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중심의 민주시민교육 강화

by 이건주
교사 출신 이건주 박사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공약입니다. 출간 예정인 신간 도서의 일부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교육 분야 6대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로 ‘시민교육 강화로 전인적 역량 함양’을 설정했다. 정부는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전인적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학교 시민교육을 과제 목표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전문성·중립성을 갖춘 헌법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법제처와의 협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2018)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협력과 갈등, 평등과 다양성, 공정, 정의, 법의 지배, 인권, 자유와 질서, 개인과 사회, 권리와 책임 등을 제시하였다.


지금 학교에서는 삼권분립 중심의 민주시민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의사당을 장악하는 등 입법부를 무력으로 통제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 정부는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나 입법부가 임명 권력인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면서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을 때,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이 무너져 버렸다. 계엄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활동, 정당과 집회 등 정치 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 같은 조치가 포함되었다.


다행히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가 해제를 요구하면서, 계엄은 몇 시간 만에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이 사태는 결국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상처와 혼란을 남기고 수습되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입법부와 사법부가 민주적으로 견제하면서 사태를 민주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선출 권력인 입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임명 권력인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말을 한 것도 놀라움 그 자체다. 그렇게 따지면 국민 다수가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선출되지 않은 임명 권력인 헌법재판소가 파면하는 탄핵제도는 하극상으로서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반민주적인 제도가 된다. 이런 논리는 국민 다수가 선출한 대통령이 발동한 계엄권은 통치행위로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와도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은 선출된 대통령(행정부), 입법부와 대등하게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국민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은 임명 권력이라는 이유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이 바로 독재다.


국민 다수가 선출한 대표는 통치의 정당성이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법부의 막강한 권한을 민주적 통제 하에 둬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민주적 통제는 현실적으로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나 다수당의 통제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말로는 국민들이 통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여당이 사법부를 통제함으로써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반민주적 행위일 뿐이다.


우리가 지난 비상계엄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국민 다수가 선출한 대통령이 폭주할 때 막아서는 수호자가 바로 사법부이다. 만약 헌법재판소나 법원이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으로 대통령이나 다수당에게 종속된다면, 선출된 다수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국민적 방패가 사라지게 된다.


사법부를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나 다수당이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다. 국민 다수가 선출한 막강한 권력인 대통령이나 다수당을 사법부를 통해 법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법치주의이자 민주주의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나 다수당을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은 위아래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 이미 학교에서는 민주시민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삼권분립을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 선출 권력인 대통령(행정부)과 입법부가 임명 권력인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고 가르쳐야 하는지 묻고 싶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극단적인 정치 세력들에 의해 위기에 빠져 있다.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좌우 이념 대립이나, 예민한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교실로 끌고 들어와서 편향적 입장을 주입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권분립 등 자유민주의의 일반 원리를 체화시키는 방향으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 이건주 교육평론가/전 한국교총 현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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