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후기는 처음이라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by 감정수집

헛헛한 공간 적적함을 채우기 위한 수다쟁이 텔레비전은 매번 빈 공간과 대화를 나누다 아주 오래간만에 주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번생은 처음이라'이다.


22279862_489653298079134_1512025628003761177_n.jpg 출처: 이번생은 처음이라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그램을 잘 챙겨보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도 않을뿐더러 다음 계약 땐 반드시 취소해야겠다는 다짐만 몇 번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아주 간혹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생기는데 이번엔 아마 2년 만인 듯하다. 그것도 1화부터 본 건 아니고 8회부터 보기 시작했지만.


플랫폼이건 블로그 건 어디건 드라마 후기를 남기긴 처음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재미를 갖고 보면 그것에 심하게 취하는 성향이라 종영 후에는 마음속 뜨거운 여운만 남아 드라마 전체를 회상할 뿐 그것을 글로 쓰거나 기록으로 남기려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 드라마는 감성작용 이외에 다른 것이 크게 가슴에 와 닿았는데 바로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극 중 고정민(이청아)은 남세희(이민기)와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가 고정민의 유산과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남세희의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는 처지에 놓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2017111414398019463_1.jpg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윤지호(정소민)과 고정민(이청아)이 두 번째 마주치는 장면


과거의 연인 등장으로 남주인공, 여주인공인 남세희와 윤지호의 갈등이 심화될 줄 알았다면 오산, 다소 갈등의 요지는 있었지만 그것으로 크게 갈등을 겪기보단 과거에 겪었던 일들로 인해 두 주인공 스스로 자신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적 갈등이 더 포인트가 되었다. 남세희의 부모님이 했던 행동, 남세희의 행동 그리고 고정민의 행동 또 현재 시기로 넘어와 남세희의 아버지가 윤지호에게 통장을 건네며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 라고 대화하는 장면, 남세희의 어머니에게 윤지호가 이혼할 거라고 하자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네가(윤지호)가 이해하고 살아라 라는 장면 등 과거와 현재에 일어난 사건들 속에서 두 주인공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갈등을 겪게 된다.


201711283831758.jpg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남세희(이민기)의 아버지에게 통장을 받는 장면(좌), 윤지호(정소민)이 남세희의 어머니에게 다시 통장을 돌려주는 장면


남세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했던 행동을 조금 더 설명하면, 아버지는 남세희가 결혼하면 주기 했다며 통장을 윤지호에게 주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윤지호에게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 꿈이 뭐가 중요하냐 가정을 꾸리는 게 중요하지 라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어머니는 남세희가 과거에 아픔이 있으니 잘 보듬어 주고 가정을 안정적이게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지 않냐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드라마를 유심히 보자면 사실 남주인공의 부모님이 완전히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상이 몸에 배어버렸기 때문이겠지만. 하지만 드라마에서 윤지호는(사진의 우측 장면에서) 남세희의 어머니에게 반박한다. 과거에 남세희와 고정민에게 벌어졌던 사건이 다시 또 벌어지지 말란 법이 있냐면서, 결혼은 어른과 어른이 만나는 것이지 그것이 누구 한 명을 위한 일일수는 없다고 말하며 말이다.(실제 대사는 기억 안 나는데 이런 스타일인 듯?, 드라마를 보시길)


art_1510456650344_3f98e5.jpg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남세희와 아버지의 갈등


여주인공의 대사를 듣고 나니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젊은 세대가 원하는 모습에 훨씬 가까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아마 가족들과 함께 이 드라마를 본다면 가족 분쟁으로 번질 만한 요소가 다분하니 말조심하길 바란다.


남주인공 부모님의 행동, 남주인공이 과거 고정민을 내친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 그리고 윤지호가 남세희의 어머니에게 반박하는 행동들이 말하는 것은 결국 누구도 잘못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다른 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의 타박으로 삶을 흘려보낼 순 없다는 것이었다. 결혼생활은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며 결혼을 하는 주체가 결혼에 대한 타당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결국 자신 스스로를 위한 일이여야 함을 말이다.


드라마의 결말은 그렇게 어떤 것이 진정 자신을 원하는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으로 마지막화를 전개한다. 정확히는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으로다. 마지막화에서는 잠시 떨어져 있던 남세희와 윤지호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확인한 후 다시 만나고, 다시 만난 후의 결혼생활은 남의 시선에 의해서가 아닌 오직 스스로와 서로를 위한 결혼 계약서를 쓰면서 둘의 행복을 만들어 나간다.


23926433_510037972707333_6400075207421633756_o.jpg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마지막화 중


둘의 결혼 계약서에는 상대방 부모님 집에 방문해야 하는 상황들에 대해(제사, 김장, 명절 등) 그럴 필요 없이 각자 자신의 집으로 가는 것으로 정하는데, 마지막화 후반부에서 내레이션으로 부모님들에게 좋은 소리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드라마는 지금의 젊은이들과 우리 부모님 세대의 문화 차이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요즘 젊은이들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내 방식대로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단지 입장의 차이일 뿐 어느 쪽도 틀리지는 않았다고 말이다.


드라마에 심취하면 앞서 말했듯 깊은 감성작용만 할 뿐 이렇게 드라마를 해석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금 달랐던 건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하나하나가 아주 아름다웠던 데다 충분히 깊이 있는 소재를 나에게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이라는 것이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님을 그리고 문화적 차이는 누구에게도 틀린 것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IMG_5358.JPG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바닷가





아름답다

드라마가 너무 아름답다

특히나 누구에 의해

내 위치를 결정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내면으로

자신의 방향을 결정짓는

장면이 너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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