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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종 Jan 06. 2019

#51 인트로(Intro)

출장, 어디까지 가봤니?

출장(出張)과 여행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출장의 목적은 일이이고, 여행의 목적은 노는 것이다. 출장은 비지니스 트립(Business Trip), 즉 여행의 한 형태로 분류되지만, 상반된 목적으로 인해 출장은 여행과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다. 여행을 가서 시간을 내서 일을 하는 것과 출장 기간 중 일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출장이 여행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내 시간이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패키지 여행에서 시간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 것과는 다르다. 패키지 여행 일일 프로그램도 내가 가기 싫으면 호텔에서 하루종일 뒹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과 여가를 확실하게 분리할 수 있는 진화된 인간들 내지는 외부에서 에너지원을 찾는 외향적 인간들만이 출장중에 여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그나마 출장에서 여행의 맛을 느낄수 있는 것은 출장이 여행이 가진 많은 특징들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접하고 낯선 곳에서 잠이 드는 것 - 개략적인 골격이 같기에 많은 이들이 출장과 여행을 혼동한다. 출장이 여행이 될 수 없는 이유와 될 수 있는 이유는 치열하게 공존한다.


기본적으로 여행의 목적지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다. 반면 출장의 목적지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니다. 외부에 의해 정해진 목적지와 일정은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은 꿈이지만, 출장은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출장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더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인생에 있어 그 순간들이 내부적으로 결정되느냐, 외부적으로 결정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일탈과 여행은 흥미진진한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은 매혹적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일상으로 자리잡지 못한다. 우리의 일상은 오히려 출장과 가깝다. 태어남이 우리 자신의 의지가 아니였듯이,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출장자인지도 모른다. 


개발 출장은 일반적인 출장과는 또 다르다. 대부분 한 곳에서만 오래 머물다가 돌아온다. 개발 출장은 여행이라기보다는 근무형태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짧은 과정이다. 똑같이 주어진 일상을 더 행복하게 채워 나가는 사람이 있듯이, 인위적으로 주어진 출장이라는 여행 역시 그 알멩이는 각자가 채워나갈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십 몇년의 세월이 흐르고 수십번의 출장을 다녀온 다음이었다.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은 내가 겪은 과거의 기록이며, 현재의 반영이다. 또한 미래의 희망이기도 하다. 어떤 형태, 어떤 모습이 될 지 나도 잘 모르겠다. 무작정 떠난 여행에 진정한 여행의 묘미가 있듯이, 나 역시 그냥 한 번 떠나 보련다. 그리하여 글이 길을 인도하고, 다시 길이 글을 인도하는 여행을 거치면 그 끝에서 미소짓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날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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