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선 몰릭은 『듀얼 브레인』(2025)에서 “누구든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최소한 3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를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처럼 작동하는 존재’로 묘사하며, 머지않아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AI가 일과 교육을 비롯한 삶의 모든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I가 코딩에서 마케팅까지 업무의 20~80퍼센트를 개선해 주고, 학교에서도 AI가 개별 지도 교사의 역할을 맡아 교육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르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AI 기술로 맞춤형 스토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AI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극단적인 위험은 AI가 인간의 윤리관이나 도덕관을 준수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낯선 외계 지성이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는 점을 보장할 수 있을지 묻고는 AI 시스템을 인간이 의도한 목표, 선호도, 윤리적 원칙에 맞게 조정하는 AI 정렬 문제를 제기한다. AI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의 차원을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저자는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처럼 작동한다고 말한다.
이전의 기계가 단순히 입력에 따른 결과를 산출하는 예측 가능한 존재였다면, 이제 AI는 인간의 언어와 맥락을 이해하는 듯 반응하며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 또한 처음 AI를 접했을 때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대화 상대와 마주한 것 같은 경험을 했기에 저자의 설명에 크게 공감되었다.
이런 점에서 AI의 가장 빛나는 장점은 인간과 비슷하게 사고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치게 인간과 닮아 있기에 실제로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 결과 오류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어두운 그림자 또한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공지능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를 정렬 문제라고 본다. 인간이 발명한 낯선 외계 지성(alien mind)이 인간에게 우호적으로 작동하도록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올바르게 정렬된 AI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거나, 풍요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해, 정렬이 잘 이루어진다면 인류의 오랜 과제들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빛나는 장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저자는 반대로 정렬이 실패했을 경우, AI가 인간의 필요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악의 경우 인간을 무력화시키거나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까지 내포한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인류에게 구원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어두운 단점을 보여준다. 결국 정렬의 문제는 AI가 빛의 천사가 될지, 어둠의 악마가 될지를 가르는 갈림길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문명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 핵무기가 에너지원과 파괴 수단이라는 양극단을 동시에 품었던 것처럼, 인공지능도 구원과 종말의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다. 따라서 AI 정렬 문제는 기술자와 연구자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근본적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의 말대로 “우리는 이 외계 지성을 어떻게 길들이고, 인간에게 우호적인 동반자로 만들 것인가?”라는 물음에 있다.
한편, 저자는 AI가 사실이 중요한 작업에서는 신뢰하기 어렵고 위험할 수 있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오히려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꾸며내거나 오류를 범하는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약점이 있음에도, 그러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새로운 발상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AI는 사람이 보통 다섯 개 남짓한 대안을 제시하는 과제에서 불과 몇 분 만에 백 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을 능가하는 발상의 속도를 보여주는 빛나는 장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아이디어들 중 상당수는 비현실적이거나 근거 없는 내용일 수 있기에, 검증과 선별의 과정 없이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단점도 존재한다.
교육 분야에 대한 저자의 논의는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 수학 공부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AI가 나왔다고 해서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를 배울 필요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AI의 장점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고, 교사가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사고 훈련에 집중하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들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기본적인 학습 능력과 사고력이 쇠퇴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책을 읽고 요약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얻는 지적 긴장과 성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미래는 이처럼 빛나는 가능성과 어두운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불안한 공간임을 저자의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것 중에 AI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제 거의 없다고 경고한다. 이는 곧 딥페이크, 가짜 뉴스, 맞춤형 피싱 등으로 사회적 신뢰가 붕괴될 수 있다는 어두운 단점을 의미한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한편에서 AI가 고독한 사회에 새로운 위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AI가 실제 사람보다 더 매력적인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시대에 큰 도움이 되는 빛나는 장점이다. 하지만 인간보다 AI와의 대화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퍼진다면, 오히려 사회적 단절을 심화시킬 위험도 있다. 결국 AI는 사회적 연결망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왜곡과 고립을 가져올 수 있는 이중성을 지닌다.
이 책에서 저자는 AI가 외계 지성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모습을 닮았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AI의 마법이 실제로 지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지각 있는 존재처럼 착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거울인 AI의 빛은 인간처럼 창의적이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에 있고, 그림자는 인간처럼 오류와 편견, 욕망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빛을 발할지, 어둠에 잠길지는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AI는 본질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중립적 존재이다. 그것은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길들이고, 어떤 가치 아래에서 활용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AI의 운명을 가르는 근본적인 요인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을 때 그것은 인간 노동을 해방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착취와 환경 파괴를 낳았다. 원자력은 인류에게 새로운 에너지원이라는 밝은 빛을 제공했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극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웠다. 인터넷은 지식과 연결의 혁명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가짜 뉴스와 혐오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인공지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 인간의 윤리, 인간의 정치적 결단이다.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적 진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인간적 지혜와 윤리적 성찰을 확보하는 것이다. AI가 보여주는 눈부신 가능성과 치명적인 위험은 사실상 인간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AI의 미래는 기계의 코드 속에 있지 않고 우리의 가치와 행동 속에 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만약 우리가 인간다운 사고력, 비판적 성찰, 그리고 서로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잃는다면 AI는 분명 어둠의 무기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자질을 지키고 키워 나간다면, AI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 온 가능성의 빛을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다. AI는 거울일 뿐이며, 그 거울 속에 비칠 미래의 얼굴은 오직 우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그는 “인간이 통제하는 세상에서는 AI의 의미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AI를 올바르게 사용하면 ‘좋은 파국’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면서, 이전에는 지루하거나 쓸모없던 일이 생산적이고 힘을 실어 주는 일이 되고, 뒤처졌던 학생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전진하며, 생산성 향상이 성장과 혁신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헨리 키신저도 『새로운 질서: AI 이후의 생존 전략』(2025)에서 AI가 최고의 박식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인간 지식의 최전방을 탐색하며, 무서운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추출해내며, 다양한 분야와 차원에서 패턴을 찾아내어 유례없는 연결성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AI가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며 세상을 이해한다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는 입력값을 출력값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기계에 가르치지만, 머신러닝은 스스로 개선하는 법만을 알려준다. 기계는 수많은 실험과 실패, 조정을 반복하며 알고리즘을 발전시키고, 데이터 속에서 발견한 패턴과 관계를 적용해 재설계한다. 그러나 AI의 내부 작동 방식은 대부분 ‘블랙박스’에 가려져 있다. 인간은 AI가 어떻게 결론에 도달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만 받아들인다.
AI가 도출하는 진리는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과정을 거쳐 나온다. 기계의 추론은 인간의 경험과 역량을 넘어선다. 저자들은 AI가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분석해 정확한 결론을 내는 객관적 능력을 갖췄다고 말한다. 이는 5세기 동안 인류가 의존해 온 과학적 방법의 권위에 도전하며, 인간만이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믿음을 흔든다.
박형빈 교수는 『AI 시대 대한민국 교육 변혁』(2025)에서 AI 시대 교육의 방향으로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교육이 지식 전달과 수용에 중점을 뒀지만, AI의 도입은 맞춤형·학습자 중심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그래서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은 암기보다 창의적·비판적 사고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기준 없이 AIDT 등의 AI를 수업에서 활용할 경우 과도한 스크린 타임, 비판적 사고력 저하, 개인정보 침해,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 감소, 디지털 의존성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교육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도구와 아날로그 방식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학습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과제라는 것이다.
이선 몰릭도 교육학자인 사라 뱅크스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 계산기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 학생들의 동기와 참여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인식하고 계산기를 교실에 적극 도입하려는 교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교사들은 학생들이 기초를 익힌 후에 계산기를 이용해 한층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붙들고 씨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교사는 계산기의 효과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교육 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1970년대 중반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와 일반인의 72퍼센트가 중학교 1학년 학생의 계산기 사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연구에서도 자녀가 기술에 의존해서 기본적인 계산법을 잊게 될까 봐 걱정하는 부모들의 우려가 확인됐다. 하지만 계산기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빠르게 바뀌었다. 1970년데 후반에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습 태도를 개선하고 기술 중심의 세상에 대비하는 등 잠재적인 이점을 보고 계산기 사용을 적극 반기게 됐다. 그로부터 한두 해 뒤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84퍼센트의 교사가 교실에서의 계산기 사용을 원했다. 결국 계산기는 1990년대 중반에 교육 과정의 일부가 되었고, 수학 교육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는 시험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시험도 있었으며,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는 AI도 어느 정도까지는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중요한 기술의 발달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학습에 AI를 통합하기 위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는 것이다. 계산기가 나왔다고 수학공부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았듯이, AI가 나왔다고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를 배울 필요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고, 합의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우리는 적절한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말대로 지금 와서 지니를 다시 램프 속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학생들이 이전보다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해 AI를 학습 동반자, 공동 저자, 팀 동료로 활용하고 싶어 할 것이며, AI가 앞으로의 배움 과정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을 것이므로 학교는 이러한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선 몰릭은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며, 세상은 수동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너무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무대책이 필연적인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좋은 파국을 목표로 해야 한다.”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과학 교육과 인문 교육의 다원적 균형
이선 몰릭은 『듀얼 브레인』(2025)에서 아주 낯설고 생소한 AI 기술이 머지않아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인간보다 똑똑한 초인공지능(ASI)이 발명되는 순간, 인간은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고 하면서, 이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몰릭은 AI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AI의 미묘한 차이, 한계, 능력을 잘 이해하는 사용자는 AI의 혁신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혁신적인 사용자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때가 많으며, AI를 업무에 유용하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AI 혁명 시대에 AI를 비롯한 과학기술 교육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엔지니어를 길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술이 경제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재편하는 오늘날,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언어이자 시민의 필수 문해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교육은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주도하는 힘을 길러준다. AI, 빅데이터, 로봇, 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이 없다면 변화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술의 원리를 이해한 사람은 변화를 이끄는 위치에 설 수 있다.
미래 산업과 일자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학교에서 과학기술 교육은 필수적이다. 많은 기존 직업이 AI와 자동화로 사라지고 있지만, 새로운 직업과 산업은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겨나고 있다. 미래 유망 분야로 진출하려면 과학기술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AI 혁명 시대의 과학기술 교육은 직업 훈련을 넘어, 미래 사회의 문해력과 주권을 지키는 기반이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일수록, 기술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시민이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AI 혁명 시대의 인재는 과학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 시대에는 인문학적 지식도 강하게 요구된다. 이선 몰릭은 『듀얼 브레인』(2025)에서 AI가 인류의 광범위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훈련되었기에 그 유산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I로 독특한 것을 만들려면 그와 관련된 문화를 보통 사람들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작가가 글로 전달해야 하는 AI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데 가장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흥미로운 ‘코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작가는 구현하고 싶은 효과를 글로 묘사하는 데 능숙하고, 편집에도 능해서 AI가 내놓은 답변을 수정하도록 다시 지시할 수도 있으며, 독자나 스타일에 관한 예시도 많이 알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실험을 재빨리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몰릭은 이미지 생성 AI가 과거의 회화, 건축, 사진, 패션, 역사적 이미지를 깊이 있게 학습해 왔다고 하면서, 예술사와 전반적인 화풍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AI는 더 강력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한다. AI로 흥미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면 예전에 학습한 이미지와의 연관성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술사에 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고도 설명한다.
그는 AI가 무엇을 아는지, 어느 방면에서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목록이나 지도 같은 것은 없으므로 “특별한 분야에 관해 깊고 방대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고, 예상치 못한 가치 있는 프롬프트를 개발하며, AI를 활용하는 방식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인문학 지식은 “사용자가 AI를 활용하는 데 독특한 자격”을 갖추게 하므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문학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문과생을 우대한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취업에 유리했던 컴퓨터공학과를 비롯한 이공계 출신의 실업률이 오르고 있는데 반해, 취업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비이공계 학과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22~27세 미국 대학 졸업자의 평균 실업률은 4.8%로 나타났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문·사회계열 전공 실업률이 이공계 전공과 비교해 더 낮았다. 미술사 3.0%, 철학 3.2%, 외국어 4.0% 등인 데 비해 컴퓨터공학 7.5%, 물리학 7.8%, 화학 6% 등 이공계 전공 실업률이 더 높았다.
미국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R&D 예산 삭감과 함께 과학 R&D 직종 채용 공고가 18%나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AI의 영향이 이보다 더 크다고 본다. AI는 코딩뿐 아니라 연구 분석, 설계,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이공계 분야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그 결과 주니어 엔지니어, 연구원 등에 대한 채용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문학 전공은 주목받고 있다. 코딩이나 공학적 문제 해결 능력이 취업의 필수조건이었지만, 이제 AI가 자동으로 이를 수행하면서, 남는 일은 문제 정의, 기획, 윤리적 판단, 이해관계 조율 등 AI보다 사람이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도 문학, 철학, 예술 등 비이공계 전공 출신이 늘고 있다고 한다.
AI 혁명 시대에는 인문학 교육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인간의 계산과 분석 능력을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인문학은 역사와 철학, 문학을 통해 인간의 목적과 윤리, 책임을 성찰하게 하며, 기술의 방향이 인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나침반이 된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방대하지만, 그 진위와 맥락을 판단하는 힘은 인간에게서 나온다. 인문학 교육은 비판적으로 묻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며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에 편향과 조작, 허위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시민을 만드는 핵심 역량이다.
결국 인문학 교육은 과거의 교양 과목이 아니라, 기술 문명의 속도와 힘을 인간의 가치와 연결하는 필수 교과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면, 인문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AI 혁명 시대에 인문학의 부활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 상상력은 과학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인문학은 AI와의 협업에서 새로운 질문과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힘을 제공한다.
특히 AI 시대 핵심 역량인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예술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2007)에서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각 과목의 지식을 획득하도록 하는 일 외에, 보편적인 창조의 과정을 가르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창의성 신장을 위해 “예술 과목을 과학 과목과 동등한 위치에 놓는 다학문적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2022 교육과정에서 예술 교과의 일반 선택과목은 음악, 미술, 연극이고, 진로 선택과목은 음악 연주와 창작, 음악 감상과 비평, 미술 창작, 미술 감상과 비평이며, 융합 선택과목은 음악과 미디어, 미술과 매체가 전부이다. 그런데 미국 미시건주 레이크 오리온 고등학교에서는 예술 교과의 선택과목이 매우 다양하다. 미술 교과의 선택과목에는 도자기 15, 디자인 개념, 소묘 14, 그래픽 디자인과 컴퓨터 예술 13, 보석과 금속 예술 13, 유화, 회화–초상화, 회화–수채화, 원근법, 사진 12, 라쿠 도자기 12, 조각 등이 개설되어 있다. 음악 교과의 선택과목도 대중음악 탐구, 음악 개념, 기악(캠퍼스 밴드, 콘서트 밴드, 마칭 밴드, 교향악단, 윈드 앙상블), 성악(캠퍼스 합창단, 챔버 합창단, 코랄레(Chorale), 콘서트 합창단)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연극의 선택과목도 연극 기술 입문, 연극 1~2로 나누어져 있다.
AI 혁명 시대 핵심 역량인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생활 교육을 위해서도 예술 교과의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술 계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예술 교과를 집중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술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사설 입시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에서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선택과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AI 시대 인재를 기르는 미래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교육과 디지털교육, 기초 지식교육과 창의성 교육, 과학기술 교육과 인문·예술 교육이 다원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 어느 한 극단만을 추구하는 편향적 교육으로는 AI 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한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