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일기 19주 차
억지로 나를 만들려 하지 않았다
그냥 나를 두어보았다.
거치른 평야에
그 벌판에 나는 무엇이 된 마냥
아름드리로 우뚝 선 척하려고 하지만
사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잔뿌리 만이 어둠 속을
힘겹게 헤매고 있다
목마름을 해결하려고
그렇게 어둠을 헤매다 보니
내 허물이 벗어졌다
허영심, 자존심, 자만심
모든 허울이 벗어지니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이 드러났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의 모습이
앙상한 가지에 잎과 열매를 맺어 보려
갖은 수를 써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앙상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나의 잎을 말하고
나의 열매를 말한다
내 잎의 풍성함을 이야기하고
내 열매의 맛을 이야기한다
나는 보지 못하는
나의 잎과 열매를 말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강물의 백조가
품위를 지키기 위해 강속에선
얼마나 치열한 발길질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그 백조가 아름답다고 누가 말했는가
그 백조가 아름답다는 건 백조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이들에 의한 것일 테다
나도 그렇다
나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나의 모습을 갖고자 발버둥 쳐도
결국 나의 모습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정해져 버리고 있다
그러니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도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강요해도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설득해도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내가 나를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만들려면
황량한 벌판위의 나무처럼
물길을 찾기위해 끝임없이
어둠을 뚫어 뻗어나가며
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