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최근 제주시 어느 중학교 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참담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고인이 담임으로 있는 반의 한 학생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고, 무단결석도 잦아 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의 누나는 숨진 교사가 동생에게 언어폭력을 했다며, 하루에 12번이나 항의 전화를 하고, 제주도교육청에도 민원을 접수하는 등 악성 민원을 계속 제기했다고 한다. 모범교사상까지 받을 정도로 열성적인 교사가 협박성 민원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2025)에 따르면, 2024학년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지역교보위) 개최 건수는 총 4,234건으로 그 가운데 약 93%(3,925건)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대책이 논의되었지만 서이초 사안이 발생했던 2023학년도 5,050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역교보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 해당 여부 및 침해학생과 침해 보호자 등에대한 조치를 심의하는 기구로, 심의의 전문성・객관성 확보를 위해 2024년 3월부터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운영되고 있다.
학교급별로 보면, 중학교에서 교육활동 침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완만한 편이다.
학생에 의한 침해로는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의도적으로 교육활동 방해’ (32.4%)가 가장 많이 발생하였으며, 모욕‧명예훼손(26.0%), 상해‧폭행(13.3%) 순으로발생하였다. 보호자 등에 의한 침해로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부당간섭’(24.4%) 사례가 가장 많이 발생하였으며, 모욕‧명예훼손(13.0%), 공무 및 업무방해(9.3%), 협박(6.5%), 상해‧폭행(3.5%)으로 발생하였다.
지난 2022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 권한을 법제화하고 2023년 관련 교육활동 침해 유형을 신설한 이후, 학생에 의한 침해 중 가장 높은 비중(55% 내외)을 차지하였던 모욕·명예훼손의 비율이 축소(26%)되고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의 비율이 증가(32.4%)하는 추세이다.
교육활동 침해의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수업 또는 학생 생활지도 중인 교원에 대해 학생이 교육활동 또는 생활지도에 불응하면서 욕설 또는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폭행 또는 무단 자리 이탈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교원에 대한 학생의 불법 촬영·허위 영상물(딥페이크) 등도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의 경우, 자녀에 대한 교원의 언행 또는 태도를 문제 삼아 아동학대신고를 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전화·면담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폭언 또는 협박하는 경우가 주요 사례로 파악되었다.
침해 학생의 경우, 출석정지(27.7%), 교내봉사(23.4%), 사회봉사(19.0%), 전학(8.7%), 학급교체(6.7%), 특별교육‧심리치료(4.1%) 순으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침해 보호자 등에게는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37.1%), 특별교육(23.9%) 순으로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24학년도부터는 침해 보호자 등에 대한 조치가 법제화되어, ‘조치 없음’ 비율이 49%에서 8.5%로 감소하였다.
한국교총, 교사노조연맹, 전교조의 교원 3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조항 때문에 아동복지법이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방해하고, 교사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에서 교권 보호 5법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서학대의 구성 요건을 명확히 하고, 악성 민원과 무고성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실제로 한국교총이 실시한 '교권 실태 교원 인식 설문조사'(2025.7)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교권5법, 학교안전법,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 이루어졌으나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교원이 전체 응답자의 79.3%를 차지하였다. 그 이유로 ‘여전한 민원 발생과 민원처리의 어려움’이 40.5%로 나타나, 서이초 사태 이후에도 교사들이 여전히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변화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교원 중 ‘관련 법령 개정 미흡(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학교안전법 등)’이 61.7%를 차지하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고소에 대한 불안감 여전’이 45.1%으로 나타나 교사들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적인 민원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 설문과 관련하여 ‘교육청 단위의 통합 민원대응팀 및 법률지원 강화’가 27.5%를 차지하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민원 대응을 전담하는 별도 전문 인력(팀) 학교 배치’가 22.5%, ‘모든 민원을 접수‧분류하는 통일된 공식 창구 마련’이 15.6%를 차지하였다.
그밖에 악성 민원 판단 기준 및 대응 매뉴얼 구체화 14.0%, 관리자(교장, 교감)의 민원 대응 책무 강화 12.9%, 사전예약제 준수 및 학교출입 절차 강화 7.6%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이미 실시되고 있는 사전예약제뿐만 아니라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형빈 교수의 <AI 시대 대한민국 교육 변혁>(2024)이라는 책에 의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학부모는 오직 학교 근무 시간에만 교사에게 연락이나 접촉이 가능하다. 그리고 학부모가 교사 개인 연락처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며, 공적인 일반 학교 사무실 전화로만 연락할 수 있다.
학부모가 교사를 면담하려면 학교 사무실에 있는 교사의 개인 우편함에 메모를 남기거나, 교육국에서 준 교사의 학교 이메일 또는 학교 전화로 면담 목적과 일정 등의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학부모가 먼저 교사와 만난 이후에 교장이 해당 민원에 대해 학부모, 교사와 같이 상담하게 된다. 교사가 학부모와 만나는 것이 힘들면 교장의 참석을 요구할 수 있다. 교장도 학부모에게 위협을 느끼게 되면 경찰관과 함께 만날 수 있고, 최후 수단으로 학부모가 접근을 못하도록 조치할 수도 있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교육부의 ‘학교·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육공동체의 역할과 과제’ 포럼에서 학교 민원 접수 창구를 단일화하고, 대응팀이 기준에 따라 분류해 사안에 따라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교직원 개인이 민원 담당자로 고립되지 않도록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악성 민원이라고 불리는 불합리한 민원으로 인정되면, 학교 수준에서는 민원 처리를 종료하며, 민원인에 대해서는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2025년 상반기부터 ‘학교 온라인 민원(소통)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며, 가칭 ‘이어드림’을 하반기 중에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기능은 학부모의 방문 및 유선 상담 예약, 학교 공지 안내, 특이 민원 이력 관리 및 교육청 이관 요청 등으로 제시되었다. 2025년 9월부터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실시한 후 2026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이 지적했듯이 '이어드림'이 민원을 ‘상담’이라는 용어로 전환하여, 교사에게 온라인 상담 업무 수행을 상시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활지도, 상담, 행정 민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교원의 직무 범위가 생활지도 차원을 넘어 상담 및 행정 응대 영역으로 확장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어드림이 교권 보호와 교육 본질 회복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성·반복 민원에 대해 교사가 직접 응대하도록 함으로써 교사를 민원 대응의 전면에 세우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앞으로 행정적 민원은 교육청이 처리하고, 교원은 본연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출결 관리·학적 정정·증명서 발급 등 불가피한 최소한의 행정 민원은 교장, 교감, 행정실장으로 구성된 학교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하고, 그밖의 민원은 교육(지원)청으로 즉시 이관해서 단위 학교에게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제주도교육청은 제주의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활동 보호 대책으로 학교민원대응팀이 접수·처리·회신까지 전담하게 함으로써 교사와 민원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각급 학교 홈페이지에 '민원' 메뉴를 개설해 온라인으로만 민원을 접수하거나 대면 민원 상담을 신청하도록 하고, 민원이 신청되면, 교장·교감·행정실장 등으로 구성된 민원대응팀에 알림 문자가 자동으로 발송되게 하는 등 민원대응팀이 접수에서부터 처리와 회신까지 전담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직접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은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민원을 교육청이나 학교 민원대응팀의 행정 전문가들에게 접수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교사와의 불필요한 마찰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과도한 악성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처벌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학부모의 과도하고 지속적인 민원은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허위 입증 없이도 교육활동 침해 및 정신적 피해가 있었음을 증명하면 가능하다. 그리고 학부모의 학교 출입 제한, 전화·문자 차단, 서면 경고, 피해 교원 심리 상담 등의 조치가 가능하며, 교육감이 경찰에 고발하고, 심하면 협박죄·명예훼손·모욕죄 등 형사처벌과 병행도 가능하다.
최근 자녀의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해 논란이 됐던 화성시청 공무원 학부모가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육활동 침해 판정과 함께 특별교육 이수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피해 교사에게는 치료 및 치료를 요하는 요양을 권고 조치했다.
해당 학부모는 담임교사가 초등학교 4학년인 자녀를 조퇴시키는 과정에서 아이의 휴대전화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혼자 정문까지 걸어 내려오게 한 것을 문제 삼아 교사에게 폭언했다. 그리고 담임교사가 병가 이후 학급 내부 통신망에 교사에게 폭언 및 욕설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다시 학교를 찾아와 “나도 공무원이라 어떻게 괴롭히면 사람을 말려 죽이는지 안다”라며 폭언하는가 하면, 수첩과 펜을 던지기도 했다. 이같은 폭언 사실이 알려지자, 화성시는 해당 학부모를 직위해제했다. 교권보호위에서 교권침해로 인정된 만큼 경기도교육청의 형사고발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서이초 사태 이후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면책권과 아동학대 신고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 등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이 다수 개정되었다. 그리고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에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에 대한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법적으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을 보장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예방하기는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등으로 처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교사의 지도가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니었고 주장하면서 협박성 신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 협박성으로 신고를 하면서도 과연 교사의 지도나 처벌이 정당했는지 따져보자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도 아동학대 신고를 예방하기는 어렵다. 한국교총의 지난 대선 교육공약 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시행된 2023년 9월 이후 2024년 6월까지 9개월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가 553건이나 발생하는 등 무분별한 신고가 여전했다. 이 가운데 387건(70%)이 정당한 생활지도로 교육감 의견이 제출되었고, 이로 인해 수사가 완료된 160건 중 137건이 불기소 또는 불입건 처리되었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면책권과 아동학대 신고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를 넘어서 학부모의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를 무고죄로 처벌하는 등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교총 설문조사에서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남발과 오용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적 학대 행위’의 개념 명확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56.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남발자를 처벌토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이 54.8%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아동학대는 다른 범죄와 달리 의심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가 진행되지만,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금지되어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누구든지’, ‘의심’만 들어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의 보호자는 학생의 불만이나 호소만으로도 교원으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하였다는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충분한 지위에 있게 되어 신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심 신고를 받은 학교장 등은 신고의무자이기 때문에 별다른 사안 조사과정 없이 경찰 등에 아동학대 신고를 하여야 한다.
더구나 의심만으로 신고된 교원은 아동학대 행위자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고 경찰서에 출석하여 피의자로서 신문을 받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해야 한다. 학생과 보호자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었다는 이유로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 행위자로서 관계 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어 그 심적 고통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교원의 심신 피해는 물론 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는 어떠한 책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있다. 앞으로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사들의 고통과 비극적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무고죄로 처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박형빈 교수의 <AI 시대 대한민국 교육 변혁>에 의하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면 즉각 정학 처분을 내리고 30일 내에 퇴학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교장은 지역 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교사를 폭행한 학생에 대해 퇴학 명령과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다. 또한 교사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학생은 훈육하고 교실을 통제하다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어도 심지어 학생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혼잣말한 것조차도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2022년 당시 4학년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 학생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두라는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다가 휴대폰을 빼앗기자 책상을 치며 짜증을 냈다. 이에 교사는 다른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이런 싸가지 없는 XX"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1심과 2심 재판부가 교사의 언행을 유죄로 보고 벌금 50만 원 선고를 유예했다. 2심 재판부는 교사의 주관적 인식이나 판단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훈육의 목적이나 범위를 일탈해 피해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대법원은 학생이 먼저 교권을 침해하는 수업방해 행위를 한 점을 고려하면, 교사의 발언이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는 해도 이것만으로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하면서, 지도행위에 관한 재량권 범위 내의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교사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학생이 교사의 혼잣말을 트집 잡아서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한 일이나, 이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다행히 대법원에서 상식적으로 바로잡기는 했지만 현재 교사들이 겪고 있는 교권침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만약 앞으로 교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를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면, 정서적 아동학대 개념의 모호성을 악용하는 협박성 신고를 상당히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무고죄는 ‘허위사실을 알고도 신고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고, 순수하게 형사적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형법」 제156조에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자녀의 불만이나 호소를 듣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는 보호자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경우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의로 신고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상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무고죄 처벌 가능성만으로도 예방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등으로 인한 자녀의 처벌을 면하기 위해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가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하면, 처벌받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지 않는 한 교사의 교육활동을 함부로 아동학대로 신고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이미 한국교총에서도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사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내몰리는 현실을 막기 위해서 학교 민원 대응 체계 전면 개편,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실질적 제도 마련 등과 함께 무고성·보복성 민원 강력 제재를 요구하는 대국회·대정부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처럼 학생의 보호자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교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도 있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현행법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등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피해 교원에 대해서는 심리상담ㆍ법률상담 제공, 교원공제사업 등을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등이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하는 경우 교원은 경제적ㆍ심리적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등의 사유로 교권이 위축되고 교육활동이 소극적으로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와 관련된 소송 발생 시 소송대리등을 지원하고, 학생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교원에게 손해를입힌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교원의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을 개정안 제안 이유로 제시했다. 학생 보호자가 지속적인 악성 민원이나 무고성 신고로 교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법률로 명시하자는 것이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악성 민원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의 법적 분쟁은 사후 처리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 아무리 사후 처리를 잘한다고 해도 교사가 제자나 학부모에 의해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발을 당하는 것 자체가 이미 씻을 수 없는 참혹한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악성 민원과 무고성 신고는 교사 개인만이 아니라, 해당 교사에게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학교 민원 접수 창구를 교장과 교감으로 단일화하고, 협박성 아동학대 신고를 무고죄로 처벌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등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기 바란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