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무단 녹음 금지와 웹툰 작가 자녀 사건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학부모가 교사의 동의 없이 교사나 학생 간 대화 등을 녹음하면 어떻게 될까? 학부모 등 제3자가 교사의 동의 없이 녹음기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업내용이나 교사와 학생 간 대화 등을 녹음 또는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건 금지된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로 간주되거나,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되어 수사기관에 고발될 수도 있다.


지난 2018년에 학부모가 교사의 아동학대 증거 수집을 위해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둔 사건이 발생했었다. 학부모가 이렇게 녹취한 파일을 증거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하자 1심은 교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은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했지만,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4조도 불법검열에 의해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4년 대법원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은 아니므로 대화자 혹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녹음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해당 교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녹음파일을 의식하며 공소사실을 인정한 진술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초한 2차적 증거라고 판단했다. 특히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1차적 증거가 수사 개시의 단서가 됐고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며, 인과관계의 희석이나 단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녹음파일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한 피고인의 법정 진술, 수사기관 조서 등 2차적 증거들의 증거능력도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2025년에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교사의 무죄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이번 사건에서 분명해졌듯이 누구든지 학교의 교육활동 중 교직원 또는 학생의 공개되지 않은 발언을 그 대화 당사자 외의 자로서 녹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자라 하더라도 사전 고지나 동의 절차 없이 교육활동읕 녹음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되고, 법원 등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일반적인 학생의 경우 학부모가 교사의 동의 없이 교사와 학생 간 대화 등을 무단 녹음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 만약 몰래 녹음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고 학교에 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학교폭력이나 교권 침해 등으로 인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학생들은 이를 면하기 위해 몰래 녹음해서 악성 민원이나 협박성 신고 증거로 악용할 것이 뻔하다. 지금도 악성 민원이나 협박성 신고에 시달리고 있는 교사들에게 사소한 말실수까지 잡아내려는 '녹음기'라는 부담까지 얹어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문제는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처럼 스스로의 표현력이 부족한 자폐성 장애아동의 경우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씨 측은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토대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것은 아동 정서적 학대 혐의로 초등교사가 기소된 사건에서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에 저장된 내용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던 지난 대법원 판결과 달라서 특히 주목되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1심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녹음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피해자가 이미 4세 때 자폐성 장애로 장애인으로 등록됐으며,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 입장에서 신속하게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1심 재판부는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이나 방어 및 표현 능력이 있는 학생들의 수업이 이뤄진 교실과 달리 이 사건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맞춤 학습실에서 소수의 장애 학생만 피고인의 수업을 듣고 있었으므로 말로 이뤄지는 정서학대의 특성상 녹음 외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모친의 녹음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정서 학대 혐의에 관해서도 특수교사가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함으로써 그 부정적 의미나 피고인의 부정적 감정 상태가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하고, 특수교사인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특수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짜증을 내며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전체 수업은 대체로 피해자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적 목적 및 의도에 따라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어느 정도의 해를 끼쳤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법원의 선고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유죄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경기도의 사건이지만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면서,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참아가며 버텨온 선생님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판결은 부모가 자녀 외투에 소형 녹음기를 넣어 보내 이뤄진 수업 내용 비밀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녹음은 대화 당사자 중 한명이 녹음한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만, 주호민 부부는 제3자이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차성안 교수는 항소심 판결의 예외 없는 경직된 증거능력 법리는 수업 중의 비밀녹음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의 치매 노인 학대나 어린이집·유치원에서의 유아 학대가 학대 정황을 발견한 보호자의 비밀녹음 덕에 수면에 드러난 일이 적지 않았는데, 그런 것도 모두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학대 정황을 발견한 부모가 가해자와 자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대신하여 자녀와 다른 사람의 대화 녹음에 동의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객관적·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부모가 아동 대신 녹음에 대리 동의할 수 있다는 이른바 ‘부모의 대리 동의 독트린’(Parental Vicarious Consent Doctrine)이라는 판례 법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대법원이 주호민 사건을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회부할 것을 요청했다. 교육 행위, 학대 행위 판단 기준과 보호자에 의한 비밀녹음의 예외적인 증거능력 인정 기준이 대법원 판례 법리로 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 학생의 경우 학부모가 교사의 동의 없이 교사와 학생 간 대화 등을 무단 녹음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한다. 일반 학생은 교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반복되는 경우 자기방어 차원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스스로 몰래 녹음할 수도 있다. 이는 대화 당사자로서의 녹음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자폐성 장애아동처럼 스스로의 표현력이 매우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제한적으로나마 녹음 파일의 증거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학생들이 아동학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과 교사 교육권은 머리가 둘 달린 전설적인 새처럼 어느 하나가 죽으면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한몸이다. 학생의 인권만 극단적으로 강조하거나 교사의 교육권만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결국 학교를 죽이는 일과 다름없다. 양극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야만 지속 가능할 수 있다. 대법원의 현명하고 균형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업 시간 중 휴대폰 사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