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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Jan 28. 2024

내 삶은 왜 킬러문항뿐일까.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누군가의 인생이 쉬워 보여 부러울 때가 있다. 도대체 어떤 복을 타고났길래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는지 몸소리치게 부러워 미칠 지경이다.

내 인생은 사소한 일 하나마저도 늘 킬러문항인데, 인생의 답을 쉽게 척척 풀어가는 모습이 마냥 부러워 질투가 난다.


삶이 풀기 어려운 시험 문제를 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다. 분명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받은 문제를 성실히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했는데 번번이 배신당한다.

이제는 쉬운 문제를 받을 때도 된 것 같은데 늘 베베꼬인 어려운 문제를 계속 던져주는 신 또한 원망스럽다.

불편한 감정에 사로잡혀 모든 게 삐딱해 보이고 가슴이 답답할 때면 엄마밥을 먹으러 엄마한테 간다.




아빠를 먼저 보내고 혼자 남은 엄마는 무료함을 달래고자 종종 퍼즐을 맞춘다. 엄마를 찾아간 그날도 엄마는 돋보기를 쓰고 어김없이 1,000피스의 퍼즐을 맞추고 계셨다. 물끄러미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문득 우리 인생도 퍼즐 맞추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조각을 어렵게 찾아 방향을 맞춰 보지만 다른 조각과 미묘하게 맞지 않음을 깨닫고 손에 쥔 퍼즐 조각을 이동시킨다.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삶의 조각들이, 살아가는 순간들이 한 번에 제자리를 찾으면 좋겠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완성되는 퍼즐 맞추기처럼 인생의 답은 결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퍼즐 조각의 크기 또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아져 간다. 어린 시절에는 인생의 퍼즐 조각이 제법 커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퍼즐 조각은 하염없이 작아져 답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인지라 인생의 돋보기를 쓰고 어렵게 답을 찾고자 헤매고 있다.

     

혼자서 끙끙대며 고민해도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이 인생인데, 타인과 비교하는 불편한 마음까지 가득 안고 힘들어 하는 내게 러셀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들려준다.


내가 보기에 행복이라는 주제는 전체적으로 너무나 엄숙하게 다뤄져 왔다.
인생에 관한 이론이나 종교가 없다면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나쁜 이론 탓에 불행해진 사람들은 그 불행에서 벗어나려고 더 나은 이론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마치 당신이 아플 때 강장제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상적일 때 사람은 강장제 없이도 건강하고 이론 없이도 행복하다.
정말로 중요한 건 단순한 것들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우리에게 분석철학자이자 비트겐슈타인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일생 중 기억에 남는 건 말년까지 반핵운동을 펼치며 사회운동에 힘썼다는 점이다. '노령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을 만큼 죽기 전까지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냈던 점이 존경스럽다.


그는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에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충을 갖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듣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훔쳐본 적이 있다. 불안해 보이는 사람, 무관심한 눈빛의 사람,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각박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걸어가는 사람. 짧은 순간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저들은 각자의 삶이 가장 힘들다 느끼겠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들을 킬러문항이라 여기는 것처럼.




행복이라는 막연한 이상을 좇으며 힘들게 인생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는 내게 러셀은 단순해질 것을 권한다. 비교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꼬여버리는 것이 인생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어수선해서 감정이 불편해질 때에는 러셀의 말처럼 단순함이 정답이 될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살아 있는 것도 지금 여기 이곳에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도 행복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의 인생은 쉽게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내 인생의 답은 늘 어려운 법이다. 아마도 모든 사람에게 그럴 것이다. 인생의 킬러 문제를 받아 들고 행복이라는 정답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면 단순함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한없이 풀기 어려운 문제도 단순하게 생각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단순함이 주는 매력을 느끼며 비교의 덫을 거둬들이고 인생의 답을 찾아봐야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인생의 킬러 문제도 술술 풀리지 않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버트런드 러셀, 문예출판사, 2013, p.64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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