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여교사의 얼굴을 가격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이를 지적한 여교사에게 반항하며, 끝내 폭력까지 저질렀다.
경기 수원시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을 받던 중학생이 50대 남성 교사에게 여러 차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끔찍한 사건도 발생했다. 가해 중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교사의 지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피해 교사는 갈비뼈가 부러져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 선생님에게 “감옥에나 가라”, “개××야”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는 영상이 공개돼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학생은 지난해 다니던 학교에서 잦은 소동을 일으켜 다른 학교를 거쳐 지난달 이 학교로 강제 전학 조치되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어 학부모들로부터 분리 조치를 요구받았다고 한다.
지난 서이초 사건 이후 수많은 교권 보호 법률이 통과되고, 교육청과 학교 단위에서 여러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학생의 반항적 행동에도 교감이 뒷짐만 지고 있어야 하거나, 덩치가 큰 남학생에게 여교사가 폭행을 당하는 학교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서이초 사건 당시부터 학생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적극적 보호 대책으로서, 교육활동 침해행위 징계 조치를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할 것을 주장해 왔다.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인한 징계인 1. 학교에서의 봉사, 2. 사회봉사, 3.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4. 출석 정지, 5. 학급 교체, 6. 전학, 7. 퇴학 처분 모두를 초·중·고의 생기부에 기재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교감의 뺨을 때린 초등학생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7개 학교를 전전했는데, 이 중에는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에 따른 징계인 전학 조치도 두 차례나 있었다. 다수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반복해 중징계인 전학 조치를 두 번이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이 교정되지 않아서 더 많은 교원과 학생에게 피해만 주고 있는 것이다.
의무교육 단계에서 가장 중한 징계인 전학 조치가 문제 학생을 다른 학교에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원과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생기부 기재 등 추가적인 예방대책이 불가피하다. 교육활동 침해 생기부 기재는 지금 시행되고 있는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와 마찬가지로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낙인찍기’가 아니라, 생기부에 기재될 만큼 중대한 교권 침해를 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는 사전 예방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학교 폭력의 경우 예방 효과가 가장 큰 조치가 생기부 기재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2023년에 교육부는 학교 폭력 조치 사항이 기재된 생기부 기록 보관 기간을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2026학년도부터는 대학입시에서 수시와 정시 모두 생기부에 기재된 학교 폭력 조치 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현행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는 1. 서면사과, 2. 접촉·협박 및 보복 행위 금지, 3. 학교에서의 봉사, 4. 사회봉사, 5. 학내외 전문가 또는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 출석 정지, 7. 학급 교체 모두를 생기부에 기재한다.
생기부에 기재된 1. 서면사과, 2. 접촉·협박 및 보복 행위 금지, 3. 학교에서의 봉사는 해당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해야 한다. 그리고 4. 사회봉사와 5. 학내외 전문가 또는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는 학생의 졸업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삭제된다. 6. 출석 정지와 7. 학급 교체는 학생의 졸업일로부터 4년이 지난 후에 삭제된다. 다만, 4~7호의 조치 사항은 해당 학생의 반성 정도와 긍정적 행동 변화 정도를 고려하여, 졸업하기 직전에 학교 폭력 전담 기구의 심의를 거쳐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생기부 기재다. 물론 생기부 기재를 아랑곳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폭력 징계 조치가 생기부에 기재되지 않도록 소송까지 불사하는 사례를 보면, 생기부 기재를 피하기 위해 중대한 학교 폭력 사건으로 가기 전에 참거나 자제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은 교사들이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로 인한 소송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예전에 학교장이 학교 폭력 징계를 내릴 때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청 학교 폭력 심의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학부모가 소송을 하려면 교사가 아니라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교권 침해에 대한 징계도 지역 교육청의 교권보호위원회 요청에 따라 교육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그리고 교원지위법 제25조 10항에는 “교육장이 한 조치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행정심판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학부모가 교권 침해로 인한 징계 조치에 불복하면 교육장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하므로 피해 교사가 소송에 시달릴 우려가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들은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는 강화하면서도 교권 침해 생기부 기재는 반대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 2023년 정순신 후보 자녀 사건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학교에서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 내용을 왜 삭제해 서울대에 정시로 합격할 수 있게 했는지를 강하게 추궁했다. 그래서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 보존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대입 수시는 물론 정시까지 반영되도록 강화되었다.
이미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생기부 기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한 교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생기부 기재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 강화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교권 침해 생기부 기재는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 폭력은 피해 학생만 힘들게 하지만, 교권 침해는 피해 교사뿐 아니라 수업을 받는 학생들까지 모두 힘들게 만드는데도 말이다. 교권 침해를 당해도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교사들은 그냥 참아야 한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조치를 생기부에 기재하는 내용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은 최근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수업 중 학생의 휴대폰 게임 사용을 제지하자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점점 다양한 형태로나타나고 있어,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조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학교생활기록에 기록ㆍ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제안 이유로 제시했다.
한국교총은 “50만 교육계의 오랜 염원을 담아 정성국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무너진 교실을 바로 세우고, 더 이상 선생님들이 홀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보호 장치이자, 학교 현장에서 수년간 일관되게 요구해 온 과제가 발의된 것은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서 의의가 깊다”고 평가했다.
교총은 “그동안 학생 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학생부에 반드시 기재되는 반면, 교사에 대한 폭행과 같은 중대한 교권침해는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법적 불균형이자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부 기재는 특정 학생에게 입시 불이익을 주기 위한 처벌적 조치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명확한 책임감을 부여하고, 자신의 문제 행동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인식을 통해 강력한 예방 효과를 발휘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교권 침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권 침해 징계 조치 사항을 생기부에 기재하고, 대학입시에서도 학교 폭력과 마찬가지로 수시와 정시 모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폭력 생기부 기재와 유사하게 1호 학교에서의 봉사, 2호 사회봉사, 3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등의 경미한 징계는 해당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되, 4호 출석 정지와 5호 학급 교체는 2년이 지난 후에, 6호 전학과 7호 퇴학 처분은 4년이 지난 후에 삭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생활 기간 동안 교권 침해로 다시 징계를 받는 경우에는 삭제가 불가능하도록 강화해야 한다. 교감의 뺨을 때린 초등학생의 경우, 중·고등학교에서 유사한 징계를 다시 받지 않아야만 생기부에서 삭제해 주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권 침해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을 위한 지원책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학교의 장이 특별히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학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선정해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청에 정서행동위기학생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교권 침해로 징계를 받은 학생들이 반드시 지원센터에서 일정 기간 이상 지원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초등학생 사건처럼 이미 전학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계속 전학만 시키지 말고, 지원센터에서 남은 학년을 마치도록 집중적으로 지도할 필요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교사들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징계 조치를 생기부에 기재하고, 대학입시 수시와 정시에 모두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교육활동 침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처리에만 매달리지 말고, 학교 폭력과 마찬가지로 교육활동 침해 징계 조치를 생기부에 기재하는 등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추진하기 바란다. 교사들이 학생에 의한 폭력이나 교육활동 침해를 걱정해야 하는 학교는 교육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