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지 않은 자의 마음

우리는 그들에게 일상을 빚졌다.

by 감정수집

계엄 당일, 화면 너머 보이는 상황을 어설피 느낀 건 나뿐이었을까. 현장을 겪지 못한 나는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해 코웃음 치고 말았다. "뭘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냐 저인 간은"라고 말하며. 물론 그런 생각은 며칠 사이 깡그리 사라졌다. 대법원 폭동, 체포 실패, 탄핵 부결 사태를 보면서.


탄핵 집회에는 참여했어야 했다. 당일 국회의사당으로 뛰어가야 하는 것까지는 아니었어도 집회에는 참여해야 했다. 그러지 못한 마음이 한편에 쌓여왔는데, 1년이 지나니 빚이 되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일상을 빚졌다.


계엄 1주년이 된 오늘. 조금이나마 빚을 갚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탄핵집회에 참가한 이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것뿐이었다. 지인 중 참여한 사람은 비록 두 명뿐이지만, 그나마라도 나는 마음의 무게를 줄여보려고 했다.


민주주의는 참 고약하다. 내란범들은 민주주의를 도구삼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이들에게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자들에게 민주주의는 보호막이 된다. 여전히 진행 중인 내란, 우리는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을까.


이 와중에,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둔한 자들은 입으로만 민주주의를 떠드는 자들을 옹호한다. 행동으로는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자들을. 민주주의는 그래서 또 어렵다. 그런 자들까지 이해해야 하니까.


계엄 후, 나의 일상 절반은 그들과 관련된 뉴스로 절여졌고, 절여지고 있다. 그날이 얼마나 끔찍한 날이었는지 몰랐던 나를 질책하며, 정치와 시사에 눈을 뜨려고. 어설피 흘러나오는 뉴스 따위에 분노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같은 내용이라도 다시 보고 또 보며 기억하고, 기억을 다듬는다. 대한민국이 어찌 흘러가는지 진정으로 이해해 보려고.


어린 시절, 기성세대를 욕하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한데 이제는 내가 기성세대가 되어간다. 이젠 내가 후배 세대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정치, 사회적인 것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는 전례 없던 산업 변화에 놓였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지는 않지만, 미세한 나 일 뿐이지만. 적어도 후배 세대들에게 건강한 사회, 질 좋은 일자리를 남겨줘야 한다는 것은 안다. 그것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작게라도 행하려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진정한 민주주의로의 정상화, 정상화를 넘는 더 고급스러운 사회. 그리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사회적 소명임을 느낀다. 이것이 계엄 후 1년을 겪은 나의 마음이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까지 포함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