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활동 침해를 결정하는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교사 참여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최근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신체 주요 부위 사진과 함께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낸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지역 교육청에 설치되어 있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이를 교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명백한 성폭력 행위가 정당한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북의 한 고등학교 여교사가 학생들과의 소통 목적으로 운영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메시지를 받았다. 익명의 계정이 보낸 메시지에는 성기 사진과 함께 성적 행위와 관련한 성희롱 발언이 담겼다. 메시지를 확인한 여교사는 충격을 받았으나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후 여교사는 학생들로부터 해당 사건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가해 학생이 스스로 친구들에게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극심한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여교사는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고, 가해 학생의 반성문을 받아 학교 측에 알렸다. 학교 측은 교육활동 침해 사실로 판단해 관련 절차에 따라 지역 교육청에 사안을 보고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육청 교보위는 사건이 ‘교육활동 시간 외’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의 행동이 여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도교육청에 중대사안으로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후 전북교육청은 이 사안을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해서 해당 고등학교에 학교생활교육위원회를 개최하고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인권센터도 피해 교사를 대신해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도 사진을 보낸 시간대를 이유로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라고 본 교보위의 판단은 잘못되었으며, 해당 행위은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행점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그리고 교육활동을 너무 좁게 해석한 만큼 지역 교보위가 해당 사안에 대해 다시 심의할 것을 지시했다. 교사의 교육 활동은 단지 수업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한 성희롱을 교육과 무관하다고 보는 것은 교육 현실에 대한 몰이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교총도 교사가 교육 활동목적으로 개설한 SNS를 통해 학생이 음란물을 전송한 명백한 성폭력 범죄를 ‘사적 공간’, ‘방과 후’라는 시공간적 잣대로만 판단해 면죄부를 준 교보위의 결정을 시대착오적 판단으로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리고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서 방과 후나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더라도 학생·학부모가 통신매체를 이용해 디지털 성희롱과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를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지역 교육청에 설치된 교보위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났듯이 교보위에서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가 제대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하면, 피해교원은 학교에 사안신고서를 접수하고, 특별휴가, 조퇴, 병가 신청이나 심리 상담 등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장은 침해 사안을 인지한 즉시 적극 개입하여 교육현장을 안정화하고, 침해 관련 학생의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학교는 사안 발생 5일 이내(주말, 공휴일 불포함)에 사안 발생 당시 상황 기록, 면담 시 피해상황 구체적으로 진술, 관련자 조치 및 보호조치에 관한 의견 진술 등 교육청에 사안 발생 보고를 해야 한다. 교육청은 사안 발생보고서 검토, 피해교원 및 침해 관련 학생(보호자)의 관련 자료 조사 등을 통해 사안을 조사하고, 쟁점사안, 교육활동 침해행위 여부, 조치 필요성에 관한 사실 등을 확인・점검하여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중대 사안인 경우 시・도교육청이나 교육부에도 보고해야 한다.


지역 교육청은 21일 (주말·공휴일 포함) 이내 교보위를 소집하여 안건을 상정한다. 당사자에게 진술기회를 부여하고, 희망할 경우 분쟁을 조정하며, 침해 관련 학생, 침해 관련 보호자 등 에 대한 조치, 피해교원 추가 보호조치 권고 등에 대해 의결한다.


교육청은 교보위 심의결과를 14일 이내(주말, 공휴일 포함) 통지하고, 시・도교육청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심의결과에 대한 이행을 독려하고, 피해교원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며, 재발방지 조치, 추수지도, 불복절차 안내・지원과 함께 사안을 종료한다.


문제는 지역 교보위에서 교사 비율이 매우 낮아서 이번 사건처럼 교육활동 침해가 제대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총은 현재 전국 지역교보위 위원 3,482명 중 교사 위원은 고작 7%대인 252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권침해의 실질적 피해자인 교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지역 교보위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사 위원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2024년 현재 서울 11개 지역 교보위 361명 가운데 교사위원은 9.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남부교육지원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아예 교사위원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담임을 비롯한 평교사들이 주로 교권침해를 당하는데, 평교사 위원 비율이 과도하게 적은 상황에서는 교사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처벌만이 능사인 것은 아니지만, 이미 교육활동 침해가 교사들이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린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예방이 가능할 정도로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지역 교보위 위원의 교사 비율을 높이는 등 교육활동 침해를 예방하고, 피해 교원의 심리적 고통을 제대로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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