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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Apr 08. 2024

【저는 절대로…】

 

“저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겁니다.”   

  

봄, 가을이면 선남선녀의 결혼이 이어진다. 참 예쁘고 축하할 일이다. 매년 돌아오는 봄과 가을의 결혼행렬을 지나 결혼한 지 일 년 남짓 되면 2세를 생산했다 또 축하받는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중심추가 위치를 잡는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 3년 전에 결혼한 대리가 이미 아들을 낳았고 아이가 두 돌이 되니 어느 정도는 안정되는 듯했다. 그런데 가정과 일의 대립이 갈등 상황으로 전개되면 어김없이 가정을 택하고 있어 늘 일이 먼저였던 꼰대를 당황하게 한다. 한창 일을 해야 할 때, 육아라는 무거운 짐이 그의 삶의 무게 중심을 가정 쪽으로 한껏 옮겨놓은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도 본인은 항상 일을 선택하고 늘 자신의 삶을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언제나 자신은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열 번 중에 두세 번은 일을 선택해줘야 그래도 그 말에 수긍이 가지 않겠는가?     


하루는 직원들과 점심을 하게 되었다. 잠시 용기를 내어 공치사를 시작했다. “나 때는 말야. 아이가 아파도, 부모님이 수술을 해도, 심지어는 우리 아들이 태어나는 날에도 출장을 갔어.”라며 약간의 허세를 부렸다. 그 누구도 리액션이 없다. 허망함은 내 몫이다. 그런데 그때 나름 의리 있다고 하는 주임 하나가 “저는 앞으로 일을 두고 가정을 택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호기를 부린다.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자신은 일과 가정의 대립하면 열에 일곱은 일을 택할 거라고, 나이 들면 충분히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긴 인생을 보면 그것이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교육의 효과라는 것을 알면서도 녀석의 호기에 어찌나 기쁘던지 낮술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호기롭던 녀석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딸이다. 딸 바보는 순리다. 그래 예쁘겠지. 얼마나 좋겠어. 녀석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그 녀석 ‘저는 절대로…’라고 말끝마다 외치던 그 놈이 아이가 태어나기 3개월 전부터 그리고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정과 육아 그리고 회사 일 사이의 균형추를 일에 양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물었다. “이 주임아, 절대로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더니, 근 6개월 동안 선택의 순간에 넌 항상 가정을 택했던 것 알아?”라고 슬쩍 걸었더니 “앞으로 100일만 더 봐주세요. 그 이후에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겁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100일이 지나면 더 이상 가정과 일이 대립되거나 갈등상황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 선택의 기준은 자신의 삶 쪽으로 저만큼 가버려서 생각의 준거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꼰대스런 생각도 시간이 지나며 이젠 내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인구가 줄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한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가정이 우선이다. 아이 울음소리에 잠 못 자고 눈이 충혈 된 채 출근하는 녀석들이 진정한 애국자일 수도 있다. 결혼 정년을 훌쩍 지나도 연애하기를 두려워하는 청춘을 보면 그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알 것 같다. ‘단칸방에서 출발하면 어때.’라는 말이 그들에게 접수되기에는 그들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이 너무 멀다. ‘나는 절대로’라는 말을 안 들어도 좋다. 그저 결혼해서 가정 꾸리고 아들 딸 가리지 말고 많이 나아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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