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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종 Aug 04. 2020

오학론이(五學論二)

공부는 배우고 익혀서 삶으로 이루기 위한 것이다.

공부에는 다섯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좋은 책을 두루 읽는 것이다.

이것을 박학(博學) 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박학을 독서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시작일 뿐이다.

두루 널리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두 번째 단계가 자세히 묻는 것이다.

이것을 심문(審問)이라고 한다.

이때는 병든 자식을 가진 어미가 그 처방을 물을 때의 간곡함이 있어야 한다

 

자세히 물은 다음에는 깊이 생각해야한다.

이것이 세 번째 단계로서 신사(愼思)라고 부른다.

육체가 임신을 하듯 정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잉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사유를 얻게 된다.


네 번째 단계는 지식이 신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명변(明辯)이라 이른다

명백하게 분별하여 행동의 기준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명변에 이르지 못한 지식인들은 창백하다.

머리와 가슴과 팔다리가 따로 놀아

언행이 일치되지 않고

해를 입는 것을 두려워 올바른 일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므로 행동에 앞서 먼저 스스로 확고해야한다.

 

명변에 이르면 다섯 번째 단계인 독행(篤行)으로 옮겨갈 수 있다.

오직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실천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쳐 공부하는 동안

배움이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향기롭게 익어

좋은 삶으로 완성된다.


생전에 뵙지는 못했지만, 제가 마음속으로 사숙했던 고 구본형 작가의 글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문집 속에 들어 있는 오학론이(五學論二)를 다시 풀어쓴 것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 공부하는 방법, 배우는 자세, 나아가 삶의 수양을 말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단계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세번째 단계부터는 남들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 배워야 합니다.

세번째 단계까지는 이르러야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낼수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그리고 그 글이 타인을 움직이려면 네번째 단계는 되어야 합니다.

완전히 네번째 단계를 충만하면, 신념이 일상이 됩니다. 언행일치를 넘어 삶과 글이 일치하게 됩니다.

성인(聖人)의 경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상이 오학론이에 대한 저의 풀이입니다.

저는 3단계를 목표로 살고 있는데, 1,2단계도 많이 부실한 듯 합니다.


평생공부가 필요한 100세 시대에 항상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인생공부의 원칙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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