아니라 보고서 등의 결과물, 계획서 등의 연구를 위한 비용 마련에서부터 동료들과의 교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필요하니까요.






상급자, 교수님으로부터 잔소리는 많이 들을 텐데, 막상 어떻게 하는지 왜 중요한지는 가르쳐 주지도 설명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어른들이 잔소리하는 것과 같아요. 중요한지는 아는데 왜 중요한지는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니까요. 그렇다고 그들을 나무라거나 무능력하다고 봐서는 안 됩니다. 세상이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학문이 고도화된 만큼 지금의 학문으로 설명 가능해진 부분들도 있으니까요. 지금의 인간 사회가 구성됐을 때부터 유용한 능력이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이런 방식의 설명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일례로 명상이 좋은 건 알지만 종교적이거나 정신적인 분야로 치부되어 왔었기에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행위로 인식된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명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인간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러니 이제는 명상도 일종의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삶에도 중요한 스킬인 만큼 목차 작성 방법을 연습해 보는 게 어떨까요.






[템플릿 필요하신분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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