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중간고사가 드디어 끝났다.

by Golden Tree

고등학생 아들의 첫 시험이 지나갔다.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벌렁이고 생난리였다.

고등학교 시험은 상대평가로 등급이 나뉘고 그 등급으로 대학을 진학한다.

그렇다 보니 내신 시험도 마치 대학입시를 경험한 기분이었다.

특히 2025학년도 1학년부터는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등급이 나뉘어, 1등급의 의미가 더 중요해졌다.

변화된 입시제도가 적용되는 첫 세대는 깊은 근심이 함께한다. 낯섦은 두려운 법이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입시제도만 바뀌었을 뿐,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얻고 희망 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극히 T다운 냉정한 답변이나 정확하게 맞는 말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험 기간은 월, 화, 수, 목, 금 5일이었다.

이 시간은 꽤 길고 지루했다.

시험을 치는 당사자가 제일 힘든 법이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나 또한 5일의 시간이 힘들었다.

아들은 나를 똑 닮아 전형적인 걱정 부자다.

시험 기간, 아들은 두려움과 걱정의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해 후회와 아쉬움의 한숨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의 곁에는 깊은 한숨이 함께 했다.

엄마인 나도 수시로 한숨을 뱉어 내고 싶었지만, 아들에게 불안을 들키고 싶진 않았다.

수행자의 심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참았고 절대 뱉지 않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행동도 조심했다.

이렇게 며칠 지내다 보니 육체적 피곤이 쌓였고 심리적으로도 편치 않았다.

아이가 조금 크면 엄마의 삶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엄마의 삶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아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3월 모의고사와 중간고사로 이어지는 두 달간 나름대로 공부에 매진했다.

야자 후 집에 돌아와 졸린 눈을 비비며 공부했다. 그 모습이 안쓰럽고 대견했다.

노력에 대한 합당한 결과를 보상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름 아들 곁에서 버티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졸음을 이겨내긴 어려웠다. 그렇게 준비한 시험이 다가왔다.




시험 첫날이다. 아들은 긴장된 얼굴로 하지만 비장하게 현관문을 나섰다.

중학교 때부터 아들은 시험이 끝나면 내게 전화를 했다.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 오는 시간이 되면 심장은 두근거린다. 분명 시험이 끝난 시간인데도 전화가 오지 않을 때면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활개 쳤다. 먼저 전화해보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아들이 결과를 들려줄 때까지 참았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아들은 좌절한 목소리였다. 공부한 양에 비례하듯 성적이 나오길 기대한 것과 달리 시험은 아들의 생각보다 쉬웠던 모양이었다. 공부를 적당히 한 친구들이 자기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며 공부한 보람이 없다며 투덜거렸다. 아들의 심정이 일부 공감 가긴 했으나 공부를 많이 했으면 시험의 난이도는 상관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녀석아, 꼼꼼하게 공부했어야지."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아직 남아있는 시험이 있으니 그리고 지금 성적도 완전 망친 건 아니니 열심히 해보자고 애써 올라오는 감정을 붙잡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하지 않았고, 제일 힘든 건 아들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순간마다 참고 버텼다.

그렇게 5일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갔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엄마는 신과 같은 존재다. 인간이 신처럼 살아야 하니,엄마의 삶은 꽤 고단하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큰 즐거움도 있고 보람도 있다. 그리고 때론 몹시 슬픈 일도 있으며 유쾌한 일도 상당하다. 엄마의 삶은 상승과 하강의 감정이 수시로 반복되는 다이내믹의 연속이다. 이 연속된 감정의 소용돌이를 세상 모든 엄마들은 의연하게 이겨낸다.


출근길 엄마의 삶이 고단할 때면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우연히 성당에서 들은 노래인데 가슴에 와닿아 수시로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가사를 생각하며 가만히 듣고 있으면 위로받는 기분이다. 지금 어딘가에서 엄마의 삶이 고단해 힘겨워하고 계신다면 종교와 상관없이 들어보시길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0Fp1cQ6Q3g




아이의 중간고사 결과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아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시험의 절반은 후회하는 것 같고 절반은 만족하는 것 같았다. 절반이라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있어 다행이고 감사했다. 다음 시험을 열심히 준비할 동력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살아보니 한 번의 시험은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점에 불과했다. 그 수많은 점 중 하나가 살짝 어긋나도 사는데 큰 변화는 없었다.

삶은 계속 살아졌고 그렇게 살다 보니 속상함도 잊혀졌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열심히 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좋은 날이 분명 찾아온다. 그게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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