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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종 Aug 03. 2020

여섯가지 참회

내가 생각해야만 하는데도 생각하지 않은 것과

말해야만 하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

행해야만 하는데도 행하지 않은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생각한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말한 것

행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행한 것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하소서


젠드 아베스타라는 사람이 쓴 <여섯가지 참회>라는 시입니다.  

류시화 시인의 잠언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실려있는 이 시는 페르시아 조로아스터 경전의 기도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꼭 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일들, 그리고 이미 저지른 잘못한 일에 대해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생각까지 했음에도 저지르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큰 법입니다. 요즘 부동산 문제로 온 국가가 떠들썩한데 과거 집 안 산 걸 후회한 사람들 무지 많죠. 샀어야 했는데 사지를 못한 것이 생각 때문인지 행동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하지 않았던 일의 경우는 후회하기는 해도 참회하지는 않습니다.

외부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자기 양심과 마음만 덮어두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하지 않아야 했음에도 저지른 일들은 후회뿐만 아니라 참회와 용서까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나오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하는 것이죠.


사실 우리는 대부분 '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은 하지 않고, '해야 하는 일들'을 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거 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사는 삶 - 평범하고 보통의 삶입니다만,

아무도 잘 했다고 잘 살고 있다고 칭찬해주지는 않습니다.


잘못한 일들, 하지도 않았는데 생각만 했던 일들까지 참회하자고 하면서 

잘 생각하고 잘 했던 일에 대해 너무 인색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묵묵히 일상의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칭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하루 가족들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준 엄마로서 (말 안들어도 잔소리도 조금 하고)

오늘 하루 생업을 위해 열심히 일한 근로자로서 (사장님 미워도 회사 안 때려치우고)

오늘 하루 내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으로서 (놀고 싶어도 농땡이 안 피우고)

수고한 우리 스스로를 위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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