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글이 안 써질 때가 있어요. 매주 글을 발행하기로 마음먹은 저는 목요일이 지날 즘,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목요일이 제 마음속 마감일이거든요. 마감일을 지켜 글을 발행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금요일을 맞이하며 주말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목요일 밤이 지나가는데도 글 발행을 못한 날에는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구독자분과 제 자신에게 한 약속을 어긴 것 같아 죄책감도 싹틉니다.
바쁜 마음에 작가의 서랍을 열어봐요. 작가의 서랍에는 생각나는 것들을 두서없이 메모한 쓰레기 같은 글들만 쌓여있습니다. 안 되겠단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노트북 앞에 앉아 보지만 도통 써지지가 않아 애꿎은 머리카락만 뜯고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매일 글을 발행하는 놀라운 필력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발행하기도 버겁네요. 역시 쓰는 사람은 아무나 될 수 없는 걸까요?
하지만 쓰는 일을 쉽게 놓아주긴 싫습니다. 그래서 글이 안 써질 때는 다시 쓸 수 있는 힘을 얻고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래서 제가 터득한 방법이 잘 쓰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글 짓는 이야기를 면밀히 살펴봅니다. 어떻게 하면 잘 쓰고 꾸준히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요. 최근 읽은 글쓰기 책에서 수집한 문장을 소개합니다.
글을 썼다기보다는 똥을 쌌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자신의 글이 똥처럼 보인 적이 한 번도 없는 작가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헤밍웨이도 그랬다는데("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ft").
글을 썼다기보다는 똥을 쌌다고 느껴질 때 마음을 붙잡는 법. 나보다 많이 알고 많이 겪고 많이 써본 사람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더 많이 알고 겪고 써도 두 개의 프리즘을 가질 수는 없다.
모든 글은 쓴 사람의 몸(마음)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태양빛이다.
이윤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p.111-112 인용
편집자로서 저자를 응원했던 경험을 적은 이윤주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엄청 많지만 내 글은 나밖에 쓸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봅니다.
[나의 출간일지] 네 번째 이야기를 전하고자 제 책장에 있는 글쓰기 관련 책들을 모조리 꺼내봤어요. 꽤 많더라고요. 가장 처음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은 건 사진에는 없지만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이었어요. 글쓰기에 대한 지식과 막막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글쓰기에 대해 알고 싶은데 처음으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강원국의 글쓰기'와 '글쓰기의 최전선'을 추천하고 싶어요. 쉽게 읽혔거든요.
제가 소장한 글쓰기 책들은 모두 내돈내산이지만 한 권은 선물 받은 책입니다.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인데요. 최근 중학생과 관련한 에세이를 출간하고 주변 지인에게 제 책을 선물했어요. 선물 받은 분께서 제게 에세이를 쓰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상황과 이야기'를 선물해 주셨어요. 이 책을 읽으며 에세이가 쉬운 듯 하지만 어려운 장르임을 새삼 깨달았고 우리가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구조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김동식 작가의 '초단편 소설 쓰기'입니다. 최근 소설 쓰기에 관심이 생겨 읽어봤는데, 친절하고 쉽게 소설 쓰기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 저처럼 소설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면 유의미한 글쓰기 서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관련 서적 중 저는 글을 쓰는 자세한 설명을 다룬 것보다는 글 쓰는 사람의 태도에 대한 내용이 풍부한 책이 좀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글이 안 써지는 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무라카미 하루키도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을 읽으며 유명한 작가들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글쓰기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읽은 글쓰기 관련 서적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소개한 책 속의 저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꾸준히 쓸 것'을 강조했어요. 이것만큼 글쓰기에 좋은 건 없다고 모든 저자들이 말하더라고요. 브런치에서도 글 발행이 몇 주 없으면 글쓰기 근육을 키우라고 알림이 오는 것처럼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나 봅니다.
쓰레기 같은 글도 꾸준히 쓰다 보면 보석이 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같던 글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가끔은 보석처럼 빛날 때도 있더라고요. 꾸준히 쓰다 보면 잘 쓰는 날이 오긴 오는 것 같습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이번주도 글을 발행한 저를 칭찬해 봅니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발행하고 계시는 여러 작가님들의 건필을 응원합니다.
다음에 전할 주제는 '계약서 작성 및 편집자와의 원고 피드백'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