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은 1956년에 탈고한 「폭포」에서 물질과 정신 사이의 갈등을 제시한다. 화자는 “폭포”를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지는 과감한 존재로 제시한다. 여기서 절벽은 「나비의 무덤」에서 “오늘이 있듯이 그날이 있는 / 두 겹 절벽”이라는 말처럼 ‘오늘’의 물질적 생활과 ‘그날’의 초월적 정신을 모두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가 폭포를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폭포가 “완벽한 자유”를 상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물질과 정신 그 어느 하나로 “규정”될 수 없고, 어느 하나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는 폭포를 “계절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쉴 사이 없이 떨어지는 “고매한 정신” 같은 존재라고 예찬한다. 여기서 ‘고매한 정신’은 “낮의 세계에만 한정된 현상”으로서 “외면적”인 것이 아니라, ‘계절과 주야(晝夜)’의 시간적 상황에 따라 물질과 정신 사이에서 긴장을 추구하는 다원적 정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폭포는 육체의 시간인 낮이나 여름에는 물질적 생활을 위해 떨어지고, 영혼의 시간인 밤이나 겨울에는 초월적 정신을 위해 떨어지는 존재, 즉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이라는 두 겹의 절벽을 모두 넘기 위해 “쉴 사이 없이” 떨어지고 있는 다원적 존재이므로 고매한 정신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 즉 영혼의 시간인 밤이 되면 폭포가 “곧은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곧은 소리가 다시 곧은 소리를 불러서 곧은 소리로 가득 찬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금잔화’는 화려한 자본주의 문명을, ‘인가’는 개인적인 가족을 상징하는 반면에 ‘곧은 소리’는 시작 노트에서 밝힌 “세계의 평화”나민족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평화통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육체의 시간인 낮에는 개인적으로 돈을 벌려고 애쓰더라도, 영혼의 시간인 밤에는 이기적인 속물에서 벗어나 민족의 통일이나 세계의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 그가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육체의 시간인 낮에는 물론이고 영혼의 시간인 밤에도 쉬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해 애쓰다가 밤에는 그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밤에도 “방심”(「달나라의 장난」)하거나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에 빠지지 말고 민족의 통일이나 세계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읽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다원적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높이도 폭도 없이 / 떨어진다”라는 말로 시를 마무리한다. 이것은 폭포가 물질과 정신 어느 하나에 안주함으로써 특정한 높이와 폭을 갖는 규정적 존재가 아니라, 시간적 상황에 따라 양극 사이를 오가기 때문에 특정한 높이와 폭을 가질 수 없는 무규정적 존재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가 “떨어진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영적인 죽음과 영적인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기색도 없이”, “쉴 사이 없이”,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라는 말과 관련지어 온몸을 던지는 치열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육체의 시간에는 온몸을 던져서 개인을 위한 물질적 생활에 치열하게 임하고, 마찬가지로 영혼의 시간에는 온몸을 던져서 민족 공동체를 위한 정신적 생활에 치열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폭포는 물질과 정신, 개인과 민족을 모두 긍정하면서 그 사이에서 긴장을 추구하는 다원주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