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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Oct 31. 2023

【집에서도 실직하는 거 아냐?】

  집으로 큰 상자의 택배가 왔다. 아들의 이름으로.     


 “너 또 뭐 샀어?”

 “아니”

 “그럼 이건 뭐야. 엄청 큰 게 왔는데.”

 “아마 로봇 청소기일거야.”     


 갑자기 로봇청소기? 궁금증이 막 생기는데, 아들이 블로그에 사용기 써서 올리면 10만원 준다고 해서 물건을 받기로 했단다. 말로만 듣던 파워블로거가 우리집에도 있는 것인가. 언박싱을 한다. 그런데 박스를 차곡차곡 잘 남겨놓는다.      


 “왜 박스는 안 버려?”

 “이게 비싼 거라서 사용기 올리고 반송해야 돼.”     


 짧은 아들의 답변에 조금 안심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업주부를 선언하고 집안일이 내 일이 되었는데, 갑자기 로봇이 침투하니 내 일이 하나 없어지는 위기감을 잠시 느낀 것이다. 그런데 사용기만 올리고 반송한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윙, 윙, 척 철컥~~~ 스윙~~~잉’     

 조그만 녀석이 집안을 스캔한다며 돌아다닌다. 1세대 로봇청소기를 사서 별로 쓰지도 못하고 배터리가 수명을 다해 버린 기억이 난다. 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어머 이 체중계는 신기하게 생겼네.” 하며, 로봇 청소기에 올라서서 숫자가 안 나온다고 소리쳤던 그 로봇청소기의 기억. 지금 이 놈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집에 새롭게 침투해온 청소기는 민첩하고 부드러웠다. 벽면이 있으면 속도를 늦추며, 부딪히지 않는다. 전에 쓰던 것은 계속 부딪히면 두드렸었다. 그리고 집안을 다 스캔한 후 그려놓은 지도에 따라 가구를 피해가며 돌아다닌다. 지나간 자리는 이전의 청소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세상 좋아졌구나!’ 휴대폰 터치 하나로 온 집안의 청소가 마무리된다. 혹시 구석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작은 먼지는 소형 청소기를 들고 몇 번 ‘윙’ 하면 끝이다. 참 편했다. 전업주부임을 선언한 나에게 첫 위기였다. 내 일 하나를 뺏기는 것이 좋지만은 안았다. 조금씩 침투하는 기계문명. 나의 지적능력을 시험에 들게 하는 CHAT GPT도 짜증나는데, 이제는 육체적 움직임조차 허락하지 않는 로봇의 등장에 위기감이 느껴졌다.     


 누군가 그랬다. 돌아다니는 로봇 청소기를 보고 있으면 강아지처럼 보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강아지는 늘 주인과 눈을 맞추고, 리액션이 예술이다. 그런데 이 놈은 그냥 일만한다. 그리고 일을 마치면 무심히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를 또 놀라게 한다. 집어 삼켰던 먼지를 다 토해 따로 보관하니 이 또한 놀랍다. 그러고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     


 조그만 로봇에게 밀리다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 인공지능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 지금 내가하는 이 글을 쓰면서도 한 자 한 자에 힘을 주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침투에 굴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당장에는 전업주부라는 직업마저 뺏기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함은 거시적으로 인공지능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전업주부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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