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은 공부를 아주 잘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힘들게 살지도 않는 거 같고, 돈도 적당히 있고, 삶도 즐기면서 편하게 지내는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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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조카가 뜬금없이 나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그 삶이 부럽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입사원 교육 중 “여러분 꿈이 뭔가요?” 하고 물으면 약 60%가 “건물주요.”라고 답했다. 왜 젊은 청춘들이 도전을 통한 성취보다 편하게 사는 것이 목표가 되었을까? 한때 농구선수로 대성했던 서장훈이 한 예능에서 자기가 건물을 가지고 있고, 그 건물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이 생긴다고 했다. 또 심지어 신동엽은 건물 모으는 것이 서장훈의 취미라고 했다. 이 말이 젊은이들에게 건물주가 되면 노동 없이 임대료 수입을 통해 편한 생활을 영위할 것이라는 꿈을 갖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사실 서장훈이 대한민국 최고의 농구선수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누구보다 힘들었고,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의 과정은 생략된 채 현재의 모습에 도취되어 결과만을 원하는 MZ세대를 보면서 조금은 암울했다.
내 조카도 나의 현재의 모습만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삼촌이 그동안 새벽같이 출근해 사내외 정보를 파악하고, 밤늦게까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났던 일은 상상하지 못한다. 40살이 넘는 만학도가 되어 개인 생활을 포기하고 고액을 들여 박사가 되기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 백조같이 물 위에 모습은 상장회사의 임원으로 품위를 지키느라 도도하고 편해 보이지만, 조직 내에서 생존경쟁으로 이전투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녀석은 모르고 있다. 누구에게나 현재의 편안해 보이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통이 따른다. 물론 조상의 빛난 얼이라는 유전자 복원을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젊은 놈들의 눈에는 그저 현재의 모습만이 보이니 안타깝다.
그러면서도 MZ세대를 애써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본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그럴싸한 말로 그들을 설득하기에는 그들이 이미 너무 아프다는 것을 안다. 엄청난 입시 스트레스를 뚫고 대학에 입학해 스펙을 쌓아 사회에 나오니 취업이 하늘의 별처럼 떨어지기 전에는 딸 수 없어 보인다. 그마저도 이루었다 싶으면 결혼과 내 집 마련이라는 끝이 없어 보이는 난관이 앞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꼰대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그런 말을 한다. “야~ 예전에는 말야, 우리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었잖아. 그런데 이제는 고기 잡는 법과 그물을 사줘도 어렵다네. 그래서 이제는 부모가 열심히 고기를 잡아서 냉동창고에 가득 채운 후, 그 창고를 통째로 물려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이 말이 한 시대를 지나온 기성세대의 푸념만은 아닌 듯하다. 이미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입에서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는 뭐 한 거야? 건물 한 채, 그럴싸한 음식점 하나 안 만들어 놓고...” 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카톡의 닉네임도 아파트 모델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반포자이000’라고 한다.
과거에는 미꾸라지가 용도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용트림을 할 수 있는 물기둥도, 딛고 올라갈 계단도 보이지 않는다. 계단이 사라진 공간을 살아가는 젊은 MZ세대는 얼마나 답답할까? 내 조카 녀석이 ‘나처럼’이 아니라 “나는 외삼촌보다 더 멋지게 살 거예요.”라고 하는 모습이 더 보고 싶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