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습니다. 그 중에 무엇을 기억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불행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익스피어가 한 말이죠.
사람에 따라 슬프고 괴로웠던 일들을 더 곱씹는 사람이 있을테고, 괴로웠던 일들은 훌훌 떨쳐버리고 좋았던 기억들만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후자의 성향이 강할지라도 괴로웠던 기억이 거의 대부분이라면 행복하게 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 단순히 기뻤던 추억이 슬펐던 기억보다 많으면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잠깐의 슬픔과 괴로움이라도 인생 전체를 압도하는 경험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소중한 존재의 상실, 또는 나 자신의 일부를 상실하는 경험이 그럴 겁니다.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아홉살 장난꾸러기였죠. 어느 날 불장난을 하다가 창고를 폭발로 날려버렸습니다. 자기 몸도 같이 날라가 버렸죠. 새까맣게 타서 구급차에 실려갔습니다. 마침 놀라서 뛰쳐나온 큰 형이 카펫으로 때려서 몸에 붙은 불을 끄지 않았다면 구급차가 오기도 전에 죽었을 겁니다. 전신 3도 화상, 생존가능성 0%를 의사로부터 선고 받았습니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기도와 보살핌끝에 결국 살아남긴 했지만 치료과정을 버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치료과정은 어린 소년이 겪기에는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계속되었고, 끝내 버텼지만 걷지도 못하고 물건을 쥐지도 못하는 불구자가 되어 버렸죠.
그 소년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뭐 다 예상하겠지만 살아남았고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멋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미식축구선수로도 뛰었고, 아름다운 반려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일구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존 오리어리입니다. 유명한 강연자입니다. <온 파이어>의 작가이기도 하죠. 여전히 손가락이 없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에 찬 삶을 살고 있죠. 흔해 빠진 장애 극복 성공담일까요?
처음에 존 오리어리가 쓴 <온 파이어>를 접했을 때는 저 역시 그렇고 그런 사후 성공담 중 하나로 치부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니 디테일이 다르더군요. 지금의 삶에 불평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희망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존 오리어리는 몸의 흉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고난을 이겨낸 스스로가 흉터보다 더 큰 존재라는 것을 몸소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아직도 SNS프로필에 올릴만한 그럴듯한 이야기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상처와 흉터를 드러내라고 그는 말합니다. 거울 속의 빨갛고 쭈글쭈글한 상처나 흉터가 보일지라도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받아들이라고 말입니다. 상처는 감추면 감출수록 덧날 뿐이고 흉터는 상처가 아물고 남은 자국일 뿐입니다.
과거,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처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세요. <권력과 광기>를 쓴 작가 비비언 그린은 진정한 삶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편지는 흉터라는 제목을 가진 짧지만 강렬한 두 편의 시로 마치겠습니다. 남은 한 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낸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
흉터는 보여 준다
네가 상처보다 더 큰 존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