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교육 분야 6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학교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을 제시했다. 그리고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 등 교원의 교육활동·기본권 보호를 과제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교원의 직무 특성과 학교 실정을 반영한 민원 대응 지원으로 교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치적 기본권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교사도 근무시간 외에는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이재명 정부는 교육 분야 6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학교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을 제시했다. 그리고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 등 교원의 교육활동·기본권 보호를 과제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나는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이 미래 교육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개인적인 SNS에서조차 '좋아요'도 누르지 못하게 구속하는 정치적 제약은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 운동까지 허용하는 것은 반대한다. 계엄과 탄핵 이후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서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 운동이 허용되면, 교사들은 물론이고 학생들 간에도 진보니 보수니, 1찍이니 2찍이니 하는 적대와 혐오로 인해 학교가 정치판이 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교원의 개인적 표현의 자유 보장
최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한국노총-민주당 고위급정책협의회에서 교원의 정치 참여 보장법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좋아요’도 못 누르는 현실, 그리고 후원금을 내면 범법자가 되는 후진적인 현실을 시급히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갑까지 채워서 체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 여당 대표가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장관급 고위 공무원을 체포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보수의 여전사는 참 감사한 말씀으로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장관급 고위 공무원인 방송통신위원장을 작년에 있었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이유로 체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교원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에는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 허용 등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대 여당 대표가 마치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을 허용할 것처럼 얘기하더니, 방송통신위원장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체포해 버렸다.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자랑하던 대한민국이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출연해서 정치적인 말만 해도 고위 공직자를 체포하는 무섭고 살벌한 사회가 된 것이다.
나는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안전한 학교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래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도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직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나가서 말한 것을 가지고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고위 공무원을 체포하는 것은 반민주적 폭력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교원단체들은 학교 내에서 교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하면, 학교 밖에서 개인적인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튜브에 나가서 말한 것을 가지고 정치적 중립성 위반으로 고위 공무원을 체포하는 정권이 교원이나 일반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 운동을 학교 밖이라고 해서 허용할 리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앞으로 교원의 개인적 표현의 자유 보장을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교원의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 허용 등은 정치적 대립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서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 우려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교원의 개인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원이든 공무원이든 누구든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개인적으로 한 발언을 가지고 처벌당하는 일이 없도록 개인적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다. 이제 교원단체들도 헌법의 정치적 중립성과 충돌하는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 운동 허용이 아니라, SNS 등에서 개인적 표현의 자유부터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정치적 양극화 시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교원의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 허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교 밖에서 이를 허용한다고 해도 학교 내에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통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76년에 마련된 이 협약은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학생들에게 특정한 견해를 강제로 주입하거나 교화해서는 안 된다는 ‘강제성의 금지’ 원칙. 둘째, 수업에서 현실 세계의 다양한 논쟁적 사안을 다루되 여러 입장을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한다는 ‘논쟁성의 유지’ 원칙. 셋째, 학생들이 스스로 현실적 상황을 판단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추상적인 협약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총격을 당한 이후, 최근 미국의 보수 정치가인 찰리 커크가 대학 연설 도중 암살당하는 등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정치적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찰리 커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큰 영향을 준 젊은 정치인으로서 미국 내 좌우 ‘문화전쟁’에서 강성 우파를 대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타주 검찰은 사건의 용의자인 타일러 로빈슨에 대해 사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왜 커크를 쐈냐”는 질문에 좌파로 알려진 로빈슨은 “그의 혐오에 질렸다. 어떤 혐오는 협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혐오를 비난하면서 그보다 더 무서운 혐오인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이재명 대표나 배현진 의원 등 정치인들이 대낮에 테러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적대적 정치 세력 간의 혐오와 테러가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배현진 의원을 테러한 가해자가 십대 중학생으로 밝혀져서 더욱 충격을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를 극단적 정치 세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학교 밖에서 특정 정당에 가입해 특정 정치 세력 지지 또는 반대 의사표시를 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교원이, 학교 내에서는 수업 시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물론 교원도 개인적인 SNS에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등 정치적 기본권이 지금보다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헌법적 가치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넘을 수는 없다. 더구나 지금은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일부 교원단체의 주장대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일반 시민들처럼 완전히 보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교사의 정당가입, 선거운동, 특정 정치 세력 지지 또는 반대 의사표시 등을 허용하려면 관련 법률만이 아니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련 법률들을 개정한다고 해도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일반 시민들처럼 완전히 보장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부여되는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교원도 시민으로서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등을 허용해야 된다는 논리는 공무원도 시민으로서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 제7조 제2항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정치적 행위) 등 관련 법률도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은 정당가입, 선거운동, 특정 정치 세력 지지 또는 반대 의사표시 등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과 탄핵 등 극단적 대결로 인해 정치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와 공무원 모두 정당가입, 선거운동, 특정 정치 세력 지지 또는 반대 의사표시 등을 허용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이 일반 시민들처럼 완전히 보장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지금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적 문제조차도 낡은 이념이나 정치적 진영 논리로 접근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만 조장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의 정당가입, 선거운동, 특정 정치 세력 지지 또는 반대 의사표시 등이 허용된다면 학교는 정치 투쟁의 공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023년에 보수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1980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한 고등학교 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영화 속의 허구를 역사적 사실과 혼동해 왜곡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교조는 역사적 사실을 정쟁으로 비화하려는 의도라며 즉각 반박했다.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은 교원이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교권의 범주 안에 든다고 하면서, 교원의 교육과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공격적 행위까지 교권 침해의 유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4년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도 총선을 앞두고 개봉하였다. 이로 인해 영화를 권장하는 보수 우파와 이를 공격하는 진보 좌파의 대립과 갈등이 심하게 드러났다. 그러자 보수 우파 역사 강사와 진보 좌파 역사 강사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물론 학교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이들 강사처럼 노골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주입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일부 정치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허용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정치 태풍이 불 것이 분명하다. 교사들은 물론이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진보니 보수니, 1찍이니 2찍이니’ 하면서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 부득이 명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교사 입장에서는 정치적 기본권을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세 아이의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정치적 적대와 혐오의 태풍에 휩쓸리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이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더욱 시급하다. 이미 과도하게 정치적인 교사 단체들은 정당가입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정치적 태풍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켜내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지난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주말마다 여의도 광장에 모였던 교사들이 ‘탈정치 순수 교사 집회’를 표방하면서 기존 정치적 교사단체들의 조직적 참여를 배제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교원·공무원의 선거운동과 관권선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한국노총-민주당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교원의 정치 참여 보장법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여당 대표라고 해서 함부로 공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원의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허용은 교원만이 아니라 교육청 공무원은 물론이고 일반 공무원들까지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다.
만약 교육감 선거에서 교원은 물론이고 교육청 공무원들까지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자. 지금도 교육감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선거법 위반 사건들이 합법적으로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최근 춘천지법원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불법 선거운동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강원도교육감의 교육자치법 위반과 사전 뇌물수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교육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교육감과 도교육청 대변인 이 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전직 교사 한 모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지역 초등학교 교장·건축업자·컴퓨터장비업자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구형했었다.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강원지역 시민단체와 교원단체가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선출직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은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교원과 공무원들의 정당가입과 선거운동이 허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학교의 교장과 교사들은 물론이고 교육청 공무원들까지 모두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어서 교육계 전체가 정치판이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선거 때마다 학교 현장은 이념 대립과 적대적 혐오 때문에 몸살을 앓을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에서 같은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정치적 이념 대립이 극심해서 관권선거의 폐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적 이념 대립이 완화되기는커녕 계엄과 탄핵 등으로 오히려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권선거를 우려하는 국민들이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허용을 찬성할 리가 없다.
지금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사단체 리더들이다. 특히 교사도 교수처럼 휴직하고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출마만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 교원이 퇴직해야만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문제라고 느끼는 교사는 나처럼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려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단체 리더들의 기대와 달리, 교원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면 가장 유리한 인물은 현직 교육감이다. 현직 교육감은 교육청의 모든 조직원들을 선거운동원으로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의 교장이나 교감들도 인사권자인 현직 교육감을 위해서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설 것이 틀림없다. 한 번 교육감으로 선출되면, 교육청 조직을 총동원한 관권선거로 3선까지 가능할 것이니, 결국 교육감 임기가 12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지금도 현직 교육감이 암암리에 공적 조직을 동원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선거운동이 허용되면 관권선거를 막을 수가 없다.
내가 30년 이상 교사로 생활하면서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이 허용되지 않아서 문제라고 느낀 적이 거의 없다. 선거 때만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될 뿐이고, 일상적인 교육활동에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교원이 정당에 가입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교육감 선거를 관권선거로 만들고, 학교가 정치판이 되어서 교사들 사이에 정치적 적대와 혐오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국민들에게 공무원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선거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지 물어본다고 하자. 공무원들은 시민으로서 시장을 뽑는데, 왜 행정 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선거운동을 못 하게 하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으로서 나는 공무원들이 특정 정당 소속으로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 만약 시장 선거에서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이 곧 과거에 기승을 부렸던 관권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직장 밖에서만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직장 내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므로 관권선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들에게 교원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선거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지 물어본다고 하자. 나처럼 교사들은 시민으로서 교육감을 뽑는데, 왜 교육 전문가인 교원들이 선거운동을 못 하게 하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으로서 나는 교원들이 특정 정당 소속으로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 만약 교육감 선거에서 교원들이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 또한 과거에 기승을 부렸던 관권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원도 학교 밖에서만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학교 내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교원들이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므로 관권선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교사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므로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암암리에 주입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진보니 보수니, 1찍이니 2찍이니’ 하면서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내가 교사 출신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원의 정치운동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가 관권선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치적 이념 대립이 완화되지 않는 한,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은 시기상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말했듯이 페이스북에 ‘좋아요’도 못 누르는 현실, 그리고 후원금을 내면 범법자가 되는 후진적인 현실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까지 허용하겠다는 말이라면, 성급하게 통과를 약속할 것이 아니라 여당 대표로서 대국민 공론의 장을 만들기 바란다. 아무리 다수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법안 통과를 함부로 약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법률 개정안
이미 오래전부터 교사단체들은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요구해 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교육 의제 활동과 관련한 질의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었다. 선관위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교원단체 연합 명의로 특정 정당·후보자와 관련성 없이 교육 의제 논의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TF 구성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직 교사가 대선 캠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행위 주체와 행위 양태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단체가 정당 또는 후보자의 교육정책과 공약을 비교·평가하여 그 결과를 공표하는 행위도 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4년에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사립학교 교원도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 의원은 대한민국이 38개 OECD 국가 중에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시민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여서, 이에 대해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 2013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권고,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여러 차례 권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제안 이유로 제시했다. 즉, 교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와 차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생의 참정권이 확대되어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만 18세부터, 정당가입은 만 16세부터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을 교육할 책임이 있는 교사는 정당가입조차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이로 인해 학생들은 시민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50만 현장 교사의 교육 전문성이 국가 교육정책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러한 과도한 제한은 정치적 활동이 가능한 대학교수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정당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가 2004년에 초·중등 교원의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을 금지한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교육 기본권을 더 보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초·중등학교 교육공무원의 정당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헌법상 정당화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회 보고서는 교원 또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과 함께, 교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할 경우 정당 활동의 자유와 학생의 학습권 및 교사의 교육권이 더욱 충돌할 여지가 있어 교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견해 또한 있으므로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개정안과 관련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피)선거권 및 정당가입 연령이 하향됨에 따라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이 교원의 정치적 성향에 휩쓸리지 않도록 교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므로 개정안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개정안의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의 의미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위반 행위에 대한 강제력 있는 제재 수단이 없어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개정안과 관련해 교육부는, 헌법재판소가 유치원·초·중등학교 교육 및 소속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대학 교원의 합리적 차별성 등에 대해 이미 일관된 판단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국민 공감대 형성 없이 개정안의 입법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일선 교육청에서도 유치원·초·중등학교 교원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면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 불안정한 학교 교육 운영 등이 우려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유·초·중등 교원이 선거 출마를 위해 휴직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유·초·중등 교원은 선거에 출마할 때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하는 반면에 대학교원은 그러한 제한이 없다. 현행법상 유·초·중등 교원은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선거에 입후보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므로, 대학 교원과 마찬가지로 그 직을 유지하면서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교원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법률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원이 신분을 유지하며 교육감직을 수행할 경우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감이 교원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자칫 교원의 이익만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선거 일정에 따른 학기 중 휴직 등으로 학교 운영에 혼란이 예상되며, 휴직에 따른 결원 보충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학생 학습권 보장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타 직군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 공무원 지위 및 행정력을 활용한 선거운동 등으로 선거의 불공정성 문제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시도교육청 역시 교육부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교원의 교육감 선거 입후보 허용 시 교육현장에 정치적 논쟁이 야기될 수 있으며, 학생에게 특정 정치 이념 등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심어주는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선거 일정에 따른 휴직 등으로 잦은 교사 교체, 교육현장의 인력 부족 심화로 학생들의 학습권 및 안정적 학교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리고 헌법에 따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위배되고, 타 직군의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교육공무원이 교육감 선거 출마 시 본인의 지위를 부정하게 이용하는 등 불공정한 선거가 될 우려도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교원의 신분으로 교육감 선거 입후보 및 선거운동을 허용할지 여부는 교원의 피선거권이나 선거운동의 자유 등 정치적 기본권을 확대·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교원의 직무 전념성이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공감대 등을 고려하여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으로 사료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지난 2024년에 민주당 백승아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었다. 당시에 국회 보고서에서는 공직선거 및 교육감 선거 입후보 시 선거일 전 90일까지 교원직을 그만두도록 한 것이, 초·중등학교 교원의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공무담임권과 관련하여, 교원의 직무인 교육활동은 고도의 윤리성·자주성·중립성·공공성 및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교원이 그 신분을 지니는 한 계속적으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입법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입후보를 위해 휴가나 휴직을 허용할 경우 교사가 일정 기간 교체되고 선거 결과에 따라 해당 교사의 교육활동 종사 여부가 정해지게 되는 상황에서 교육의 연속성이 저해되고 학생의 수학권이 효율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침해의 최소성), 현재의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익의 제한 정도는 교원의 직무 전념성 확보라는 공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법익의 균형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대학 교원과의 차별로 인한 평등권 침해 여부와 관련해서도, 공통적·보편적인 지식 전달을 주된 업무로 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함께 직무 전념 의무를 요구받는 초·중등학교 교원과, 학생을 교육하기는 하나 그 주된 직무는 연구 기능이고 학문의 자유의 주체로서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운 대학교수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학생의 연령 및 교육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교원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불합리한 차별로 볼 수 없어 초·중등학교 교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정당가입 등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다만 한국교총이 대선 교육공약으로 제시했듯이, 사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허용할 필요는 있다. SNS에서 사적으로 정치인의 글에 댓글을 쓰거나 ‘좋아요’를 클릭한 경우조차 고발되어 징계를 받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비상식적인 일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의 대립과 갈등은 양자택일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양극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다원주의적 해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정치적 진영전쟁으로부터 보호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보다 시급하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