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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Aug 10. 2023

【YOLO족은 다 어디 간 거야?】

  

IMF를 맞은 지 20년이 지나면서 삶의 질이 조금 좋아졌던 2017년. 코스피 종합주가 지수도 2500포인트를 넘었지만, 소비지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빈부이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그런 와중에 YOLO(You Only Live Once.)시대라며 너도 나도 한 번뿐인 인생을 외치던 때가 기억난다. 2017년~2018년 욜로족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등장했고 이 시대 마케터들의 입맛을 다시게 했다. 나는 입사 1년만에 IMF를 맞았다. ‘눈물의 비디오’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고 직장을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면서 남일이 아님을 느꼈다. 그런 나에게 YOLO는 매우 낯설었다.


부서 막내는 우리 회사가 첫 직장이다. 어릴 때부터 유학을 해서인지 참 알뜰하고, 조금은 짠돌이다. 기특했다. 보통 남자들은 첫 직장을 갖고 한동안 마이너스통장에 빚이 한 1~2천만 원 정도 쌓였다고 영웅담처럼 늘여놓는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저축을 2천만 원이나 했다고 했다. 이제 그 적금통장 만기를 앞두고 있었는데, 반전이 있었다.     


“전 BMW 3시리즈 밑으로는 안 살 거예요.”      


‘헐!’ 아마도 위에 선배들의 영향일까? 직장생활 한 10년 한 과장 중에는 결혼 후부터 꽤 근사한 삶을 살아간다. 그것이 처가 덕인지 자신이 모아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갑자기 신축 아파트에 벤츠를 몰고, 차도 휴대폰 교체하듯 1년에 한 번씩 바꾸기도 한다. 입에서는 브라이틀링이 어쩌고, 로렉스가 저쩌고, 와이프가 사라고 했다는 둥... 빠듯한 월급으로 한 푼 두 푼 모아 이제 조금 한시름 놓으며, 아직도 구식 소나타를 아끼며 타는 나에게는 밀려오는 거부감이 온전히 내 몫이었다.


“가치가 다른 거예요. 과거에 근면 검소함이 중요한 가치였다면 지금은 멋진 인생을 살고 문명을 즐기고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된 것이죠.”라며 나의 불편한 눈길에 먼저 한방을 먹였다. 당시에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욜로욜로 하다가 골로간다’는 욜로족 남편을 둔 아내의 항변이 인터넷을 후끈 달구기는 했지만 YOLO 열풍을 식히기는 어려워 보였다.


월에 한 번씩 깨지는 액정 수리비를 불평하며 AS정책을 비난하면서도 아이폰을 써야만 하는 그들의 가치에 내심 동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막내의 가치는 물가 비싸고, 방값 비싸고, 시설 좋지 않은 강남, 서초 월세집을 고집하며, 죽어도 변두리 시설 좋고, 물가 싸고, 방세 낮은 곳으로 가기를 거부하는 욜로족이 더 좋아보였나 보다. 그들이 생각하는 강남 프리미엄과 외제차의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이 봐주는 눈길)은 모든 가치에 앞섰다. 겉모습이 아니라 중요한 가치는 내면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이미 외면으로 80% 이상을 판단하고 가진 것으로 인생을 결정하는 가치관 앞에 더 이상의 이성적 주장은 맥을 못 춘다.


그런 가치관을 반영해서인지 배우자 선택의 기준도 배우자 직장의 연봉 수준과 자가 소유가 선택 기준이라는 설문도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 노총각, 노처녀, 비혼주의자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둘의 사랑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 결혼이고,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자못 꼰대스런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나 그들은 씁쓸한 미소를 보낸다. “지금 더 큰 집, 지금 더 좋은 차로 시작하면 더 큰 행복이 올 거잖아요.”라며 말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유행처럼 다가왔던 YOLO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가의 하락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는 욜로족에게 덜컥 미래를 걱정스럽게 만들었나 보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한 가지에 몰빵하는 삶이 그들에게도 그다지 의미가 없었나 가성비가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그렇다고 명품점이 망하고 없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긴 팬데믹이 끝나면서 중고차 시장에 나온 많은 반값의 고급 외제차와 가성비 맛집의 인기는 분명히 욜로가 인생에 중요한 가치는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욜로족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아니 당시에는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다. 큰 집, 큰 차가 결국 부모들이 덜 쓰고 덜 먹고, 열심히 일해서 하나하나 이루어낸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 날 그냥 자신의 것이 된 복권처럼 생각했던 욜로족. 그 모습이 스스로 이루어 낸 것이라 착각하고,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마이너스통장의 잔고와 대출 이자를 확인하는 감출 수 없는 초라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6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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